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한의원 좌현수 원장 인터뷰
코로나19 확산 속, 전 세계인이 바이러스와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끝이 정확하지 않은 이 막연한 전투를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쉽게 지지 않도록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일이다. 특히 동포들에게는 한의학을 통해 면역력을 크게 높이는 것이 좋은 건강 관리법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건강 예방 및 유지법을 은혜 한의원, 좌현수 원장을 통해 들어봤다.
철저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후 일정 거리 두고 진료
이스트우드 Rowe Street에 위치한 은혜 한의원. 그 입구에 들어서자 먼발치서 가장 먼저 들렸던 말은 “손부터 깨끗이 씻어주세요”였다. 좌 원장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서 손을 깨끗이 씻어내고 마스크를 고쳐 쓴 채로 원장실로 들어섰다. 좌 원장과 다소 거리를 두고 앉은 채 마스크 너머로 대화를 시작했다. 좌 원장은 환자 진료 전에도 이런 방침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정부의 지침을 준수하며 안전을 위해 환자들의 진료 예약도 간격을 최대한 넓혀 시간 조정을 하고 있고 2인 이상 동반 내원도 자제하길 권하고 있다”며 자리에 앉기 전, 손 보습제를 건네며 말을 이어갔다.
“비누 칠을 하거나 손소독제를 쓰면 손이 쉽게 건조해진다. 자칫 피부가 갈라져 균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습을 자주 해주는 것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다”고 말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 한약이 면역력 향상에 도움
좌 원장은 평소 ‘몸이 튼튼하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단순한 원리를 기억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환절기 속 바이러스에 취약하기 쉬운 몸의 컨디션을 보약을 통해 개선함으로써 면역력을 증진시키면 그것이 곧 예방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또 한의학에서는 한국인의 절반가량이 태음인으로 분류되는데 특히 이들이 폐가 상대적으로 약한 체질이어서 코로나 19에 자칫 취약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며 특히 “기혈 보충”을 해주는 한약재가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좌 원장은 “한의사는 환자를 직접 대면해보면 어떤 장기가 좋지 않은 상태인지, 현재 몸의 컨디션이 어떠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 가급적 전화보다 내원을 해서 침술과 개인 한약 처방을 받는 것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병장수 향한 양생의 비결, 사소한 생활습관
내원을 하는 것 외에도 일상적인 노력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이에 좌 원장은 “기본적인 식생활과 사소한 건강습관”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우리가 호주에서 사는 만큼 꼭 한식이 아니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건강식을 챙겨 먹는 게 중요하다. 생식만을 고집하는 것도 위험하며 가공식만을 섭취하는 것도 옳지 않다. ‘모든 것은 중용의 원리’라는 말이 있듯, 균형 있게 섭취할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배를 따뜻하게 하라’고 강조했다.
“양 손바닥을 비빈 후 배를 만지기를 서너 차례 반복해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무리한 운동보다는 ‘타이치이’같은 기혈순환 체조법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며, 기본에 충실한 건강법이 결국 한의학에서 말하는 양생법(養生法)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완화 효과로 지정한 ‘청폐배독탕’, 호주서 제조 어려워
올해 중국 보건당국이 발표한 ‘코로나19 진료 방안 제7판’에는 ‘청폐배독탕(淸肺排毒湯)’이 확진자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게재된 바 있다.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결과, 증상 호전에 효과가 있음이 발견돼 ‘청폐배독탕’이 최근 가장 주목을 받은 한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내 한의원에서도 처방하는 일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좌 원장은 “청폐배독탕’에는 마황이라는 재료가 들어간다. 하지만 호주 식약청에서는 마황의 부작용을 우려해 금지 약물로 지정해둔 상태다. 심박수를 자칫 높일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약재가 핵심이기에 마황을 대체하는 약재를 쓴다 해도 중국에서 나온 처방을 그대로 재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한약을 유행 따라 복용하기보다 개인 상담을 통해 각자의 체질에 맞는 약재를 적용한 한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방과 양방의 통합과 조율 염원
2004년부터 시드니에서 한의원을 개원한 좌 원장은 시드니대학교에서 메디컬 사이언스(Medical science) 학과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다시 UTS 한의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다방면으로 오랜 의학 공부를 하며 내내 느껴온 점은 전통의학의 저변이 넓지 않은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의학을 흔히 한방과 양방으로 나누곤 한다. 서로의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개인적 바람이지만 양방과 한방이 통합하고 조율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환자들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히며 “의학 전문가 양성 학위 과정에 기존 의학과 전통의학을 접목하는 강의가 생겨 한의학의 저변이 지금보다 넓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동양인 호주인들 한의원 방문 늘어
좌 원장은 한방치료가 동양인뿐 아니라 서구의학에만 익숙했던 호주인 가족에게도 신뢰를 받았던 기억을 더듬었다. 아이의 감기몸살이 도무지 낫지 않아 한의원까지 방문하게 됐다는 호주인 가족은 회복 후 감사의 말을 전해온 때를 큰 보람의 순간으로 꼽았다. “처음엔 한방치료를 낯설어 했던 그 호주인 가족이 한방 치료로 감기몸살이 말끔히 나은 후 한방 치료를 신뢰하게 됐다고 했을 때 환자들에겐 양방과 한방 모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염병 앞에서 겸손함 가져야
코로나19 사태를 보며 좌 원장은 ‘겸손’의 미덕을 느꼈다. “전염병 앞에서는 어떠한 사회적 지위도, 돈도, 힘도 다 소용없다. 그저 각자가 상식을 지키며 겸손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모두가 살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지침을 무시하고 돌출 행동을 하는 건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염병 사태가 인류 역사상 처음은 아닌 만큼, 아픈 역사의 한 과정을 우리가 함께 지나고 있다는 마음으로 잘 극복해서 이 시기가 무사히 지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진: 은혜 한의원 좌현수 원장(위), 현수 원장 한약제조 모습(아래)
주은경 기자(editor@topnews.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