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 이후 한국사회 로드맵’
Newsroh=이래경 칼럼니스트
이번 선거에 대한 제 관점은 개혁의 길목에서 발목을 잡는 반역사적인 수구집단의 청산도 아니요, 민생에는 대충 무능하고 미패권의 눈치만 살피는 기회주의적인 정권과 여당의 심판도 아닌, 한국사회의 전진과 새로움을 준비하는 동력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길 소망합니다.
이번 4월 <다른백년통신>의 주제는 제 졸작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20개월 동안 ‘제3섹터 경제론’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칼럼내용들을 묶어서 수정하고 보완하여 ‘시민주권시대의 정치경제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하였습니다. 부제는 ‘촛불혁명 이후의 한국사회 로드맵’ 입니다.
이미 시중에 나간 출판의 서평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신간서적 소개의 글>
다른백년 이래경 이사장의 '시민주권 시대의 정치경제론' 드디어 발간!
이래경 이사장의 신간은 촛불혁명 이후 한국 사회의 로드맵을 제안하는 책이다.
격변과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탐욕적 시장경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참여와 혁신 그리고 연대에 기초한 ‘시민경제’로 전환하는 실천의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촛불시민혁명 이후 정치적 영역에서 직접민주주의를 통한 시민권력의 실현은 한국사회의 역사적 이정표이다.
이러한 시민권력에 기초하여 이래경 이사장은 물적 기반의 재구성을 위한 조세정책의 양수역할과 사회적 경제의 실천을 통한 삼투막 기능을 제안하고,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모든 시민의 존엄과 탁월성을 구현하는 기반으로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및 선택적 복지청구권 도입을 주장한다.
나아가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라는 기존 경제학의 이론적 허구를 폭로하면서, 역사적 사회적 선택적 그리고 시천주의 존재로서 인간이 지닌 가능성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삶의 주인이자 시대의 주권자로서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정치와 경제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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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첨으로 책의 목록과 들어가는 글을 함께 보냅니다.
두손모아, 격려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다른백년 이사장, 이래경
시민주권시대의 정치경제론.
부제 – 촛불혁명 이후 한국사회의 로드맵
주요 목차.
제1. 시대의 현안 : 적정한 임금인상이 최고의 혁신정책이다.
제2. 인간품성에 대한 재발견.
제3. 자유주의에 대한 성찰과 비판.
제4. 형제애적 실천에 대하여.
제5. 한국역사에서 배우는 향촌의 자치운동.
제6. 사유재, 공유재 관계재와 행복.
제7. 길잃은 자본주의.
제8. 자본의 탐욕에 갇혀있는 기업사회.
제9.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석.
제10. 미래의 좌표, 시장경제에 대하여
제11. 한국사회,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제12. 조세개혁과 사회적 상속.
제13. 사회적 혁신과 전환을 위한 로드맵.
제14. 협력과 공유의 사회.
제15. 행정사법 관료는 공복인가 관비인가?
제16. 인간중심의 금융시스템을 위하여.
제17. 스핀햄랜드 및 노동자기금에 대한 성찰.
제18. 남북경협은 위기에 처한 남한경제의 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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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정치경제를 위하여.
(시민주권, 시민권력의 시대를 맞이하며)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지난 120여 년의 세월 속에, 기미년 만세혁명이 구한말 이후 민족역량을 모아내어 항일 해방투쟁 역량의 저수지를 이루고, 80년 광주항쟁이 해방 이후 30여 년간 냉전구조와 군사적 억압체제를 온 몸으로 거부하며 민주화 운동의 새로운 근거지를 마련하였듯이, 2017년 촛불혁명 역시 기득권에 포획되어 박제화된 현행의 형식적 민주 제도와 절차의 한계를 뛰어 넘어 시민주권과 시민권력에 기초한 새로운 정치와 경제의 시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촛불혁명을 앞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미래에 대한 전망도 철학적 지향 없이 시대의 역풍에 떠밀려나고, 주요한 사회경제적 수치들은 일자리 창출능력 부진과 신생아 출산율 저하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양극화의 지표 등을 포함하여 한국사회가 시스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혁명적인 개혁조치가 없으면 미래적 희망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세계은행, OECD 그리고 IMF 등 기존질서를 형성해온 국제협력기구들 조차 공히 한국경제의 추이를 염려하면서 여성의 사회참여율을 높이고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을 동원하여 노동소득분배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서 빈사상태의 내수시장 기반을 강화하라는 조언을 수 년째 반복하고 있다.
이에 한국사회 내에 자타가 공인하는 소득주도정책 정책의 이론적 대가를 경제수석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할 터이다. 최저임금제 도입 등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는 적정한 정책과 결합하여 최소한 2-3년의 준비적 잠복 기간 후에야 누운 S 자 형태로 서서히 나타날 것이며 상당 기간 동안 고통과 후유증이 있을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사리가 이렇듯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차분한 정책적 준비는 뒤로 하며 일년도 넘기지 못하고 경제수석을 관례처럼 기회주의적인 행정관료들로 교체하고, 역량이 미진하지만 시민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준비한 재정개혁위원회 제안조차 기획재경부 책임관리들이 일방적으로 깔아 뭉기고, 기대를 모아 공정거래 위원장으로 취임했던 인사는 무력과 무능함 만을 드러낸 채 이를 지적하는 시민사회에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는 오만함을 보였다. 더구나 이런 인물을 다시 정책실장으로 임명하는 회전문 인사를 단행하였다. 패착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는 깊은 역사적인 뿌리를 갖고 누적된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형태는 관료들의 간교함과 재벌들의 자폐적 이해에 갇혀 개혁의 기회를 놓친 지난 개혁정부들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 염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는 현재의 정부처럼 땜질하듯 대증적인 접근을 하면 할수록 더욱 심각한 수렁에 빠져 들 것이다. 우선적으로 재벌 기득권과 제조업중심의 경성적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디지털 경제에 맞추어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한 연성적 형태로 신속히 전환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산업간 기업간 협력의 상생적 환경과 공정한 경제질서를 확립해야 하며, 기왕에 도입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치밀하게 강화하여 서민생활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고 빈사상태인 내수시장의 규모를 확장하는데 가능한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자원고갈과 지구온난화의 명백한 환경적 제약, 국제적 금융시스템의 속성적 결함과 도덕적 해이, 부익부의 수탈시스템 강화, 과학기술의 단절적 격변과 더불어 디지털 경제로 통칭할 수 새로운 경향들은 이제 우리에게 과거방식의 일방적인 성장률 신화에서 벗어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주요 경제국가들에게 탈성장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동시에 지난 수십 년간 우리를 지배해왔던 GDP 지수의 유용성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경제운용지표에 있어서도 양적 성장이라는 중독에서 벗어나 사회윤리적 기준을 잣대로 삼아 삶에 대한 성찰과 질적인 가치를 중심주제로 삼아야 하는 문명사적 전환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경제에 경제성장률 저하보다 더 근본적으로 중요한 핵심과제는 불안정성의 극복이다. 더구나 불안정성의 주요 요인들이 국제적인 외적 환경과 더불어 한국 내부구조와 조건 속에 깊이 고착되여 있다는 점이 심각함을 더해 주고 있다.
최근 회자(膾炙)되는 산업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들여다 보면, 삼성 등 IT 기업의 화려했던 성과에 가려져 보지 못했을 뿐 지난 수년간 상장된 업체수의 30 % 수준에 달하는 기업들이 경상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형편이고, 이중 다시 30% 수준, 즉 상장기업수의 약 10%가 3년 이상 결손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정도의 결손지속상황은 과거처럼 고성장이 가능했던 시절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앞에 언급했듯이 세계경제에 저성장이 안착된 현 시점에서는 매우 어려운 난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긴급한 산업구조조정(contingent modulation)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그 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하여 온 주요 기둥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를 억지로 붙들고 버틴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그 동안 관성적으로 당연시해왔던 경제운영 패러다임과 산업구조 프레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담한 질적 변화와 차원을 달리하는 대책, 그리고 개인이 아닌 인간에 대한 사회철학적 대전환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여건이 어려울수록 길게 보면서 핵심을 본질적으로 파악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제11장에서 소개하는 ‘시민경제’가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요약하며 주장하며 이의 실현을 위한 중기적인 방편으로 ‘양수(揚水)와 삼투막의 제3섹터 정책론’을 펼쳐나가고자 한다.
쉬운 이해를 위하여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는 자동차의 원동력(prime-over)으로 비유를 들어본다. 현재 일반적인 자동차는 내연기관에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폭발력을 회전 에너지로 활용하고 제어하는 것으로 동력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지난 백여 년간 자동차를 구동시켜온 내연기관은 인류의 지혜가 집중된 기계공업의 정수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동차가 생활의 필수적인 물건으로 보편화되면서 편익성과 이동성은 크게 향상된 반면에 주차의 어려움과 교통체증 그리고 배기에서 발생하는 온갖 매연으로 공기오염과 기후위기 그리고 화석에너지의 고갈이라는 심각한 현안에 봉착하게 되었다. 주차와 교통체증은 공유적 사용을 보편화하고 공공교통수단을 확대하면서 점차 해소될 전망이지만, 배기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위기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대하여 미래학자들은 산업화 이후 인류의 최대실수가 내연기관의 발명이라고 지적하면서 인류가 멸망하게 되면 그 주요한 원인의 하나로 내연기관을 주목한다.
이에 대응하여 테슬라 등 혁신기업들이 출현하면서 전기구동형 자동차를 시장에 출시하기 시작하였다. 전기 자동차는 배기매연이 없어서 운전 현장에서는 공기오염이 없고, 내연기관에 비해 정비해야 할 요소가 적고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에 자연스레 시장에 보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전기값이 싼 것은 화석에너지에 비해 세금이 없다는 불공정한 조건에서 형성된 것이고 정비가 용이한 대신 차량가의 3-4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성능저하 문제로 3-5년이 지나면 교체를 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가 아닌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면서 원격지이지만 여전히 공해 또는 환경적 저해 요인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또한 전기를 충전해야 하는 시설의 인프라를 새롭게 보급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현실적 절충(折衝)으로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내장하여 내연기관 및 제동간에 발생하는 폐에너지를 전기모타로 흡수하여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대용량의 배터리와 별도의 충전시설 없이 차량의 효율을 상당한 수준으로 높여 연료소모를 줄이는 등 두 가지 방식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취하는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즉 기존의 화석 연료를 병행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를 지니게 된다.
최근에는 수소에너지를 이용한 연료전지(Fuel Cell)동력이 개발되었다. 연료전지는 압축 장입된 수소와 공기중의 산소를 촉매로 반응시켜 전기와 물을 만들면서 자동차를 구동시킨다. 수소를 포집하고 압축시키는 과정에 다시 전기가 환원적으로 필요하지만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화석에너지 비하면 매우 청정한 에너지의 운반 매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기술과 시장수요로는 가격이 매우 높은 편이며 역시 수소를 충전시킬 고가의 시설을 대거 설치해야 상용이 가능한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일반시민들이 손쉽게 선택할 만큼 인프라를 갖추고 보급이 일반화되면 연료전지의 가격도 저렴해질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용처에 따라 전기모타 방식과 상호 경합하는 미래형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해결해야 하는 과제 상황을 요약해보자. 내연기관을 계속 사용하면 여기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의 매연이 심각한 기후위기를 초래하여 현재적 자연생태의 지속조건이 파괴되면서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결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원동력의 방식을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는 내연기관을 포기하고 신재생으로 발전되는 전기를 사용하는 모타 또는 수소와 공기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로 교체하는 선택 또는 중첩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결정된다. 당연히 현명한 정부라면 이러한 과정을 가속시키기 위하여 정책 수단과 금융지원을 동원하고 원할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려고 할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는 인간사회가 필요한 에너지의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지구생태에 친화적인 지속조건을 형성해 가야 한다.
이제 사회경제적 영역으로 들어가 보자.
순수한 제1섹터인 국가중심의 계획경제는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소비에트가 붕괴되면서 명백하게 실패작으로 판명되었다. 반면에 내연기관에 비유할 수 있는 제2섹타인 자본중심의 시장경제는 지난 300여 년간 인류의 물질생활을 급격히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한다. 자본과 노동과 기술을 결합시키고 시장기제를 매개로 하여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면서 1980년 후반 이후에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전세계를 지배하는 전일적인 시스템으로 자리를 확고히 잡았다.
동시에 제2섹터만의 경제운용은 지난 세기에 걸쳐 산업적 공황과 파쇼적 정치와 인명살상의 전쟁을 되풀이하는 재난의 역사를 만들어 왔고 무제한적 자원의 낭비와 환경파괴를 가져오고 있으며, 현재도 극소수의 독점으로 인한 지구적 규모의 빈곤과 양극화를 양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장기제의 적정한 분배기능과 효율의 제고라는 긍정적 역할은 자동차의 뛰어난 이동성에 비견할 수 있으나, 이와 결합된 자본의 탐욕은 내연기관의 매연처럼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결국은 인류멸망의 주된 원인이 될 것임이 확실하다.
가공할 공황과 광범한 빈곤 그리고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서구사회는 제2섹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대략 두 가지의 정책적 대안을 취하여 왔다. 케인즈 이론에 따라 정부개입을 통한 시장적 유효수요를 확대시키는 방식과 시장경제 성과의 일부를 복지정책에 투입하여 인간의 최소적 존엄을 유지하게 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도입이다. 유럽형 사회적 시장경제는 두 가지 방식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마치 자동차의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방식을 연상하게 한다. 시장 경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문제점을 보완하여 자본제적 시장경제의 지속기간을 연장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러나 내연기관과 전기모타 결합방식이 근본적으로 화석에너지가 야기하는 환경적 오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장기적인 지속 조건을 형성할 수 없듯이, 토니 불레어의 제3의 길도 슈뢰더의 2010 아젠다와 하르츠 방식의 노동개혁도 프랑스의 인간적인 시장경제론도 전일적으로 작동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맞서 빈곤과 양극화를 양산하는 기본적인 방향을 전환시키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었고 인간사회의 자유와 해방을 위한 대안(代案)으로 자리잡기에는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대안으로 등장한 중국의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또는 인민참여적 국가자본주의는 현재까지는 순항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높은 경제성장률은 초기 산업화의 진입 과정에서 흔한 일이지만 최근 국제기구가 발표한 중국의 빈곤율 1-2 %의 수준은 곧 소강(小康)사회로 진입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비핵화와 개방을 선언한 북한사회도 기본적으로 중국의 경험을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또는 북한에서 작동되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의 장기적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며 경제를 떠나 정치적 체제의 후진성으로 지난 70여 년간 경로를 달리하여 달려온 대한민국의 미래적 선택 방안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제3섹터의 영역은, 시장기제 뒤에 숨어있는 자본의 탐욕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으며 정부의 개입 역시 제한되는,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 공간의 총합이다. 일반적으로 협동조합과 종업원 지주기업의 형태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으며 사회적 기업은 제2섹터와 중첩되는 지점이다.
제3섹터의 장점은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기본으로 참여를 통한 협업, 자발적 혁신, 기여를 통한 성과의 배분, 지속가능한 조건에서 공유와 순환의 기제 등을 열거할 수 있다. 성패 여부는 기존의 주류적 흐름인 제2섹터의 시장기제 뒤에 숨어 변장한 거대 자본의 탐욕과 흡인력을 버티어 낼 수 있는 만큼 자발적 다수가 참여하여 조직적 네트워크의 질량을 형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볼로냐 지역의 협동경제, 뱅쿠버와 고베의 주민조합 등을 예로 들 수 있으며, 유럽에서는 경제의 10%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아직 도입 수준에 머물면서 2012년 도입된 협동조합기본법 등에 힘입어 활성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상기에 언급한 시장, 정부 및 시민사회의 세가지 영역은 일방적으로 서로 무시되거나 제거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핵심은 상호결합에 대한 방식에 달려 있다. 현재적 문제이자 맹점은 자기증식적인 시장경제를 선두에 세우고 종속(직렬)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경제영역을 장식품처럼 포장해 온 점에 있다.
다행히, 지난 200여 년간 인류에게 풍요를 선사한 자본제적 시장경제는 이제 긍정적 역할의 정점을 지나 지구적 규모의 빈곤과 실업과 환경재난 등 엄청난 폐해를 발생시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흐름이 자본제 시장시스템 내부로부터 도처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영역을 구축하며 드러나는 다양한 신호와 시도와 성과들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자본 수익률의 저하를 상쇄하기 위하여 부가가치를 추구하는 혁신의 과정에서 과학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기반이 점차적으로 자본을 압도하면서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지식기반 경제는 사적 소유의 자본과는 달리 역사라는 시간의 누적적 요소와 공존하는 사회라는 공간적 확장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협력과 참여라는 규범적 행위를 요구한다.
금융자본의 초과이익 실현을 위하여 전 지구적 운용이라는 필요에 의해 탄생한 디지털 통신기술이 발전되면서 보편화되어 SNS 등으로 전세계인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내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그리고 빅데이타 기술 등이 뭉쳐지는 초연결사회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지점에서 기존의 인류사에 없는 엄청난 질적 전환이 이루어 지게 된다. 기존 시장경제학에 의하면 상품과 서비스의 성격은 제로 섬(zero Sum)과 한계효용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한 사람이 제공된 상품과 서비스를 소유하면 다른 사람이 소유할 수 없고, 상품과 서비스의 효용은 한계적으로 작동하면서 양이 증가하면서 비례적으로 시장가치가 떨어진다. 그런데 새로이 형성되는 지식과 정보의 사회는 나누어 함께 하면 더욱 힘이 세어지고,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반대의 현상이 발생하고, 독점과 사적 소유보다는 협력적 경쟁과 공유를 통해야 더욱 강력해지는 흐름과 경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본과 노동이라는 양적 요소를 투입하는 것보다는 지식, 기술, 정보와 네트워크라는 요소들이 시스템적으로 규범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사안이 되어가고 있다. 다만 시스템적 네트워크와 기술에 대한 개인과 소수의 독점이 강화되면 가공할 만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대부분 현안 문제는 이러한 미래적 지향의 흐름에 부적응하고 거부하며 역류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협력적 경쟁과 공유적 순환과 규범적 네트워크의 결합을 통한 혁신을 추구하기 보다는, 극심한 양극화와 소수로의 집중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독과점을 방어하고 주어진 기득권과 특혜에 안주하며 행정관료들과 사법체계는 이들에 기생하고 공공적 기제보다는 방어적 면책과 구차한 변명에 급급한 것이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이 아닌가 싶다.
다가올 미래의 경제는 지난 200여 년 시장을 지배해온 자본의 역할과 기반에 있는 것도 아니고, 자본에 종속되어 수탈당하여 왔던 근육질 또는 반복적 관리 노동에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위에 언급하였듯이 다양한 참여와 협력과 혁신과 순환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산업기술적 기반을 더욱 확장시키고 가속시키면서, 변혁적 관점을 지닌 정치적 대표체제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민적 합의를 통하여 나날이 눈부시게 누적되어 발전하는 디지털 경제의 혁신적 시스템을 여하히 합리적으로 운용하여 성과를 골고루 공유하는데 달려 있다.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생산이 문제가 아니라 적절하게 소비해 줄 수 있는 수요가 핵심적 주제로 떠오르게 된다. 성장이 아니라 배분과 순환이 더욱 중요하게 부상(浮上)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우리가 마주치고 있는 수많은 현안적 문제 해결의 핵심은 제2섹터인 시장을 중심으로 제1섹터인 공공영역과 제3섹터 부문을 종속(직렬)적으로 연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제각기 역할로 분리시켜 상호보완적이며 병렬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제3섹터의 몸집을 키워나가는데 있다.
한걸음 더 나가면, 정부의 임무는 축적된 과학기술과 지식에 기반하여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산출된 시장경제의 성과를 이제 막 새로이 시작되는 제3섹터의 영역으로 적정하게 옮겨 나르는 양수(pumping)의 몫을 담당해야 한다. 한마디로 미래에 무한한 일자리의 보고인 제3섹터 영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3섹터 시각의 요체이다.
정부 역할로서 양수의 내용과 더불어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사회안전망의 구축에서 시작하여, 혁신적 협력기제가 작동할 수 있는 다양한 법과 제도를 도입하고 교육과 연구활동에 충분한 재원을 투입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 기본자산 그리고 복지청구권 등을 복합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되풀이하여 언급하지만 제2섹터인 시장경제와 제3섹터인 자율적 시민영역을 종속적으로 연계하여서는 안된다. 올바른 인류의 미래를 향해서 새로이 배양하고 육성되어야 할 제3섹터는 자본의 이익만을 위한 경쟁과 효율 중심의 시장경제의 논리가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간 연대 위에서 자기실현이라는 열린 가능성의 논리로 재구성된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경제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며 확대되는 시민경제적 규범과 순환적 궤도에 따라 기존 기득권 중심의 산업과 경제의 물적 기반은 세대를 거치면서 해체되고 삼투막으로 걸러내듯이 공공적 소유의 형태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때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 모든 것의 근본적인 핵심을 이루게 된다 인간이란 특별한 존재는 기존의 시장경제에서 규정하는 것처럼 탐욕과 이기심의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유기적 상호관계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가변적 실천의 주체이며, 이러한 인간의 가능성을 유도하고 실현해내야 하는 것이 바로 합의된 정치적 체제와 제도적 지향이다.
정부가 추구해야 할 사회경제 정책은 인본적인 철학에 기초하여 시민적 지지와 명분을 기반으로 기존의 수동적 공공의 역할을 넘어서서 제3섹터가 확장될 수 있는 제도를 법적으로 제정하고 강력한 금융 지원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곳은 가난한 소시민 중심으로 수만 여명이 수십 동의 아파트 주거형태로 군집하여 있는데, 해당 구청이 주도하여 아파트 사이로 흐르는 개울을 활용하여 십 수년간 ‘발바닥’이라는 이름으로 공원을 조성하여 왔다. 개인이 투자하여 개발하려면 수십 억 원도 부족할 만한 천여 평 남짓의 대지 위에 갖가지 수목으로 천변에는 계절마다 온갖 꽃과 각양의 잎새와 들풀이 자랑하고 있다. 겨울은 겨울대로 눈과 어름으로 즐거움을 제공하면서 수만여 명의 시민이 함께 즐기는 공원은 놀랄 만큼 자율적 질서와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매일 한 시간 가량 공원산책을 즐기고 있는 필자는 스스로에게 “이 정원은 온전히 내 것임과 동시에 수만의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속삭인다. 개방된 소유, 함께하는 공유로 필자인 나는 가난한 서민 주거지역에서 한국의 최고 부자들보다 더 부유함과 넉넉함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협력과 공유의 시민경제를 향하는 제3섹터 영역의 자기예언적 가능성이다.
시장경제의 순기능인 자원의 적정한 배분 역할과 성과를 효율적으로 조직하는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되,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허구적 가설에 기초한 자본의 탐욕에서 벗어나 케인즈 경제이론과 북유럽 복지정책의 실천적 경험에 기초하여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면서, 이제부터는 자기실현을 향한 개인과 공동체간 참여와 협력과 공유의 새로운 시스템적 가능성을 실험하고 개척하는 제3섹터라는 연결고리를 통과하여 시민경제의 영역으로 이동 전진하는 것이 온갖 문제로 신음하는 현존 인류의 미래적 과제이자 양극화 및 빈곤과 청년실업 및 저출산이라는 절체절명의 현안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사회의 외통수적 출구이다.
자기예언적 제3섹터라는 영역을 징검다리로 활용하여 무공해적인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권력의 정치와 경제를 활짝 열어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나름대로의 학습과정을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이래경의 다른 백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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