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침체 속에서 국제학생들이 원하는 일자리 부족과 함께 이들에 대한 임금 체불, 저임금, 노동착취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University of Melbourne
NSW대학교-UTS 공동 조사, 저임금-노동착취-성희롱 다반사
연구원들, “호주의 교육수출에 심각한 영향... 우려되는 상황” 지적
호주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유학생들이 임금착취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 6월 30일(화) NSW대학교와 시드니과학기술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TS)가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제기된 것으로, 연구원들은 “4년 전, 관련 조사 결과 해외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착취를 당하는 노동자임을 드러난 이후 개선된 것이 없으며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는 이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조사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UTS 법학과 부교수 로리 버그(Laurie Berg) 박사는 이날(30일) ABC 방송 시사 프로그램인 ‘7.30’에서 “더할 수 없이 안 좋은 상황(real perfect storm)에 처해 있다”는 말로 심각성을 표현했다.
시간당 7달러의 레스토랑 일자리
시드니대학교에서 아트와 정치학을 공부하는 아이리스 야오(Iris Yao)씨는 학업을 이어가고자 한 식당의 일자리를 얻었다. 그녀는 부모가 자신의 학비와 생활비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본인도 부모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식당에서 부엌청소, 설거지, 고객 서빙 등의 일을 하면서 버는 수입은 한 시간에 7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호주 법정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며, 20세 이상 캐주얼 잡(casual job) 임금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버그 박사는 야오씨의 사례에 대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야오씨처럼 호주 내 유학생들이 너무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버그 박사는 “그럼에도 이들은 이 현실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유학생 비자로 한 주(week)에 최대 40시간까지 일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트와 정치학을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 아이리스 야오(Iris Yao)씨. 그녀는 부모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고자 시드니에서 일자리를 구했지만 그녀가 받은 임금은 시간당 7달러에 불과하다. 사진 : ABC
UNSW-UTS의 공동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103개 국가에서 온 6천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최저 임금보다 적은 주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분의 1은 시간당 12달러 이하를 받았으며, 이들의 출신 국가로는 중국 학생이 최악의 상황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 유학생의 54%가 전체 유학생 가운데 가장 적은 임금을 받고 일을 해 왔다.
현재 호주의 법정 최저 임금은 시간당 19.49달러, 주(week) 3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주급은 740.80달러(before tax)이다.
낮은 임금, 노동착취에도 취약
직장 내 성희롱 피해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질 출신으로, 멜번(Melbourne)에서 비즈니스 리더십을 공부하는 폴라(Paula)씨는 ABC 방송 ‘7.30’에서 성희롱의 대상이 됐던 사례를 털어놓았다.
고용주는 그녀에게 키스와 속옷에 대한 질문을 서슴치 않았다. 그녀는 계속되는 고용주의 의도(?)를 거부했고, 얼마 되지 않아 고용주는 새로운 직원을 고용한 뒤 그녀를 해고했다.
브라질에서 온 유학생 폴라(Paula)씨는 고용주로부터 극심한 성희롱에 시달리다 일을 그만 두어야 했으며 전 고용주로부터 성희롱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기까지 했다. 사진 : Paula 제공
게다가 고용주는 일을 그만 두어야 했던 폴라씨에게 직장 내에서의 일을 발설하지 말라고 협박했으며, 비자조건 위반(한 주에 일할 수 있는 시간 초과)을 빌미로 이민부에 고발하겠다고 위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폴라씨와 같은 케이스는 드물지 않은 일이다. 또 다른 브라질 출신 탈리타(Talita)씨의 경우, 직장의 고위 간부가 그녀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려 하는가 하면 자신과의 섹스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그녀는 이 일을 고용주에게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직장을 잃은 것은 탈리타씨였다. 그녀는 브라질로 돌아갔고, 얼마 뒤 다시 멜번으로 돌아와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어가고 있다.
임금체불 다반사,
받아내는 데에도 상당 시간 소요
ABC 방송은 ‘7.30’ 프로그램에서 유학생 임금착취와 관련, 공개적으로 나서기를 두려워하던 여러 학생들의 이야기를 끌어냈다.
버그 박사는 “충격적”이라며 “정말로 국제학생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처벌을 피해가는 방법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토목공학을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 조너선(Jonathan)씨는 고용주로부터 받지 못한 6천 달러의 임금을 받아내기까지 2개월간 씨름해야 했다.
직장 내 고위 간부로부터 노골적인 성희롱을 겪고 고용주에게 이를 고발했지만 오히려 직장에서 해고된 탈리타(Talita)씨. 사진 : ABC
또 다른 중국 유학생 진(Jin)씨는 자신에게 3년 치의 적게 지불된 보너스를 받아내고자 고용주와 싸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녀가 미지급되었다고 주장하는 보너스는 1만 달러이다.
그녀는 시드니공항 내 한 면세점의 프로모션 담당으로 일을 했다. 하지만 같은 조건의 다른 직원에 비해 진씨는 적은 보너스를 받았다고 제기했지만, 고용주는 적법한 비용이라는 주장이었다.
버그 박사는 “국제학생들은 절실하게 소득을 원하고 있지만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용주들은 이들의 임금을 낮게 책정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려 할 수 있다”며 “국제학생들의 감소를 막고자 안간힘을 다하는 호주 고등교육 업계로써는 매우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지적했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