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레이크뉴스=서울 윤보미 기자>
텔레그램 ‘n 번방’ 운영자의 신상이 공개 됐다. 살인자가 아닌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여론이 이번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 했다는 분석이다.
경찰이 미성년자 여성 등을 협박해 가학적인 성착취 영상을 만들어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의 핵심 운영자 조주빈(24)의 신상을 공개했다. 살인죄가 아닌 성폭력범으로 신상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단체들은 “신상 공개로 디지털 성범죄가 살인 못지 않게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알려야 한다”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오후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모바일 메신저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위원회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이고 반복적”이라며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70여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하며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알 권리와 범죄 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심의했다”고 덧붙였다.
살인죄가 아닌 성폭력 범죄로 수사기관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피의자의 신상 공개와 관련한 조항이 있는 법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과 ‘성폭력처벌법(성처법)’이다. 최근 특강법에 따라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김성수, ‘어금니 아빠’ 이영학,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 안인득, 전 남편 살인사건 고유정 등 살인 범죄자였다.
조주빈의 경우, 살인 혐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상 공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신상공개위원회는이 사건을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 해석해 공개 결정을 했다.
경찰의 이런 결정에 여성단체는 “신상 공개도 중요하지만 조주빈 한 명을 악마화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 대응센터 활동가는 “방에 참여한 26만명의 공범들은 어쩌다 호기심으로 성착취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들어가 소비해 사이버 성폭력을 완성시킨 공범”이라며 “참여한 인물 전부에 대해 정부가 일관된 태도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사건에 대한 들끓는 분노 여론 역시 성폭법에 따른 첫 번째 신상 공개가 이뤄지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조의 검거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24일 현재 255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김 활동가는 “사건이 알려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분노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여론의 집중이 있어야만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씁쓸하다”고 밝혔다.
조주빈뿐 아니라 그가 운영한 ‘박사방’에 돈을 내고 성착취물 제작에 가담한 회원들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범죄심리 전문가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조주빈뿐만 아니라 회원들도 신상을 공개해 본인들이 저지른 짓이 살인 그 이상의 학대였다는 점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대화방에 참여한 회원을 전수조사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경찰은 조주빈에 국한하지 말고 회원 전원을 조사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경찰청에 특별조사팀이 구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