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과 2016년의 호주 인구조사(census) 자료를 기반으로 지역정책 싱크탱크인 ‘Regional Australia Institute’가 밀레니엘 세대의 이주 동향을 분석한 결과 젊은층의 지방 지역 이주욕구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시드니 서부에 거주하던 하이스쿨 교사 톰 페넬(Tom Fennell)씨. 그는 4년 전, 보다 편리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시드니 북부 내륙 도시 오렌지(Orange)로 이주했고, 지금은 이전보다 행복감을 갖고 있다.
‘Regional Australia Institute’ 분석... 출퇴근 편의도 한 요인
대도시를 벗어나 규모가 작은 지방도시나 한적한 타운으로 이주하려는 젊은이들이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호주의 인구 동향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호주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지역정책 싱크탱크인 비영리 연구기관 ‘Regional Australia Institute’(RAI)는 지난 6월 23일(화) ‘Big Movers: Population Mobility in Australia’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보고서에서 지난 2011년에서 2016년 실시된 인구조사(census) 자료를 기반으로 5년 사이의 인구이동 상황을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이 기간(2011-2016년), 지방 지역에 기반을 둔 20세에서 35세 사이 젊은층의 경우 이주를 하더라도 각 주 대도시(capital cities)보다는 다른 지방 지역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호주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시드니의 경우 같은 기간, 밀레니얼 세대를 받아들인 것보다 더 많은 젊은이들을 잃었다. 시드니를 벗어나 지방 지역으로 이주한 이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물론 다른 대도시들이 시드니와 같은 추세를 보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RAI 지역 이코노미스트이자 이번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킴 호튼(Kim Houghton) 선임 연구원은 “밀레니엄 세대(그는 이들을 ‘황금세대’-golden demographic-라 칭했다)는 지방지역 커뮤니티가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을 더 많이 의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스쿨 교사인 톰 페넬(Tom Fennell, 33)씨는 바로 이런 밀레니얼 세대 중 한 사람이다. 4년 전, 페넬씨는 시드니 서부지역에 거주하다 시드니 북서부의 중소도시 오렌지(Orange)로 이주했다.
시드니 서부에서 부모 집에 거주했던 그는 “재직하는 학교까지 출퇴근 하는 데 2시간이 소요됐었다”며 “지금은 자동차로 8분 거리에 직장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이 가까운 것 이상으로 좋은 점은, 약혼녀인 줄리엣 호손(Juliet Hawthorn)과 함께 시드니와 달리 큰 재정적 부담 없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올해 초 오렌지에 ‘내집 마련’을 이루었다.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이 집이 내 소유’라는 것을 온전하게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그는 “내게 있어 이는 아직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시드니에서의 내집 장만 고민이 아주 수월하게 해결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톰 페넬씨와 약혼녀 줄리엣 호손(Juliet Hawthorn)씨. 톰은 오렌지로 이주한 뒤 줄리엣을 만났고, 시드니에 거주할 때보다 재정적, 정신적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게다가 더 많은 재정적 여유도 생겼다. 그는 “시드니에 거주할 때보다 국내 및 해외여행을 더 많이 다녔다”면서 “지금 매우 행복하고, 이곳에서 계속 거주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톰의 친구이자 약사인 애니카 룩야드(Annika Rookyard)씨는 2년 전 캔버라(Canberra)에서 오렌지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녀는 “작은 도시이지만 젊은이들이 많고, 늘 흥미로운 일도 있다”고 말했다.
보다 깊이 뿌리내리기
인구 약 4만 명의 오렌지는 농장과 와이너리, 고풍스런 타운들로 둘러싸인 도시이며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있다.
RAI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오렌지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주하고자 하는 전형적인 중소도시 중 하나로 대형 종합병원, 공항, 대학이 들어서 있으며 다양한 직종의 일자리, 도시와 농촌지역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호튼 연구원은 지방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밀레니얼 세대를 인구통계학에서 ‘황금세대’로 인식하고 있기에 이들에 맞는 정책 개발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지방 도시들이 젊은층의 이주를 적극 유치하고 또 이들의 이탈을 막고자 주력한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6년 사이, 전체적으로 약 17만9천 명의 밀레니얼 세대가 지방 지역에서 각 주 대도시로 이주했다. 이는 각 주도(capital cities)에서 지방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긴이들에 비해 3만2천 명가량 더 많은 수이다.
반면 같은 기간, 거주지를 옮긴 20만8천 명의 밀레니얼 세대는 지방 지역에서 대도시가 아닌, 다른 지방으로 이주했다.
이들이 선택한 주요 지방도시는 골드코스트(Gold Coast, Queensland), 뉴카슬(Newcastle, NSW), 선샤인코스트(Sunshine Coast, Queensland)였다. 또한 질롱(Geelong, Victoria), 케언즈(Cairns, Queensland), 발라랏(Ballarat, Victoria), 메이틀랜드(Maitland, NSW), 벤디고(Bendigo, Victoria), 레이크 매콰리(Lake Macquarie, NSW)도 인기 있는 이주 도시들이다. 아울러 대도시를 떠난 이들의 경우 대부분은 같은 주(State)의 지방도시를 선택했다.
그런 한편 보고서는 고소득 직종으로 알려진 광업 분야 일자리가 있는 지방 지역은 밀레이얼 세대들이 선호하는 지방도시이지만 특히 대도시에서 거주지를 옮기려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퀸즐랜드(Queensland) 주 북부, 타운스빌(Townsville)에 거주하며 내륙 오지의 광산에서 일하던 알란 만(Alan Mann. 오른쪽)씨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불편을 벗고자 오렌지의 광산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제는 매일 출퇴근할 수 있어 가족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 퀸즐랜더(Queenslanders. 퀸즐랜드 주 거주자들을 일컫는 말)인 알란과 케이틀린 만(Alan and Kaitlin Mann)씨 부부는 세 명의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렌지로 이주했다.
퀸즐랜드 북부, 타운스빌(Townsville)에 거주하던 알란은 이 지역의 한 광업회사에서 FIFO(Fly-in fly-out. 집에서 출퇴근하지 않고 작업장에 근무하며 일정 기간 한 번씩 집으로 가는 근무방식. 먼 내륙 오지에 있는 광산회사에는 이런 방식으로 근무할 수밖에 없다)로 일하던 디젤 기계공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그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기로 마음먹었고, 오렌지 도심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금광회사 ‘Cadia’로 이직했다.
케이틀린은 오렌지로 옮긴 뒤 “이제 아빠가 매일 집에 오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좋아하며 앨란 또한 저녁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을 행복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알란이 집에 왔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갈 때, 그를 타운스빌 공항에 내려주면 아이들은 차량에 앉아 울곤 했다”고 덧붙였다.
만씨 부부는 현재 오렌지의 한 주택을 임대해 살고 있지만 조만간 도시 외곽의 토지를 매입, 직접 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호튼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호주 지방 지역의 활기는 식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모든 연령대에 거쳐 2011년에서 2-016년 사이 각 대도시로 이주한 젊은층보다 지방도시를 선택해 거주지를 옮긴이들이 6만5천 명 더 많았다.
‘Regional Australia Institute’의 선임 연구원인 킴 호튼(Kim Houghton) 박사. 그는 젊은층의 지방 지역 이주 움직임을 감안할 때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호주 지방도시의 활기는 식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RAI는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지방 이주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호튼 연구원은 “호주의 전반적인 인구 동향은 대도시로의 집중보다 지방 도시로의 흐름이 더 많았다”면서 “이는 유럽 국가들과 비교할 때 호주 지방 지역이 갖고 있는 경제적 요인, 낮은 교통혼잡도, 도시 생활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때문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 RAI의 조사결과 요약
-2011년에서 16년 사이, 지방 지역으로의 인구 순유입 6만5,204명
-같은 기간, 대도시(capital cities)에서의 지방 지역 이주는 50만1,643명, 지방 지역에서 대도시로의 이주는 43만6,439명
-대도시 인구 감소는 시드니, 멜번(Melbourne), 애들레이드(Adelaide) 순으로 많았음
-5년 사이(2011년-16년), 총 120만 명 이상이 각 주 도시에서 지방 지역으로 이주했거나, 지방도시에서 다른 지방 도시로 이주
-20세에서 35세 사이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지방 지역에서 대도시로 이주한 이들이 더 많았지만(3만1,999명) 지방 지역에서 다른 지방 지역으로 이주한 젊은층은 20만7,510명에 달함
-학업 때문에 대도시로 거주지를 옮긴 젊은층의 30%가 학업 후 지방 지역으로 돌아옴
Source: ‘The Big Movers: Understanding Population Mobility in Regional Australia’ / Regional Australia Institute
■ 밀레니얼 세대의 이주 현황
(2011-2016년 사이. 도시 : City to regional / Regional to city / Difference)
-Sydney : 36,973 / 32,535 / -4,438
-Melbourne : 32,309 / 43,982 / 11,673
-Brisbane : 35,278 / 49,362 / 14,084
-Adelaide : 11,552 / 13,728 / 2,176
-Perth : 17,690 / 20,833 / 3,143
-Hobart : 2,829 / 3,578 / 749
-Darwin : 3,603 / 5,316 / 1,713
-Canberra : 6,728 / 9,627 / 2,899
Source: Regional Australia Institute
■ 모든 연령층의 이주 현황
(2011-2016년 사이. 도시 : City to regional / Regional to city / Difference)
-Sydney : 139,471 / 74,715 / -64,756
-Melbourne : 112,728 / 91,119 / -21,609
-Adelaide : 38,704 / 37,663 / -1,041
-Brisbane : 109,670 / 125,267 / 15,597
-Perth : 58,197 / 62,495 / 4,298
-Hobart : 8,974 / 10,637 / 1,663
-Darwin : 12,698 / 13,182 / 484
-Canberra : 21,201 / 21,361 / 160
Source: Regional Australia Institute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