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현, 호주와 중국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호주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 중 하나로 중국인의 호주 관광 및 유학을 제한함에 따라 수십 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골드코스트(Gold Coast) 해변의 중국 관광객들. 사진 : Tourism and Events Queensland
지나친 중국 의존도 개선 필요, ‘청정 여행지’ 마케팅의 새로운 기회이기도
멜번을 기반으로 벌룬 관광회사를 운영하는 키프 손더스(Kiff Saunders)씨는 그의 벌룬을 채운 뜨거운 열기만큼 중국인 여행자로 그의 사업이 번성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제로 지난 1999년 중국 공산당 정부가 서구 국가 가운데는 처음으로 호주를 ‘승인된 여행 목적지’로 지정한 이후 중국 관광객들이 호주를 찾기 시작했고, 그의 사업도 이들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이어온 인바운드 여행사로의 성공은 현재 악몽이 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 중국 공산당 정부가 자국민의 호주 관광을 금지시킨 때문이었다. 이는 호주가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유럽 국가들과 한 배를 타면서 중국의 경제 보복 중 하나로, 중국은 맨 먼저 소고기와 와인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호주산 보리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고 이어 관광 및 유학생까지 금지시킨 상황이다. 관광 및 유학을 금지시킨 중국 공산당 정부의 명분은 ‘호주 내 인종차별 행위로 인한 안전 우려’였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 이전까지 손더스씨의 벌룬 관광객 중 절반은 중국 관광객이었고, 이로 인해 그의 직원은 42명까지 늘어났다.
빅토리아 관광산업협의회(Victorian Tourism Industry Council)의 펠리시아 마리아니(Felicia Mariani) 회장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호주는 가장 큰 단일 국제여행객을 잃게 됐으며 호주 관광의 황금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더스씨는 중국인 관곽 시장의 회복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지금 상황을 정치적이며 ‘백색소음’(white noise.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주파수가 맞지 않을 때 나는 것과 같은 소음)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여전히 호주의 최대 관광객 시장”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국제관광 산업은 연간 440억 달러 규모이며, 이중 중국 관광객에 의한 수입은 121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이 자국민의 호주 여행을 금지시킨 이유가 ‘인종차별’을 근거로 했다는 점에서 손더스 대표의 낙관과 달리 시장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년 전 중국 당국이 호주를 ‘승인된 여행 목적지’로 지정한 후 현재 중국민들이 갈 수 있는 여행 국가는 140개에 달한다. 이는 중국인들의 해외관광이 얼마나 빠르게 확대되었는지를 말해준다.
중국의 빠른 국제여행 시장 성장과 함께 호주 관광산업의 호주 의존도도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 상황 위축에 다른 호주 관광산업 취약성 및 중국과의 외교관계에서도 점차 힘을 잃게 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손더스씨는 중국 대상의 관광시장 성장이 경이롭다고 말했다. “일본 대상의 국제여행 시장은 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그는 “우리 정부가 더 이상 긴장관계를 멈추고 다른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호주정부 관광청(Tourism Australia)에서 근무했던 고위 간부 A씨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되고 국제여행이 다시 시작될 경우 호주 관광 마케팅 담당자들은 호주에서 휴가를 보내려 하는 다른 국가 여행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중국 공산당 정부는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제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를 지속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며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하지만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호주로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20%만 감소되어도 큰 타격이 될 것”임을 인정했다. 호주 관광산업은 중국시장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다른 국가에 대한 보복조치로, ‘관광’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 2017년 한국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요청에 따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를 배치하자 중국은 그해 3월 한국에 대한 중국인 관광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에 중국은 관광금지를 비롯해 수출제한의 보복조치를 취했고, 이로써 한국이 입은 피해 규모는 70억 달러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호주는 청정자연과 안전한 여행지라는 이미지로 중국 외 다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남부호주 캥거루 아일랜드(Kangaroo Island, South Australia)를 방문한 여행자들. 사진 : Tourism Australia
전체주의 국가인 중국 정부가 이 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의 여행유통 체계가 매우 규제적이어서 중국의 해외여행 산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단체관광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연방 관광부 사이먼 버밍엄(Simon Birmingham) 장관은 호주와 중국간 긴장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관광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장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호주정부 관광청’(Tourism Australia)은 호주의 최대 관광시장인 중국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멜번 ‘Global Ballooning’의 손더스씨는 그 동안 중국시장에 대한 그의 투자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호주정부 관광청과 협력해 중국관광객 유치에 성공했던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는 호주 관관상업에서 중국을 대체할 시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쩌면 인도가 대안일 수 있지만 이직은 중국시장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현실이다. 중국 관광객은 호주의 관광시장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는 것이 우려되는 이유이다.
시드니 서부, 둔사이드(Doonside)에 자리한 ‘Featherdale Sydney Wildlife Park’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전까지면 해도 전체 방문객의 20%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이 동물원의 마케팅 매니저인 사라 앙(Sara Ang)씨는 중국 당국의 자국민 호주여행 금지 조치에도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외여행자 감소 부분을 국내여행자로 채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 동안 피더데일 동물원은 호주 기반의 중국계 여행사와 협력해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왔다.
서부호주(WA) 에디스 코완대학교(Edith Cowan University)의 관광경영학 대학원의 김상균 부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의 여파로 호주를 ‘청정 녹색국가이며 안전한 여행지’로 마케팅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의 모국인 한국을 포함해 중국 외 다른 국가 여행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비춰질 것이라는 얘기다.
김 부교수는 “호주는 여전히 중국 이외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 있어 긍정적으로 인식된 인기 여행자”라며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여행자들은 더 똑똑하고 철저하며 조심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목적지를 선택한다면 호주처럼 안전한 곳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예측이다.
버밍엄 장관은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을 관리한 호주의 성공과 역량은 중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 사람들에게 호주를 안전한 국가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며 연방정부는 이를 전 세계에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는 그 동안 막혀 있던 국가간 여행을 시작하려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여행으로 침체된 관광산업을 위해 호주는 국내관광 진흥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관광업계는 정부가 한해 15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다시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