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동네 뒷산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미군 트럭이 먼지를 일으키며 신작로를 달리면 꼬마들이 우르르 쫓아갔다. 트럭 뒤에 앉아 있던 미군들이 껌, 사탕 초콜릿을 던져 주기도 했다. 어느 날 운 좋게 미군이 던져준 사탕을 받았다.
먹지도 않고 가져와 자랑을 했다.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사탕을 빼앗아 내버리며 “네가 거지냐?” 라며 혼 냈다. 세월이 한참 지나서야 엄마가 왜 불같이 화를 냈는지 이해가 되었다. 어느 날 미군들은 철수했다.
우리는 천막 교실에서 공부를 했다. 여름에는 땀띠 날 정도로 더웠고 겨울에는 조개탄으로 난로를 피워도 손발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다. 점심에는 미국에서 원조하는 옥수수 빵 분유를 먹었다. 그때는 너, 나 할 것 없이 전체적으로 가난했다.
어릴 때 기억이 남아 있어 모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 갔다는 말이 실감이 안 난다.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에서 발표하는 수치로 볼 때 선진국이지만 “선진국은 무슨, 정부가 홍보를 잘 했겠지.” 중진국이라면 몰라도 선진국은 아무리 따라가고 또 따라가도 잡히지 않는 무지개 같은 존재였다.

선진국이란?

선진국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UN, OECD., IMF. 등 국제기관에서 제시하는 기준이나 GDP., GNI. 수치를 근거로 파악해 선진국을 분류한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데 경제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경제력이 있어야 복지정책도 펼 수 있고 국방력도 갖출 수 있고 산업발전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전에는 일인당 GDP로 선진국, 후진국을 나누었는데 아무리 일인당 GDP가 높아도 산업이 발달되지 않고 사회 인프라도 없는 원유나 자원만 수출하는 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HDI(Human Development Index 인간 개발지수)로 나눈다. HDI는 교육수준, 평균수명, 개인소득 3가지를 토대로 평가한 수치다. 과거에는 이 수치가 0.90 이상이면 선진국으로 분류하였으나 2010년 산정방식이 바뀌어 0.80 이상이면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모국은 매년 0.891-0.897을 기록하니 선진국이다.
돈만 많다고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니다. 중국은 돈이 많아 경제규모가 세계 2위지만 일인당 GDP가 낮아 신흥공업국으로 분류된다.
모국은 공신력 있는 8개 국제기구가 선정한 22개 최상위 선진국에 올라 있다. 동양권에서는 우리와 일본이 이름을 올렸다.
IMF가 선정한 10대 선진국이 있다. 2018년 기준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 총생산) 1조 달러이상P.P.P.(Purchasing Power Parity 구매력 평가지수) 4만 달러이상 나라가 10개국인데 그 중에 모국이 들어 있다.
비공식기구로 5030이 있다. 5030은 인구 5천만 이상,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인 나라들이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는 인구 5천100만명, 일인당 국민소득 32,000달러로 5030에 무난히 들어갔다. 이 기준을 채운 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나라 밖에 없다. 한국,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일본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는 41위로 미국, 일본, 이탈리아보다 높다. 민주주의 지표는 23위로 일본, 미국, 이탈리아를 앞선다. 언론자유, 민주주의 지표로 볼 때 의심할 나위없이 선진국이다.
청렴도 지수가 문제로 180개 국가중 39위인데 2016년 이후 매년 개선되고 있다. 캐나다 청렴도 지수는 11위다.
부패는 선진국에 도달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로 그리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이 부패에 걸려 나락으로 떨어졌고 이탈리아도 부패에 가로막혀 국가발전의 동력을 잃고 있다. 이탈리아 청렴도 지수는 51위로 OECD 국가중 최하위다.

선진국? 뭔가 부족한 느낌

이렇듯 공신력 있는 국제 기구가 인정하는 객관적 수치와 각종 지표는 모국이 선진국임을 나타내고 있으나 머리로, 가슴으로 선진국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가장 기본조건이 경제력인데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이 쉬운 일이 아니다. 오일 쇼크, IMF, 금융위기 등 숱한 어려움을 이기고 이룩한 성과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 나아가면 ‘면신례’라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는데 국민소득 3만달러 고지를 넘어서는 나라들 역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스페인이 그랬고 그리스가 그랬다. 스페인은 일인당 국민소득이 35,000달러까지 올라갔다 경제가 뒷걸음질 치며 나락에 떨어졌다 다시 정신을 차려 올해 일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에서 약간 부족한 29,960달러를 기록했다.
그리스는 스페인보다 형편이 더 나빠 2008년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겼으나(31,966달러) 그후 불어 닥친 금융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급전직하, 2015-16년에는 18,000달러까지 떨어졌다.
모국도 3만달러를 넘어섰으나 포스트 코비드-19 로 불어 닥친 세계적 불황의 장애물을 어떻게 넘느냐에 따라 지속적 경제발전 여부가 달려있다.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의미 있는 수치임에는 틀림없으나 가계소득 뿐 아니라 정부, 기업 소득까지 합해진 수치다. 일부 재벌기업의 소득이 부쩍 늘어나면 일인당 국민소득도 늘어나지만 대다수 시민들이 소득 늘어난 것을 체감할 수는 없다.
일인당 국민소득은 평균값이므로 소득 불균형을 반영하지 못한다. 더 많은 대한민국 구성원들이 소득이 늘어난 것을 실감하려면 소득재분배와 질적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소득불균형이 심화되면 사회불안을 야기해 경제발전의 동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남겨진 숙제, 소득 재분배

경제 불평등은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발달하며 모든 나라들이 안고 있는 문제다. 부의 기계적 평등은 이룰 수 없는 일이지만 격차를 줄이는 일은 가능하다.
모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다. 36개국이 회원인데 선진국 클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회원국 대부분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안정적으로 실현하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O.E.C.D.에서 발표하는 지표들은 공신력을 갖고 있는데 지표 중에 ‘연간 소득분배지표’가 있다.
이 지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모국의 최상위 가계 소득과 최하위 가계 소득의 차이가 5.8배로 36개국 중 32위로 바닥을 기고 있다. 리투아니아 역시 5.8차이로 동률을 기록했다.
미국이 6.3배 차이로 34위, 칠레가 7배 차이로 35위, 멕시코가 7.2배 차이로 36위다.
소득 격차가 커지면 서민층 소비가 줄어든다. 즉 내수시장이 위축된다. 모국은 수출 주도형이지만 내수가 허약한 채 수출에만 매달리면 내수 경제와 수출 경제가 균형을 잃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서민층이 붕괴되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들은 소득재분배를 통해 성장의 열매를 나눈다. 복지국가가 몰려 있는 유럽은 소득 재분배 이전, 즉 순 소득으로 볼 때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소득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진다.
경제적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있다. 완전 평등이면 수치가 0이고 완전 불평등이면 수치가 1이다. 지니계수가 0.4 이상이면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0.5 이상이면 폭동이 난다고 한다.
스웨덴의 경우 순 소득 지니계수가 0.43으로 사회불안 수준이다. 그러나 소득재분배, 즉 세금과 복지 비용 부담 후 지니계수는 0.23으로 떨어진다. 소득재분배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모국은 순소득 지니계수가 0.37, 소득재분배 후 지니계수가 0.35로 별 차이가 없다. 소득재분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증거다.
지니계수를 통해 볼 때 유럽복지국가들은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소득격차가 엄청나지만 소득재분배를 통해 격차를 현격히 줄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시장경제를 통해 성장을 하고 소득을 창출하지만 재분배를 통해 서민층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고 사회불안 요소를 없앤다.
전세계 경제를 멈추게 만든 코비드-19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모국처럼 수출주도형 나라는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경제성장에 치명상을 입는다. 그럴 때는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경제를 살려야 한다.
소득재분배를 통해 경제성장의 과실이 더 많은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서민들이 그 돈을 써서 내수경제의 숨통을 트여야 한다.
포스트 코비드-19에는 기술혁신 및 인공지능, 로봇 공학, 빅 데이터 등 4차산업으로 진입이 더 빨라질 텐데 새로운 성장산업을 육성해 국민소득 4만 달러, 5만달러 시대를 열릴 때 진정한 선진국에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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