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시점의 자국 상황에 따라 평가 달라져’ 한계 지적
(사진=scmp)
전 세계 2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대부분 사람이 자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대응에 대해서 대체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여론조사기업 블랙박스 리서치(Blackbox Research)와 프랑스 시장조사업체 톨루나(Toluna)는 지난달 3일부터 19일 기간 23개국에서 18세~80세 사이 12,59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했다.
설문조사는 △정치 리더십 △기업 리더십 △지역 사회 △미디어 등 4가지 주요 지표에 따라 자국의 코비드19 대응을 평가했다. 23개국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나왔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50점 이상을 받은 국가는 단 7개밖에 없었다.
바이러스 진원지로 추정되는 중국이 종합 8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베트남 77점, 인도 59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미국, 영국, 이탈리아가 각각 41점, 37점, 36점을 받아 평균 점수보다 저조했으며, 한국, 홍콩, 일본이 각각 31점, 27점, 16점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지도층의 대응력에 대한 질문에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의 지도층들이 각각 86점, 82점, 67점을 받으면서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반면 한국, 홍콩, 일본이 21점, 11점, 5점을 받으면서 지도층의 대응력에 대해서 불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서구권 국가의 바이러스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가운데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의 리더십이 코비드19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고 평가받았다.
블랙박스 리서치는 “아직 바이러스 확산세가 잡히지 않은 해외 국가에 비해 중국의 코비드19 사태가 어느 정도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정부가 위기를 잘 헤쳐나갔다는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일본과 싱가포르의 경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와 외국인 노동자 숙소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정부가 지속적으로 대응 정책을 조정하면서 국민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바이러스 발발 초기에 탁월한 대처력으로 칭찬을 받았지만, 외국인 노동자 숙소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확진자 수가 2만 명 이상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러한 사태가 정부가 대처 능력 평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100점 만점에 41점을 받았다.
일본의 경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사태를 시작으로 확진자 수가 1만 5천명으로 넘어섰고 정부가 국가 긴급사태를 이달 말까지로 연장했다. 일본 응답자 82%가 긴급사태 늦장 선포 등 정부의 코비드19 대응 속도가 느렸다고 응답했다.
한편 홍콩은 바이러스 확산세가 안정화되고 있지만 정부의 위기 대응력에서 100점 만점에 11점을 받았다. 홍콩의사협회는 “캐리 람 행정부가 전염병 초기 대응이 너무 느렸다. 1월 22월 중국 국경을 폐쇄할 것을 경고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이 무시됐다”고 말했다. 스테판 오트만(Stephan Ortmann) 시티대 부교수는 “정부의 늦장 대처와 마스크 착용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 전달 등이 시민들에게 중국 중앙 정부에 복종하는 무능한 이미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국립대학의 제리미 림(Jeremy Lim) 공중보건학 부교수는 “설문조사가 실시되던 시점의 각국 코비드19 상황, 지도층의 명확한 메시지, 지도자의 결단력과 공감력 등 다양한 요인들이 평가에 영향을 준다. 코비드19 사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만큼 설문조사 시점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조사 결과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기간, 중국은 이미 회복 단계에 진입했고 미국, 유럽 등 국가는 코비드19 확산이 거세진 지 얼마 안 됐을 때이기 때문에 정부 대응력에 대한 만족도가 저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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