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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퀸즐랜드(Queensland) 동부 해안의 한 무인도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이 알려져 ‘타잔 테리’(Tarzan Terrie) 또는 ‘호주의 소녀 로빈슨 크루소’(Australia's Girl Robinson Crusoe)로 불리며 화제가 됐던 테리 릿지웨이(Terrie Ridgway)씨. QLD 주 힌터랜드(Hinterland) 지역의 쿠로이(Cooroy)에 거주하는 그녀는 여전히 환경문제에 열정을 갖고 있다. 사진 : Terrie Ridgway

 

현재 70대 초반이 된 ‘Tarzan Terrie’, 학계에서 새로이 조명

 

1960년대, 테리 릿지(Terrie Ridgway)라는 19세의 여성은 퀸즐랜드(Queensland) 동부 해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앞의 한 외딴 섬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혼자 생활했던 그녀의 이야기가 당시 세상에 알려지면서 릿지웨이는 ‘타잔 테리’(Tarzan Terrie) 또는 ‘호주판 소녀 로빈슨 크루소’(Australia's Girl Robinson Crusoe)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전 세계는 테리 릿지웨이에 매료됐고 각국 주요 매체는 그녀의 이야기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미국의 한 매체는 ‘Gay Nature girl gambols Down Under’(Down Under는 호주를 뜻함)라는 제목으로 릿지웨이를 “비키니를 입은 자연 요정”으로 묘사하면서 다른 옷을 걸치지 않은 채 해변에서 살고 있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기사는 또 “야생의 닭을 잡고 해산물을 채취하며 섬의 질 좋은 토양에서 채소를 재배한다”고 그녀의 이야기를 전했다.

다른 한 매체는 릿지웨이가 무인도에 들어간 이유로 “물고기를 좋아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라고 쓰기도 했다.

하지만 호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이야기가 전해지자 그녀는 갑자기 섬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그리고 최근, 이 10대 소녀의 모험적인 이야기가 학계에서 다시 조명되고 있다.

멜번(Melbourne) 소재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뎁 앤더슨(Deb Anderson) 교수와 브리즈번(Brisbane)의 그리피스대학교(Griffith University) 케리 폭스웰-노턴(Kerrie Foxwell-Norton) 부교수는 약 12개월에 걸쳐 릿지웨이라는 이 여성의 이야기를 기록하기로 했다.

최근 이들 두 학자는 퀸즐랜드 주립도서관(State Library of Queensland)가 제공하는 2만 달러의 ‘John Oxley Library Fellowship’ 기금으로 릿지웨이와 같은 퀸즐랜드의 혁명적인 여성들을 발굴할 예정이다.

이들이 새롭게 조명한 인물들 가운데 흥미로운 사람이 바로 ‘타잔 테리’로 불렸던 테리 릿지웨이이다.

 

바텐더에서 해양식물학으로

 

릿지웨이씨는 최근 호주 국영 A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브리즈번(Brisbane)에서 타이피스트로 일하다 QLD 중부 글래드스톤(Gladstone)에서 75킬로미터나 떨어진 무인도 ‘노스웨스트 아일랜드’(North West Island)로 떠났던 50여 년 전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녀는 “당시 나는 모험심이 강했기에 기차를 타고 무작정 북쪽으로 향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브리즈번을 떠난 그녀는 퀸즐랜드대학교 운영의 해양연구소가 있는 헤론 아일랜드(Heron Island) 소재 리조트의 바텐더 일자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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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즐랜드 주 노스웨스트 아일랜드(North West Island)에서 거주하는 것이 알려졌을 무렵, 한 매체가 소개한 테리 릿지웨이와 그녀에 관한 기사.

 

그곳에서 일하며 해양영구소의 한 연구원과 친구가 된 그녀는 그에게 다이빙 기술을 배워 바닷속을 보았고, 해양생물학에 매료됐다. 바텐더로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해양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바닷속으로 들어가 샘플을 채취하곤 했다.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밤마다 창문을 열어놓았다. 해양생물에 관심이 많은 그녀를 위해 늦은 밤 바텐더 일을 마친 그녀가 연구소로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오전 2시경 바텐더 교대근무를 마치면 릿지웨이는 연구소로 가 산호초에 대한 책을 읽었고 그것을 그대로 머릿속에 저장했다.

 

그녀의 모험이 시작되다

 

긴 시간의 바텐더 일과 해양생물 공부로 시간이 부족하자 그녀는 1966년 바텐더 일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는 다이빙 장비, 해양생물 관련 서적, 틈틈이 그렸던 그림들, 12볼트 배터리와 조명기기를 들고 헤론 섬 인근에 있는 노스웨스트 섬으로 이주했고 그곳에 작은 오두막을 지었다.

그녀는 “다이빙을 했고 산호초 사이를 떠도는 물고기들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멋진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바텐더로 일하며 번 수입은 대부분 해양생물 관련 서적을 구입하는 데 썼다. 그 책에서 본 생물들을 바닷속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이빙을 하지 않을 때는 정원을 만들어 채소를 가꾸었고 일주일에 한 번은 야생의 닭을 잡아 요리를 했다. 그녀는 “하지만 그것은 정말 먹기 힘든 것이었다”고 기억했다.

 

‘해적’(?)과 만나 결혼하게 되다

 

섬에서의 그녀의 생활은 목가적이었지만 길지 않았다. 노스웨스트 섬에서 생활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QLD 중부 해안도시, 예푼(Yeppoon)에 있는 한 매체 기자가 ‘소녀 로빈스 크루소’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찾아왔다.

그녀는 “어느 날 아침, 이 끔찍한 인간이 내 침낭에 몸을 기댄 채 사진을 찍고 있는 가운데 잠에서 깼다”고 말했다. 그것으로 그녀의 무인도 생활은 끝이었다. “신문기사로 내 이야기를 읽은 온갖 미치광이(nut ball)들이 찾아와 친구가 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섬을 떠나기로 했다. 그녀는 “더 이상 그 섬에 있을 수 없었다”며 “만약 그곳에 계속 있었다면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야 섬의 환경을 파괴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시 헤론 섬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거기에는 결혼을 하자는 제안 등 많은 편지가 와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다시 바닷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던 차에 릿지웨이는 산호초를 연구하는 미국 과학자들의 범선에 오르게 됐다. 이들에 의해 발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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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즐랜드 중부 해안도시 글래드스톤(Gladstone)에서 75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노스웨스트 아일랜드(North West Island). 지금은 1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사진 : Queensland 주 정부

 

거기서 연구원들을 태운 배의 선장을 만나게 됐다. 그는 6피트2인치의 키에 파란 눈,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해적 같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 릿지웨이는 그와 함께 석양이 내려앉는 바다를 항해하다 그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훼손된 풍경 보면 마음 아플 것 같다”

 

미국인 연구선의 선장과 결혼한 릿지웨이는 헤론 섬을 떠났다. 그후 스미소니언(Smithsonian)을 비롯해 태평양 및 인도양의 난파선 연구 프로젝트로 수년을 보냈다.

이제 70대가 된 릿지웨이씨는 선샤인코스트(Sunshine Coast) 북부, 힌터랜드(Hinterland) 지역에 있는 쿠로이(Cooroy)에서 살고 있다. 미국인 ‘해적’과 20년간 함께 하던 그녀는 얼마 전 그와 헤어졌다.

여전히 환경 및 야생동식물에 열정을 갖고 있는 그녀는 날여우(flying foxes) 개체를 보호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미국인 연구 선박 선장과 결혼한 이후 그는 한 번도 노스웨스트 섬을 가지 않았다. “환경변화로 인한 지구의 미래가 걱정”이라는 릿지웨이씨는 “노스웨스트 섬도 상당히 변했을 것이며, 다시 그곳에 가 오염된 풍경을 보면 마음이 아플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녀는 “젊은 시절, 웅장한 자연 그대로의 풍경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모습들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변화’에 대해서는 ‘절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금의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나는 내 별을 따라 살았고 결코 그 방향에서 이탈하지 않았으며 운명적 존재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폭스웰-노턴 박사는 퀸즐랜드 섬 소녀와 산호초 보전에 관해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John Oxley Library Fellowship’ 기금은 영향력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며 “호주가 릿지웨이씨처럼 중요한 인물들을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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