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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17화)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울룰루 가는 길

 

아델라이드 대학에서 은퇴한 박 교수 부부와 호주 대륙의 중심이자 원주민들의 성지로 알려진 울룰루(인공위성에서도 보인다고 하는 거대한 바위)를 갔다. 남부 호주 주도인 아델fp이드에서 자동차로 800km를 달려 오팔 광산촌의 지하모텔에서 첫 날 밤을 보낸다. 가면서 영국이 7 차례나 핵실험을 했던 우메라 지역을 지났는데 지금은 인간들이 두더지처럼 땅을 파가던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지구를 파괴할 원자탄을 만들고 보물을 캐기 위해서 땅 속을 헤매는 인간들이 저지르는 죄악을 지구는 과연 용서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다음 날 또 다시 800 km를 달려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울룰루에 도착 했다. 오는 동안 사람은커녕 동물 한 마리도 볼 수가 없었는데 울룰루에 오니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법적거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처럼 바위 하나를 보러 최소한 1,000 km 이상을 자동차로 달려오거나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이다.

 

원주민들이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500억년이나 된 이 거대한 바위에 은거하여 수 만년의 기간을 살아왔다고 한다. 과연 그들과, 비행기와 차를 타고 온 우리들과는 영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마 그들은 자연과 관계를 맺고, 현대인들은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울룰루에서 하루를 지내고 다시 문자 그대로 아무 것도 없는 땅을 800 km를 되돌아 달려서 처음 숙박지인 오팔 광산촌으로 돌아왔다. 너무 덥고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메마르고 파리만 달라붙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다. 파리가 얼굴에 붙어 구멍이란 구멍에는 모두 들어가려 해서 얼굴을 가리는 망사천 없이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막에 사는 파리는 본능적으로 습기를 찾아 눈 코 입으로 사정없이 파고든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여행을 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이 의견 차이나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박 교수 부부와 우리 부부는 인생 짬밥도 있지만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모든 것을 박 교수에게 맡기고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해서 일행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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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1600 km를 달려 마침내 울룰루에 도착 했다. 호주 원주민들은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500억년이나 된 이 거대한 바위 울룰루에 은거하여 수 만년의 기간을 살아왔다고 한다. 과연 그들과, 비행기와 차를 타고 온 우리들과는 영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마 그들은 자연과 관계를 맺고, 현대인들은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진: 작가 제공)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해본 박 교수가 조종사로, 단거리에 능한 나는 부조종사로서 조종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나는 애초에 연료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운전대를 넘겨받고서 100 Km 정도를 주행했는데 연료 바늘이 심상치가 않았다. 아직도 다음 목적지까지 150 Km 정도가 남았는데 바늘의 눈금이 하나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일단 우리는 에어컨을 끄기로 하고 속도를 낮추기로 했다. 목적지를 100 Km 정도 남겨 놓고 다시 운전대를 주조종사인 박 교수가 잡고서 숨을 죽이고 전진을 했다. 4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 창문을 닫은 채로 에어컨을 끄고 달리니 차 안의 공기는 곧 뜨거워졌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중에 들으니 폐가 약한 아내는 호흡이 곤란해서 억지로 참았다고 했다. 드디어 목적지가 50 Km 정도 되는 거리에서 기름이 떨어졌다는 비상등이 들어왔다. 과연 이 상태로 50Km를 달릴 수 있을까? 이제는 조금 더 걱정이 되었다. 우리가 달리는 길은 사막 사이를 뚫은 고속도로이다. 만일에 나무 한 구루 없는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서 차가 서 버린다면 그야말로 문제가 심각해진다. 집과 사람은커녕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는 곳에서 설령 운 좋게 차를 만난다고 해도 장비가 없어서 그 차의 기름을 어떻게 우리 차에 넣느냐 하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다. 전화도 물론 안 된다. 나는 운전을 하는 박 교수가 긴장을 하지 않도록 짐짓 여유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계속했지만 속으로는 계속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대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만일에 기름이 완전히 떨어져 차가 서더라도 박 교수는 차를 지켜야할 터이니 내가 기름을 얻으러 가야 하는데 정신은 강인 하지만 육체는 허약한 내가 40도의 더위 속에서 걸을 생각을 하니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조마조마한 상태로 약 30분을 달려서 저 멀리 목적지가 보이자 마치 마라톤 선수를 응원 하듯이 마음속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차를 응원을 했다. 다행히 바퀴가 계속 굴러서 동네에 도착해서 무사히 주유소를 찾을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구사일생! “할렐루야!"가 아닐 수 없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내가 기름을 넣는데 주유기가 멈추고서도 계속 조금씩 조금씩 더 넣어서 기름이 차 주유 탱크에서 넘칠 때까지 주유를 했다. 땅이 쓸데없이 너무 넓어서 여러모로 불편한(?) 호주에서나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지성수 / 목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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