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용 주택을 구매하는 투자자들이 시드니 서부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한 연구팀의 조사 결과 지난 2011년에서 2015년 사이, 이 지역의 투자 부동산을 구매한 이들은 아직은 저렴한 주택가격과 향후 투자 가치를 고려한 선택이라는 답변이었다. 사진은 펜리스(Penrith)의 신축 타운하우스.
NSW대학교 연구원 분석... 임대수요 높고 투자 잠재성 높아
지난해 중반기를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선 이후 투자자들이 주택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호주 통계청(ABS) 집계 결과, 임대용 주택에 투자하려는 이들의 담보대출 승인이 4분기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흐름을 엿보게 한다.
2017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시작되기 이전,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당시와 비교해 이들의 임대용 주택 구매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투자자들의 시장 재진입은 올해 시드니와 멜번 주택가격 성장의 추진력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호주 부동산 시장이 크게 성장한 지난 10여년 사이, 이들의 투자 의지는 주택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한 축이라는 점에서 미디어의 관심을 받아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연구팀 분석 결과, 다시 시작된 임대주택 투자 붐에 있어 투자자들이 특정 지역과 주택 유형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NSW대학교 ‘City Future Research Centre’ 헨리 포슨(Henry Pawson) 연구원과 동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School of Built Environment) 크리스 마틴씨의 조사를 통해 나온 것으로, 이들은 투자자들의 이 같은 선호도에 대해 “대도시 내 특정 지역 주택시장은 물론 사회적 지형을 변모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중간가격 이하의 주택 가치를 기록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취약 지역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투자자들에게 있어 매력적인 임대용 주택 투자처가 되고 있다.
연구팀은 “투자 자본을 확보하고 있으며 온라인 검색에 능숙한 투자자들은 이전의 전통적인 부동산 구매 패턴을 바꾸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드니 서부 지역 투자자는...
연구팀은 시드니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보이던 지난 2011년에서 2015년 사이, 투자자들이 많은 주택을 구매한 시드니 서부의 9개 사회-경제적 취약 지역을 조사했다. 이곳에 주택을 구매한 244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투자용 주택을 구매한 지역에 거주하는 투자자는 7명 중 1명이었으며, 5명 중 1명은 해당 지역에서 무려 4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 대상 대부분은 주택 구매 경험이 많은 이들로, 조사대상자의 3분의 2가 이미 임대용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6명 중 1명은 5채의 임대용 주택을 갖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표본 조사에 이어 연구팀은 첫 투자주택 구매자들을 통해 이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인했다. 그 결과 첫 투자용 주택 구매자 가운데 3분의 1은 연구팀의 이번 조사 과정에서 두 번째 투자용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한편 연구팀이 조사를 위해 추출한 244명의 표본 대상자 가운데 비교적 많은 수의 투자용 주택 소유자들이 본인 소유 주택이 아닌 다른 투자자의 주택을 임대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의 수는 10명 중 1명이었으며, 7명 중 1명은 부모 소유의 주택에 함께 살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또한 첫 임대용 주택 투자자들 가운데 임대주택 또는 부모 집에 거주하거나 쉐어(share)를 하는 이들의 비율도 3분의 1에 달했다.
투자자들이 특정 지역에
주목하는 이유는
연구팀은 투자자들이 시드니 서부 지역에 몰리는 이유로 “의심할 여지없이 잠재적 투자 가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표본 조사에서 80% 이상은 “투자 잠재력이 투자 지역 선택에 매우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된다”는 답변이었다.
파이낸셜 컨설턴트로 일하는 한 투자자는 “주택 유형, 주택시장 성장 가능성 있는 지역, 어떤 요인으로 주택 가치가 높아질 것인지를 고려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시드니 서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네 번째로 투자용 주택을 구매한 시드니 서부 소재 지역(suburb)에서 29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 반면 ‘저렴한 주택가격’이 투자 지역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서부 지역의 주택 투자를 결정한 이들의 3분의 2가 이런 요인을 꼽았다.
투자용 주택을 구매하는 이들의 선택 요소 가운데 또 하나는, 추가 주거공간(secondary dwelling) 또는 그래니 플랫(granny flat) 여부였다. 연구팀의 이번 조사 결과 해당 기간(2011-15년 사이)에 구매한 임대용 부동산의 4분의 1은 ‘secondary dwelling’ 또는 그래니 플랫을 갖고 있는 주택이었다.
뿐 아니라 임대용 주택을 구매한 투자자들은 구매 이후 그래니 플랫을 건축하기도 했다. 조사 대상 기간인 5년 사이, 표본 대상 244명의 투자자들이 구매한 주택 가운데 그래니 플랫이나 ‘secondary dwelling’이 있는 주택은 26%(구매 당시 이미 추가 주거공간을 갖고 있던 주택 비율)에서 39%(이후 추가 주거공간 신축으로 전체적으로 증가한 비율)로 늘어났다.
이런 전략은 임대수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경험 있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것이기도 했다.
투자 계획에 대한 부분을 보면, 장기적인 수익을 고려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었다. 조사 결과 임대용 주택을 5년 이내 판매하겠다는 이들은 10명 중 1명이었다. 반면 10년 이상 보유하면서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이들은 절반이 넘었으며, 대부분은 추가로 구매할 계획이 있다는 답변이었다.
임대수익을 위해 서부 지역 주택을 구매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주택 유형은 그래니 플랫(Granny Flat)이 있는 부동산이 많았으며 구매 이후 이를 신축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진은 그래니 플랫이 있는 서부 지역의 한 주택.
연구팀 조사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나
연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주택가격이 아직은 저렴한 시드니 서부 일부 지역(suburb) 주택시장에 임대용 주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진단했다. 이 지역에 여러 채의 임대용 주택을 가진 이들은 해당 지역에 자리한 부동산 에이전시를 통해 이를 관리하고 있으며 더 많은 주택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기존의 민간 임대주택은 저소득 계층의 주요한 주거지 공급원이었다”면서 “임대수익을 최대화하려는 투자자들의 증가로 저소득층이 도시 외곽으로 내몰리는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법적 약화도 우려된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현재 NSW 주의 경우 임차인 보호를 위해 관련 규정을 변경해 나가고 있지만 세입자 관련 단체에서는 보다 강한 보호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비즈니스’에 정통한 투자자들의 투자 프로파일은 세입자들에게 불리할 규정을 강제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연구팀은 시드니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가 늘어나고 투자자들이 ‘오프더플랜’(off-the-plan. 사전구매)에 몰리면서 임대시장에 두 개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심 지역의 재개발 구역에 고밀도 주거지가, 도심에서 다소 벗어난 지역(middle and outer suburbs)에 저밀도 주거단지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그 배경이라는 것이다.
반면 연구팀은 지난 2017년 이전 주택시장이 호황을 보이던 당시 크게 늘어났던 고층 주거지 개발이 급격히 줄어든 것을 언급하면서 “향후 5~10년 사이 임대 부동산 시장의 중심은 시드니 서부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