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문제가 보다 위협적인 현실사태로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정책을 촉구하는 요구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호주 기후 분야 과학자들은 의회 개회에 맞춰 정치권에 기후변화 행동을 촉구하는 공개 요구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호주 산불의 막대한 피해를 알리는 동영상들.
기후-기상 관련 과학자들, 정치권에 ‘기후변화 행동’ 촉구
270명 이상 서명한 공개 요구서 제출, 온실가스 감축 등 내용 담아
지난해 호주 전역을 강타한 가뭄과 여름 시즌 전에 시작된 장기간의 산불, 지난 주말부터 쏟아지는 폭우로 인한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 각 산업계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가운데 기후 및 기상학 분야의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한 정부 조치를 요구하고 나서 향후 정치권의 관련 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호주사회에서의 기후변화 대책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지난해에는 이를 요구하는 하이스쿨 학생들의 시위와 거리 행진이 이어진 바 있으며, 산불이 확산되던 시점인 11월에는 각 주의 전직 소방청 최고 책임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를 향해 실질적인 정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주 월요일(3일) ABC 방송이 보도한 과학자들의 이번 공개서한은 이달 첫 주 캔버라(Canberra) 의회 개회에 맞춰 제출된 것으로, 참여한 과학자는 270명 이상에 달한다.
이 공개 요구서에서 과학자들은 “호주 정치 지도자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고 환경 문제 관련 국제협약에 건설적으로 참여하는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SW대학교 기후학자인 카트린 메이스너(Katrin Meissner) 교수는 “이번 여름 시즌, 산불로 인한 짙은 연기(smoke)는 캔버라의 정치연막(policy smokescreen)과 비교할 때 아무것도 아니다”는 말로 기후변화 문제를 외면한 호주 정치권을 향해 독설을 던졌다.
과학자들은 이번 서한에서 “산불 규모가 커지는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보다 빠르고 보다 강력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여름 시즌의 열풍(heatwave)이 보다 뜨거워지고 그 시간도 길어지며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또한 기후 이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기후학자인 네릴리 아브람(Nerilie Abram) 교수는 이번 공개서한에 대해 “치명적 산불 사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을 목격한 과학자들의 절망의 산물”이라고 표현하면서 “과학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기후변화가 호주의 산불을 악화시킬 것임을 꾸준히 경고해 왔다”고 지적했다.
국제 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도 “호주 정부는 올 여름 시즌의 지독한 산불이 남긴 교훈을 정부가 완벽하게 납득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호주 옥스팜’의 린 모게인(Lyn Morgain) 대표는 호주 과학자들과는 별도로 성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분명한 과학적 증거, 즉 산불과 우박, 가뭄 등 극단적 기후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이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게인 대표는 이어 “호주는 배기가스 감축 목표를 더욱 강화하고 화석연료 대체를 준비해가야 한다”며 “호주가 환경 문제에 대해 모범을 보이고 자연재해 위험을 전 세계적 기후위기 행동과 연계한다면 보다 강력한 국제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촉매제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