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오히려 가정 갈등 촉진시켜
(사진=scmp)
코로나19 비상사태 속에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폭력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학교가 휴교되고 재택근무자와 실직자들이 증가하면서 부부나 커플, 가족끼리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가정폭력 신고 사례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비영리 단체 홍콩여성센터연합(HKFWC)과 기타 유관 기관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여성과 아이들을 상대로 한 가정폭력 사건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맨디 웡(Manday Wong) HKFWC 상담가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대부분 오래전부터 폭력을 당해온 자들이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확산으로 가해자와 강제적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더 많은 갈등과 폭력을 겪으면서 더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더 오랜 시간 집 안에 고립되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고립, 실업 문제, 재정적 어려움, 자녀 돌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 신고된 가정폭력 사건은 총 2,920건으로 이는 전년도의 2,937건보다 약간 감소했다. 작년에 보고된 신체적 학대는 전체 가정폭력 중 약 80%인 총 2,313건이었다. 정신적 학대와 성적 학대는 각각 311건와 20건이었으며, 다수 유형의 결합된 폭력은 278건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중 84.2%가 여성이었다.
홍콩 최초의 가정폭력 피해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시설 하모니 하우스(Harmony House)는 3월에만 900건 이상의 가정폭력 신고 전화를 받았다. 시설에 입소한 가정폭력 피해자 수는 1월 10명, 2월 17명, 3월 18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모니 하우스를 운영하는 맨디 챈(Mandy Chan) 소장은 “2월은 춘절 연휴가 있어 보통 시설에 입소하는 피해자가 많지 않은데, 올해는 작년 10명과 비교했을 때 크게 늘었다. 올해 이러한 증가세는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전염병 확산이 수많은 가정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하고 가정폭력을 촉진시키고 있다. HKFWC의 도리스 총(Doris Chong) 수석 상담가는 “전염병 유행이 피해자들이 폭력으로부터 도망하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 가정 내 갈등이 발생한 이후 피해자들이 보통 사람들을 만나거나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부정적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러한 도피처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사와 NGO 단체들은 아동학대 및 방치 사건 증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동학대방지센터의 도나 웡(Donna Wong) 센터장은 최근 이웃이 집안에서 아이들에게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가하고 있다는 신고 전화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도나 웡 센터장은 “학교가 휴교되고 부모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부모와 자식들이 집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그러자 부모들의 육아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자식과의 갈등이 늘고 이것이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NGO단체와 사회복지사들은 전염병 유행으로 사회복지부와 NGO단체들이 모든 대면 서비스를 중단하고 유선 전화, 소셜 미디어 등 비대면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가정폭력 피해자와 육아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부모들이 외부 도움을 구하기 더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