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레이크뉴스=베이징 조한솔 통신원>
중국 시진핑 리더십에 '신종코로나' 역풍이 이어지고 있다. 섣부른 언론통제도 역풍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발병한 지 한 달 남짓 만에 사망자가 800명을 돌파하면서 중국 지도부,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초기 대응 부실로 민심이 들끓고 있으며 중국 경제에마저 타격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시 주석의 리더십이 도전받고 있다.
특히 전염병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데도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을 필두로 한 중국 당국이 전염병 확산 제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성난 민심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 매체들은 연일 "시 주석의 강경한 대응 조치 지시로 전국 인민이 전염병 저지전을 펼쳐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시 주석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이 공산당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 쑨춘란 부총리 등 고위 인사들을 방역 현장에 파견해 엄격하게 예방 통제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는 "중국 지도부를 비롯한 인민들은 전염병의 위기에 굴하지 않고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중국 전역에서 수십만 명의 '백의전사'가 일심동체로 전염병 확산을 막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며"고 강조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최고 지도부의 전염병 대응 노력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민심 안정을 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서구 언론과 중국 내 지식 인사들은 시 주석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에 이어 8일에도 "시 주석이 (2013년 집권 이후)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NYT는 특히 '시 주석의 부재'를 문제로 지적하면서 "최근 시 주석이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는데 이는 신종 코로나 통제에 실패할 경우 그가 마주할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랐던 최근 한 달 남짓 기간에 중국 언론에 비친 시 주석의 행적은 이례적으로 잠잠했다. 통상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거의 매일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의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룬다.
하지만 전염병 사태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시 주석의 신종 코로나 관련 행보는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공적을 사실상 매일 선전하는 보도 관행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일이 돼서야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단호하게 병 확산 추세를 억제하라"고 처음으로 지시했다. 그다음 소식은 발병 근원지인 우한에 대한 전면 봉쇄령이 내려진 23일에나 나왔다. 시 주석은 당시 "우리의 전진은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며 대단결을 통한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확진자가 1200명을 돌파했던 25일에는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시 주석 발언이 소개되는 데 그쳤다.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시 주석의 외부 일정 소식은 지난달 28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의 만남과 지난 5일 국빈 방중한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의 면담 등 두 차례 공개됐을 뿐이다.
NYT는 "시 주석이 리커창 총리를 우한 현장에 파견하고, 각종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질 뿐 정작 자신은 자취를 감췄다"며 "시 주석이 문화대혁명 당시 마오쩌둥이나 톈안먼 사태 때 덩샤오핑이 사용했던 숨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신종 코로나 여파로 불붙는 민심의 분노를 경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외부에 알렸다가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체포까지 당했던 의사 리원량이 감염돼 7일 새벽 사망하자 민심은 더욱 동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충격은 올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복병이 될 전망이어서 시 주석의 리더십에 또 다른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올해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제시하기도 했다.
민심이 흉흉해지자 시 주석이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라"고 지시했지만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명문 칭화대 법대 교수인 쉬장룬은 최근 여러 해외 웹사이트에 글을 게재하면서 "신종 코로나 초기 대응에 실패한 이유는 중국에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며 "독재하에서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