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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임승차

 

큰 아들은 한국 대학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해마다 겨울방학에 시드니에 와서 한 달 이상 지내다가 간다. 그러나 둘째 아들은 6년 만에 한 번 왔다갔다. 물론 잠깐이라도 다녀갈 수는 있겠지만 아들 부부가 잠깐 있다가 가기에는 비행기 값이 너무 아까워 시간을 넉넉히 내지 못하니 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차이는 큰 아들은 자본주의의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살고 있고, 둘째 아들은 가능한 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최대한 피하면서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사회주의 시스템인 호주 정부에서 지불하는 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생활을 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것은 종교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아프리카를 에이즈에서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선교사들의 가르침이 아니라 UN에서 제공하는 콘돔이다.

한국은 2016년 겨울 다수의 국민들이 추위에 간신히 얼어 죽지 않을 정도로까지 고생을 해서 잘못된 시스템을 어느 정도 고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때도 통계적으로는 따뜻한 방에서 TV를 보면서 “추운데 고생들 하는구먼.” 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더 많았다.

 

오래 전 한국에 있을 때 한 번은 지하철역 구내의 곳곳에 토지, 주택, 세금 등에 관하여 지하철노조가 붙인 시민을 향한 홍보물의 여백에서 흥미 있는 낙서를 발견했다. “정치는 그만하고 지하철이나 열심이(‘열심히’가 아니고) 하시오.” 라는 낙서 옆에 “이 사람은 역사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얌체입니다.”라는 답글 낙서가 쓰여 있었다. “역사에 무임승차” 한다는 표현은 참으로 재미있는 표현이 아닌가? 무임승차한 사람은 값을 치루지 않는 사람이다. 즉 돈을 떼어 먹은 사람이다. 역사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살고 있는 값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르쳐 ‘무임승차’ 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가장 애매모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번은 대학 때 학생운동도 하고, 졸업 후에는 소위 '위장취업‘을 해서 공장에 가서 2 년간 노동자로 일을 하기도 했던 386 세대를 만난 적이 있다. 젊은 시절 그가 대의에 헌신한 것을 존중하는 뜻을 표했더니 의외로 그가 “나는 그 시절을 생각하기도 싫다.”고 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젊은 시절 역사와 민족을 위하여 자신의 젊음을 희생했던 가치를 남이 부정해도 섭섭한 일일 터인데 어떻게 자기 스스로 부정할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젊은 시절 자신과 같은 386 세대의 희생이 역사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쯤은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자기 자신에게는 아무 소득이 없었다는 고백일 것이다. 즉 젊은 시절 학생운동을 하느라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투자 했으면 현재의 자신의 상황이 더 나아졌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일 것이다. 그렇게 계산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이상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역사의 발전을 위해서 애를 쓰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초가 아까워서라도 촛불을 들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도 시스템을 벗어나서는 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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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주말 마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찬바람을 맞지 않으면 어찔어찔하고, 현기증이 나고, 호흡이 곤란 하고,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었다. 그들은 개인적인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촛불을 들었다. 그런 사람들은 또 다시 자신을 희생해야 할 때가 오면 계산하지 않고 행동을 할 것이다.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2016년 겨울 누가 촛불을 들었는지 들지 않았는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나 개인적으로는 주둥이는 살아 있어도 한 번도 촛불을 들지 않은 사람들을 속으로 경멸하고 차별을 하지만 시스템은 공평하다. 시스템 덕분에 촛불을 들지 않은 사람들도 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군대 생활을 한 젊은이에게서 여전히 ‘짱 박히기’가 군대에서 최고의 처세술이라는 것을 듣고서 한참 웃었다. 불행히도(?) 군대를 가보지 못한 여성들을 위하여 귀찮음을 무릅쓰고 설명을 하자면 ‘짱 박히기’란 ‘가급적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도록 은둔 생활을 하다가 식사 시간에만 나타나는’ 대한민국 군인의 최고 전술이 다. 이 전술은 창군 이래 최고의 덕목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아마 이 전술은 대한민국 군대가 타율적인 집단이라는 성격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전술에도 불구하고 군대라는 시스템은 굴러가듯이 역사의 발전을 위한 대열에 ‘짱 박혀 있는’ 얄미운 사람이 있어도 시스템을 달라지고 그는 그 덕을 보게 되는 것이다.

 

지성수 / 목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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