근래 지나치게 오른 주택가격으로 호주의 평균 주택구입 비용은 중산층 수입의 5.6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경매를 통해 매매가 거래된 시드니 지역의 한 주택.
평균 주택구입 비용, 중산층 가구 수입의 5.6배
최근 2~3년 사이 시드니와 멜번의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호주 주택구입 비용은 수 년째 전 세계에서 주택구입이 가장 어려운 도시 리스트에서 상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금주 월요일(25일) ABC 방송이 전했다.
호주의 주택가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홍콩의 주택구입 비용에 버금갈 정도로 상승했다. 홍콩의 주택가격이 높은 이유는 주거지 개발을 위한 면적상의 한계, 중국 본토와의 접근성, 아시아 금융시장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인구 관련 조사 연구기관인 ‘데모그라피아’(Demographia)가 발표한 8개국 의 부동산 시장 연례 보고서를 인용한 ABC 보도에 따르면 호주의 평군 주택구입 비용은 중산층 가구 수입의 5.6배에 달한다.
이 같은 수치는 주택가격이 높은 홍콩처럼 시드니 역시 두 자리 숫자의 비용 상승으로, 호주 내에서도 주택가격에서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데모그라피아’의 이번 보고서는 시드니의 가구별 수입 대비 주택구입 비용 비율이 지난 12년 사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광역 시드니 대부분 지역의 중간 주택가격은 100만 달러를 넘고 있으며, 이는 도시 거주 중산층 가구 연간 수입의 12.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데모그라피아’ 사의 이번 보고서 수치는 지난해 3분기 자료로, 시드니의 경우 지난 2014년 ‘극심한 주택구입 불가능 수치’인 9.8점에서 2.4점이 더 높아진 것이다.
이로써 시드니는 최악의 주택구입 시장에서 수입 대비 주택가격 비율 수치가 10.8을 기록, 홍콩에 이어 두 번째였던 캐나다 밴쿠버(Vancouver)를 3위로 밀어냈다.
멜번의 이 수치는 9.7로 오클랜드(Auckland), 산 호세(San Jose)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으며, 9.4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와 8.5의 런던이 뒤를 이었다.
‘데모그라피아’의 이 보고서는 가구수입 대비 주택구입 비용 비율이 5.1 이상이면 ‘주택구입이 극히 어려운’(severaly unaffordable) 단계로, 4.1~5점 수준을 ‘매우 어려운’(seriously unaffordable) 단계로 정의했다.
이 연구 기관은 또한 3점 미만을 ‘구입 가능한’ 단계로 간주하고 있는데, 이는 1980년대부터 90년대의 전 세계 부동산시장 붐(property boom) 당시 대부분의 도시들이 이 수치에 해당되었음을 근거로 제시했다.
‘데모그라피아’가 매년 발표하는 이번 조사 결과, 1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는 호주 내 5개 주요 도시들 모두 지난 12년간 줄곧 ‘주택구입이 극히 어려운’ 단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니와 멜번에 이어 아들레이드(Adelaide)가 6.6, 브리즈번(Brisbane)은 6.1의 수치를 보였으며 퍼스(Perth)는 이번 보고서 상에 6.6으로 되어 있으나 근래의 주택가격 하락세를 감안하면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대도시들 이외에도 보랄-미타공(Bowral-Mittagong), 선샤인 코스트 (Sunshine Coast), 포트 맥콰리(Port Macquarie), 골드코스트(Gold Coast) 그리고 울릉공(Wollongong) 역시 8포인트 이상을 기록했으며, 특히 트위드 헤드(Tweed Heads)는 9.3 포인트로 주택 구입이 가장 어려운 도시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은퇴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많은 부를 축적했으나 실제 소득은 낮은 고령자 가구를 조사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 수치는 다소 왜곡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 보고서는 또한 호주에서 주택가격이 ‘적당한’(affordable) 도시로 서부 호주의 광산 지역을 꼽았다. 이는 광산 근로자의 고액 연봉 대비 자원개발 위축에 따라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인하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원의원이자 가족우선당(Family First Party) 남부 호주(South Australian) 주 대표인 봅 데이(Bob Day) 의원은 이번 보고서 도입부에서 “지난 100여 년간 대다수 호주 가정들은 수입에 기반하여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으나, 다른 서구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더 이상 그런 일은 불가능해졌으며, 이러한 변화가 경제적 부문에 미친 결과는 매우 참담하다”고 꼬집었다.
호주 주택산업 연합회(Housing Industry Association) 전 회장이기도 했던 데이 의원은 이어 “이 같은 국가들의 자본 구조는 고액이라는 자금의 가치를 왜곡시켰으며 그로 인해 중산층 및 저소득층의 주택구입 희망은 이제 사라져버렸다”고 비난했다.
데이 의원뿐 아니라 이번 보고서 저자들은 건축 제한 지역 및 지나치게 엄격한 건축물 규정 또한 주택가격 폭등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