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북반구를 엄습한 역대급 폭설과 한파로 지구촌이 겨울왕국으로 변했다.
서울은 2001년 1월 이후 최저인 영하 18도를 기록했고 대관령은 영하 23도까지 떨어졌다. 북한지역도 동장군이 맹위를 떨쳐 함경북도 삼지연의 23일 밤 기온은 영하 37.5도까지 떨어졌다. 한반도에서 가장 따뜻한 제주도는 영하 5.8도를 기록, 39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관측됐고, 지난 23일에는 기록적인 폭설과 강풍으로 하늘길, 뱃길이 모두 닫혀 8만여명의 여행객들이 45시간동안 완전 고립되는 대혼란을 빚기도 했다.
중국 대륙도 ‘패왕(覇王)급 한파’로 불리는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중국 기상대는 23일과 24일, 중국 전역에 오렌지색 한파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영하 30∼40도의 살인적인 강추위로 몸살을 앓은 중국 북부지방에선 네이멍구(內蒙古)가 영하 48도까지 내려가면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뉴욕 등 동중부 지역도 시속 80km의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지역에 따라 100cm 이상의 눈이 쌓여 아수라장이 됐다. 현지 언론은 이를 ‘스노마겟돈’(Snowmageddon: 눈과 최후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을 합친 말)이라고 표현했다. 이 지역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만 해도 섭씨 20도 안팎의 이상고온 현상을 보였던 지역이다.
세계 북반구를 강타한 이번 강추위는 북극 주변의 찬 공기를 가둬놓던 제트기류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약화하면서 북극 한기가 남쪽으로 이동한 것이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북극 상공의 찬 기류를 ‘폴라 보텍스’(polar vortex)라고 부르는데 강한 바람대인 제트기류가 평소 북극 주변을 빠르게 돌면서 이 찬 기류를 막아두는 역할을 한다. 최근 온난화로 인해 북극 해빙이 녹아 북극 상층의 온도가 올라가고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북극 한기가 남하해 주위도 지역인 한반도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온난화로 인해 ‘한파 방패막’이 느슨해져 오히려 혹독한 추위가 엄습하는 ‘온난화의 역습’인 셈이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촌 전체의 문제다. 지난 12월 파리에서 열렸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억제하기로 결의한 것도 그 이유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북극에서 가장 먼저 크게 나타난다. 이번 북극발 기습한파도 온난화한 지구에 나타날 이변의 전조이자 경고라 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잦아지는 한파와 기상이변에서 온난화 대응책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한위클리 편집부/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