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레이크뉴스=조미영 금융 전문기자>
세계 각국의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은 주가지수 급락으로 주식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미국 증시에 다시 발동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내놓은 유럽 여행객 입국 제한 조치가 유럽 증시는 물론 진앙인 미국 증시까지 강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 기대와 달리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도 시장 충격을 키웠다.
9일(현지시간) ‘검은 월요일’에 이은 12일 ‘검은 목요일’이 세계 금융시장을 덮쳤다. 이날 유럽 주요국 증시는 개장하자마자 5%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유럽연합(EU) 여행객의 미국 입국을 한 달 동안 제한하는 조치가 시장을 충격에 빠트렸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세계 주식시장의 침체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증시 대부분이 이날 급락 장세로 출발했다. ‘팔자’ 행렬이 이어지며 낙폭은 더 커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 심리만 더해갈 뿐이었다.
이날 오후 ECB는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한계 대출금리(0.25%)와 예금금리(-0.50%)도 기존과 같게 유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유가 전쟁에 미국 여행 금지 조치라는 변수까지 터지면서 ECB가 금리를 인하하고, 유럽에 기준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열릴 것이란 시장 기대와는 다른 판단이었다.
ECB의 이런 결정이 알려지면서 투자자 실망감에 유럽 주요 주가지수의 하강 속도가 더 빨라졌다. 10% 안팎의 주가지수 하락률을 기록하는 폭락 장세가 유럽 주식시장 모두에서 나타났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10시 40분 현재 유로스톡스50 지수는 하루 전보다 285.09포인트(9.81%) 하락한 2620.47로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독일 DAX30 지수 역시 전일 대비 988.81포인트(-9.47%) 내린 9449.87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9일 코로나19와 유가 전쟁이 촉발한 ‘검은 월요일’에 이 지수 1만1000선이 무너졌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향해 날린 한 방에 1만 선까지 깨졌다. 이후 낙폭이 10%에 육박하면서 9500선까지 차례로 붕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여행 입국 제한 조치 대상에서 빠진 영국도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EU 경제권 영향 아래에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영국 FTSE100 지수는 하루 전보다 525.33포인트(8.94%) 하락한 5351.19를 가리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프랑스(CAC40 지수 -10.15%), 이탈리아(FTSE MIB -7.92%) 증시도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여행객 입국 제한 조치는 유럽 증시만 타격한 것이 아니다. 미국 증시에도 충격파가 전해졌다. 주요 무역 상대국가가 모여있는 유럽을 공격 타깃으로 삼으면 미국 경제에도 역풍이 닥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9시 40분 현재 다우산업지수(-7.20%), 나스닥종합지수(-7.03%),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7.02%) 모두 7%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하강 중이다. 지난 9일 ‘검은 월요일’에 맞먹는 충격이다. 이로 인해 서킷 브레이커가 다시 발동됐다. 9일에 이어 3일 만에 다시 뉴욕 증시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영국 방송 BBC는 “현재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건 사실 코로나19 자체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공포 심리와 혼돈”이라며 “이것이 세계 경제를 어두운 길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여행객 입국 제한 조치가 시장의 공포 심리만 더 키우는 격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미국의 여행 금지 조치는 협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 결정으로, 이에 반대한다”며 강력한 항의 의사를 공동 성명을 통해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