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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부는 현재 해외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공식적으로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높은 전파력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국경 통제의 중요성을 부인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수많은 워크비자 소지자들이 뉴질랜드에 입국하지 못하고 몇 개월째 해외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들은 영화 아바타 제작 유명인과 아메리카 컵 관계자 등의 입국은 허가하면서 뉴질랜드에 집과 직업이 있는 자신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일관성 없는 뉴질랜드 정부의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딱한 사정을 겪고 있는 이민자들의 최근 언론 보도 사례와 정부의 대책 등에 대해 알아 본다.

 

10년 거주한 뉴질랜드에 입국 거부

 

콜롬비아 출신 디에고 로드리구에즈(Diego Rodriguez), 캐롤라인 로드리구에즈(Diego Rodriguez) 부부는 지난 2009년 뉴질랜드에 이주했다.

 

로드리구에즈 부부의 두 딸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났고 디에고는 애시버튼(Ashburton) 근처 농장에서 보조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로드리구에즈 가족은 6년 만에 처음으로 고국인 콜롬비아로 휴가를 떠나 3월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뉴질랜드 귀국을 위해 콜롬비아에 있는 공항에서 수속을 하다가 체크인이 거부당한 이후 몇 달째 저금한 돈을 까먹으며 교착된 생활을 하고 있다.

 

디에고는 “모든 상황이 악몽과 같다. 공정하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고용주도 디에고가 농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라며 정부기관에 예외 입국 허가를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앤드류 블랙(Andrew Black) 농장 매니저는 “디에고는 나의 오른팔이고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필요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집과 직업이 뉴질랜드에 입국할 수 없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워크비자 소지자인 디왈드 바덴호스트(Dewald Badenhorst)는 아내, 세 자녀와 함께 4년째 오타고 지역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며 지역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바덴호스트 가족은 여권 갱신을 위해 2주 계획으로 본국에 체류하는 동안 국경 봉쇄로 3개월 넘게 집과 직업이 있는 뉴질랜드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그 동안 디왈드 처남의 임시 거처와 연로한 부모 집에 얹혀 지냈으나 수입이 없고 뉴질랜드의 고정 비용은 계속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실업률이 30%에 가까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구직이 어렵고 뉴질랜드 이민을 위해 기존 직장을 스스로 그만두었기 때문에 복지혜택도 받을 수 없다.

 

몇 개월째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세 자녀에 대한 걱정도 크다.

 

온라인으로 예외 입국을 신청할 때마다 새로운 정보를 기입하며 희망을 가져 봤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거부됐다는 것이다.

 

농민연합의 크리스 루이스(Chris Lewis)도 “40-50명은 높은 기술을 가진 인력으로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며 바덴호스트를 지원했다.

 

바덴호스트는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많은 밤들을 눈물로 보냈다”고 털어놨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극심한 스트레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거주하는 워렌 블런덴(Warren Blunden), 리자 블런덴(Lisa Blunden) 부부는 작년말 뉴질랜드에 방문하면서 이민을 결심하고 워렌이 타우랑가에서 배관공 일자리를 얻어 워크비자를 획득했다.

 

블런덴 부부는 타우랑가에서 올 3월 20일부터 주당 630달러를 지급하는 렌트 계약을 하고 약 6만달러를 들여 차량과 공구를 구입했다.

 

본국으로 돌아간 이들은 집과 자동차, 배관 사업을 정리하고 3월초 뉴질랜드로 짐을 부쳤다.

 

또 저축의 80%를 뉴질랜드로 송금하고 두 자녀의 학교도 그만두게 했다. 

 

3월 30일 뉴질랜드행 항공편을 예약하고 리자와 두 자녀의 비자를 기다리는 동안 뉴질랜드가 록다운에 들어갔고 국경이 봉쇄돼 이들 가족은 갑자기 뉴질랜드에 입국할 길이 끊겼다.

 

워렌을 고용한 타우랑가의 고용주는 몇 주 기다리기로 했지만 너무 오랜 기간 그 자리를 비워 둘 수는 없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현재 원 베드룸 플랫에서 렌트로 지내고 있는 블런덴 가족은 뉴질랜드에 도착한 살림 보관료로 주당 500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등 늘어난 생활비 때문에 뉴질랜드로 송금한 돈 일부를 다시 찾아야 할 형편이고 두 자녀를 다시 학교에 보내야 할 지도 고민하고 있다.

 

블런덴 가족은 뉴질랜드 이민부에 예외 입국을 신청했지만 뉴질랜드에 입국하려는 다른 워크비자 소지자들이 많다며 거부당했다.

 

워렌은 “뉴질랜드 일자리를 잃으면 모든 계획이 실패하고 많은 돈을 헛되이 쓰게 된다”며 “불확실성으로 가족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워크비자 소지자들이 입국이 가능한지와 언제가 될지에 대한 일정 만이라도 뉴질랜드 정부가 알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3개월 넘은 해외 생활로 바닥난 은행잔고

 

영국 출신 워크비자 소지자인 찰리 그랜트(Charlie Grant), 자라 미킨스(Zara Meekins) 커플은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발리로 휴가를 갔다가 발이 묶인 사례이다.

 

이들 커플은 국경이 통제되면서 3개월 넘게 그들이 살고 있는 퀸스타운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들어간 경비로 은행 잔고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이 커플의 고국인 영국에는 5년 전에 뉴질랜드 이민을 위해 모든 것을 정리했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는 것이다.

 

그랜트는 “이민부에 인도주의 기준의 예외 입국 신청을 수 차례 신청했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정형화된 내용의 거부 결정이었다”며 “우리는 낯선 해외에서 생활비도 거의 떨어지면서 발이 묶여 있는데 얼마나 더 상황이 악화돼야 이민부가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며 한숨 지었다. 

 

가까운 장래에 임시비자 소지자 대량입국 계획 없어 

 

뉴질랜드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지지 않은 임시비자 거주자들은 이민부에 온라인으로 예외 입국을 신청하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이민부에 접수된 예외 입국 신청은 거의 2만2,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민부는 그 가운데 약 3,500건을 승인했다.

 

이안 리스-갤로웨이(Iain Lees-Galloway) 전(前) 이민장관은 “정부는 뉴질랜드에 입국하려는 사람들의 기회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으나 안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높은 기준을 세우고 있다”며 “본국에서 친척이나 주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고 임시비자 소지자들을 대량으로 뉴질랜드에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은 가까운 장래에 없다”고 밝혔다.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지난 3일 “현재 영구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의 귀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영주권이나 시민권 소지자가 아니고 뉴질랜드를 생활 근거지로 했으나 해외에서 발 묶인 사람들이 다음 차례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던 총리는 얼마나 빨리 변화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입국하지 못하고 있는 이민자들을 무료로 돕고 있는 이민 전문가 케티 암스트롱(Katy Armstrong)은 “워크비자를 승인해준 정부가 이제 그 워크비자 소지자들의 경제 기여도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랜트 로버트슨(Grant Robertson)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 “해외에서 오는 유학생들을 격리하는데 필요한 시설을 세우는데 시간이 걸릴 것” 이라고 밝혀 올해 학생비자 소지자들의 입국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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