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 관련 민간 싱크탱크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가 인도네시아에 대한 호주인들의 지식 정도를 측정하는 연례조사 결과, 대다수 호주인들은 이웃 국가 인도네시아에 대해 여전히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Pixabay
국제학 싱크탱크 ‘로위연구소’ 조사... ‘발리’를 하나의 국가로 인식하기도
인도네시아는 지리적으로 호주와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탓에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휴양지 중 하나인 발리(Bali)는 호주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휴가 목적지이다. 현재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호주인은 연간 10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인도네시아 관련, 호주인들의 지식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민간 국제관계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의 조사를 통해 제기된 것으로, 동 연구소는 지난 2005년부터 인도네시아에 대한 호주인들의 지식 정도를 측정해 왔다.
최근 로위연구소가 내놓은 올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호주인들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다.
매년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호주인은 100만 명에 이르며 이들 대분의 목적지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휴양지 중 하나인 발리(Bali)이다. 사진은 발리의 Tanah Lot Temple. 사진 : Pixabay
호주 전역 2,400명을 대상으로 한 동 연구소의 올해 조사에서 인도네시아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보는 이들은 39%로, 이전 조사(2019년 34%, 2018년 24%) 결과와 비교해 두드러지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로위연구소의 동남아시아 프로젝트 책임자인 벤 블란드(Ben Bland) 연구원은 “인도네시아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한다는 호주인은 이전과 비교해 약간 증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출간 예정인 <Man of Contradictions: Joko Widodo and the Struggle to Remake Indonesia>의 저자이기도 한 블란드 연구원은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그 자체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인 대다수는 인도네시아를 이슬람 국가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 나라는 6개의 종교를 공식 인정하고 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의 한 불교 유적. 인도네시아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기원 후 100년에서 200년 사이이다. 사진 : Flickr / Adam Cohn
인도네시아가 민주주의를 채택한 이래 지난 22년 사이, 2억6,700만 명의 인구가 있는 수많은 섬을 가로질러 민주주의 전통을 확립하는 데 있어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블란드 연구원은 부패에 시달리는 의회, 정당 카르텔, 억만장자의 영향을 받는 정치계 등을 언급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이 나라를 비민주 국가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조사에서 이 같은 인식은 호주 젊은층 사이에서 보다 널리 퍼져 있다. 호주인들이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오해는 비민주 국가라는 것만이 아니다.
서부호주 퍼스(Oerth, Western Australia) 소재 ‘인도네시아 연구소’(Indonesia Institute) 로스 테일러(Ross Taylor) 소장은 “많은 호주인들이 발리(Bali)를 독립 국가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
찰스 다윈대학교(Charles Darwin University) 역사학 선임강사인 인도네시아 태생의 바네사 허먼(Vannessa Hearman) 박사(사진). 그녀는 수많은 민족이 어우러진 인도네시아의 경우 ‘다양성의 통합’을 일궈내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사진 : Charles Darwin University 제공
지리-인종 측면에서 매우 다양
인도네시아는 언어-인종 측면에서 가장 다양한 국가 중 하나이며, 최소 1만7,000개의 섬 가운데 6,000개의 섬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언어를 종합하면 전 세계 언어의 10%가 이 나라에서 통용되며 700개 이상의 오스트로네시안 언어(Austronesian language. 호주 원주민, 포모사, 말레이시아, 폴리네시아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줄기)가 600여 민족 사이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아일랜드 부모를 둔 호주 무용수 알피라 오설리반(Alfira O'Sullivan)씨는 이 군도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호주의 여러 학교에서 인도네시아 무용 워크숍을 운영해 왔다.
인도네시아 전통 무용교실 ‘Suara Dance’ 설립자로, 현재 NSW 주 중북부 해안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녀는 “학생들은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춤과 노래, 의상에 상당한 흥미를 보인다”면서 “인도네시아 전통문화를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 아체(Aceh), 웨스트 수마트라(West Sumatra), 웨스트 자바(West Java), 센트럴 자바(Central Java) 지역의 춤과 노래를 선보이고 문화를 공유하는 것은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87%가 무슬림이지만 네덜란드 식민지 영향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기독교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사진 : Pixabay
자카르타(Jakarta)를 수도로 하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1945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을 이룬 후 이질적인 공동체를 통합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다윈(Darwin, Northern Territory)을 기반으로 호주 각지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찰스 다윈대학교(Charles Darwin University)의 인도네시아 태생 역사학 선임강사 바네사 허먼(Vannessa Hearman) 박사는 “그렇지만 정부가 정한 통합의 틀을 적용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분쟁의 깊은 역사를 갖고 있기에 ‘다양성의 통합’이라는 국가적 모토를 완전히 실현하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한 예로 웨스트 파푸아(West Papua) 주 시민들에 대한 만연된 차별은 이 지역민과 경찰 사이의 반복적인 폭력 충돌을 야기했고, 정부는 이에 대한 비난을 받아 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또한 폭력적 전술을 활용, 최근까지 수년째 벌어지는 웨스트 파푸아의 독립 의지를 진압해 왔다. 지난 2002년 독립을 이룬 동티모르(Timor Leste)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전략을 구사해 왔었다.
허먼 박사에 따르면 또한 동부 인도네시아 거주민들도 자원 문제와 이 지역의 뚜렷한 문화적 다양성 속에서 갈등이 아물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아체(Ache) 주 등 보수적 이슬람을 지향하는 일부 지역이 있지만 이 나라의 무슬림은 꽤 온건한 편이다. 이는 군부 정권의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사진 : Flickr / Budi Nusyirwan
종교에 대한 인식도 부족
호주인들이 인도네시아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것들 가운데 또 하나는 ‘인도네시아가 이슬람 국가’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헌법은 이 나라를 세속적 국가로 규정하며 정부는 불교, 유교, 기독교 등 6개 신앙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
‘CIA World Factbook’에 따르면 이슬람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가진 압도적 신앙으로 약 87%에 해당한다. 아울러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의 영향으로 동남아시아에서는 개신교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이다.
지난 수년 사이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급격하게 성장했으며, 특히 이슬람의 보수적인 ‘샤리아 법’(Sharia Law)을 지향하는 아체(Aceh) 주에서는 이 종교 차원에서의 이 관습을 시행함으로써 전 세계 미디어를 장식하곤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무슬림은 꽤 온건한 편으로, 이는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인도네시아의 두 번째 대통령인 수하르토(Suharto)는 이슬람 신봉자들이 자신의 군부 정권에 도전할 수 있다고 우려해 이슬람 조직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1700년대까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 섬, 마카사르(Makassar) 지역 상인들은 북부호주(Northern Territory) 해안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그림은 이들이 타고 다녔던 선박. 사진 : Northern Territory 주립도서관
허먼 박사에 따르면 이슬람교는 인도네시아에 기반을 내리는 과정에서 이 지역 토착신앙과 관습, 다른 신앙과의 혼합인 싱크리티즘(syncretism)을 허용했다. “인도네시아 이슬람은 이 나라 사람들이 그 종교를 받아들이도록 하고자 각 지역의 토속 신앙이나 관행을 취했고 또 이를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영국 식민지 이전부터
호주 원주민-인도네시아인들 교류
1700년대까지 2세기 이상,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 섬, 마카사르(Makassar) 항구의 상인들은 북부호주(Northern Territory) 해안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이로 인해 욜릉구(Yolngu. 호주 북동부 Arnhem Land 기반의 원주민) 부족과 Makassan-Malayan 사람들 사이에 심오한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졌다.
마카사르 사람들은 중국에 판매할 해삼, 거북 등껍질, 진주조개 등을 찾고자 노던 테러토리의 섬과 해안을 방문했고, 아넘랜드(Arnhem Land)의 원주민들에게 담배, 술, 옥양목(calico), 직물, 쌀, 칼 등을 전해주었다.
2세기 이상 마카사르 사람들(왼쪽)과 호주 북동부 아넘랜드(Arnhem Land) 지역 원주민 욜릉구(Yolngu) 부족(오른쪽)과의 교류는 두 문화간 공통점을 만들어냈다. 사진 : Museo Nazionale Pigorini
이 같은 교류가 이루지는 동안 두 문화간의 언어는 ‘루피아’(rupiah. 돈), ‘발란다’(balanda. 백인)와 같이 수백 개의 공유된 단어를 만들어냈다.
허먼 박사에 따르면 이런 교역과 문화 교류는 호주에 영국인들이 정착하면서 갑자기 중단됐다.
아넘랜드의 작은 지방정부 지역인 이르칼라(Yirrkala)의 원주민 문화단체 ‘Dhimurru Aboriginal Corporation’에서 레인저로 일하는 가타푸라 무능구루(Gathapura Mununggurr)씨는 지난 2018년 호주 국영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카사르 사람들과의 교역과 문화적 교류는 이 지역에 하나의 유산이 됐다”면서 “이들은 욜릉구 사람들이 처음으로 접촉한 외부인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 호주인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인식-
‘인도네시아는 민주 국가이다’?
(연도 : 동의 / 동의 안 함 / 모르겠다)
2013년 : 33% / 51% / 16%
2015년 : 34% / 55% / 12%
2017년 : 28% / 50% / 22%
2018년 : 24% / 50% / 26%
2019년 : 34% / 59% / 7%
2020년 : 39% / 58% / 3%
Source: Lowy Institute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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