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 성 우한(Wuhan, Hubei)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속출하고 바이러스로 확인되기까지 첫 한 달여, 호주 외교부의 중국내 채널은 관련 정보 수집 및 외교부로의 보고가 크게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를 진료하는 중국의 한 병원. 사진 : 신화통신
1월 말까지 캔버라에 상세 보고 없었던 듯... 질병 상황, 중국 현지 발표에 의존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난해 12월 전에 발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호주 외교부의 중국 내 채널이 이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8월 31일(월) ABC 방송은 “이제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외교부(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DFAT) 전문(cable)은 올해 초 중국 후베이 성에서 있었던 코로나 바이러스 비상사태에 대해 호주 관리들이 사태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알게 해 준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분적으로 삭제된 현지상황 전문은 DFAT의 중국 내 임무가 1월 말까지 세부상황 파악 정보를 캔버라로 보내지 않았음을 암시하며, 전문의 업데이트 내용은 주로 중국 현지 성명서를 근거로 한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후베이 성 우한(Wuhan) 시에서 발생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집단 발병’을 처음 보고했으며, 이로부터 일주일 후에야 공식적으로 바이러스임을 확인했다.
이틀 후인 1월 2일, DFAT는 주 상하이 호주영사관으로부터 ‘우한에서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사스(SARS)와 유사한 바이러스라는 소문으로 이어진다’는 첫 번째 공식 전문을 받았다.
이날 상하이에서 보내온 짧은 전문은 호주의 한 온라인 뉴스 사이트가 ‘SARS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보도함에 따라 DFAT로 보내온 것으로 추정되며, DFAT는 “중국 당국이 최근 우한에서 27건의 미확인 호흡기 질환에 대해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6일 후인 1월 8일, 상하이 호주영사관은 후베이 성 지방 당국이 59건의 사례를 확인했음을 언급하면서 ‘우한에서 발생 가능한 호흡기 질환’에 대해 10가지 업데이트 내용을 호주로 발송했다.
이와 함께 상하이 호주영사관은 ‘특히 상황 변화가 있을 경우 지속적으로 발병을 모니터링 하고 추가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올해 초 우한에서의 바이러스 상황에 대해 보고 책임을 맡은 상하이 호주영사관은 후베이 성 성도인 우한에서 1천2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당초 이 치명적 COVID-19는 우한의 불법 야생동물 도축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전문이 도착한 이틀 후(1월 10일), 연방 보건부는 DFAT를 포함한 여러 정부 기관에 ‘바이러스성 폐렴- 중국’(Viral Pneumonia- China)이라는 제목의 긴급 내부 보고 자료를 발표하면서 “이 치명적인 발병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보건부의 이 내부 보고문서는 “인간 대 인간, 또는 장기간의 전염, 그리고 공식 위험평가가 완료되기 전에 잠재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보고문서는 ‘공식 용도’(official use only)라고 표기된 내부 문서로, 연방 보건부 내 국가적 사건 담당부서는 “발병에 대한 모든 이용 가능한 정보를 계속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자문을 업데이트 할 예정”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렉스 패트릭(Rex Patrick) 상원의원이 정보자유법에 의거해 입수한 외교부 해외 채널의 전문들 중 일부. 패트릭 의원은 이 전문들을 기반으로 “위기 상황에 대한 호주의 외교적 대응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방 보건부가 이렇게 통지하고 1주일 후인 1월 17일, 상하이 호주영사관은 ‘우한 호흡기 질환이 코로나 바이러스임을 확인했지만 인간전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WHO의 발표 내용을 DFAT에 보내왔다.
1월 21일, ‘중국 전역에 걸쳐 219건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례가 나왔고 4명이 사망했다’고 확인되기 전까지 베이징에 있는 호주대사관의 공식 전문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 같은 사례 확인 후 중국 주재 호주대사관은 ‘시진핑 주석이 노고를 아끼지 말라고 지시했다. 중국 보건 당국이 최고 수준의 예방 및 통제조치를 시작했다’ ‘중국인들이 춘절을 기념하고자 주말부터 대규모 이동을 시작함에 따라 바이러스가 더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짧게 보고했다. 호주대사관이 이 같이 보고했을 때, 이미 태국과 일본, 한국 및 미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사례가 기록되고 있었다.
이 전문이 호주 외교부로 발송되기 하루 전, 중국 당국은 바이러스가 사람간 전파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1월 21일 이후 베이징 호주대사관이 보내온 전문은 전염병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질병 발생 이후의 상황보고 시점에 대한 초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암시한다. 이날(1월 21일) 이후 호주대사관이 보내온 보고는 △1월 23일 감염사례 585건 발생, 사망 17명 △1월 24일 830건 발생, 사망 25명 △1월 25일 1,326건 발생, 사망 41명 △1월 26일 1,975건 발생, 사망 56명 △1월 27일 2,744건 발생, 사망 80명으로, 급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드러낸다.
초기 전문 지연으로 인한 우려는
이 문서는 무소속 렉스 패트릭(Rex Patrick) 상원의원이 정보자유법에 의거해 입수한 것으로, 패트릭 의원은 “위기 상황에 대한 호주의 외교적 대응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 초기 첫 한 달 동안, 중국 주재 호주 외교 및 영사관(베이징 호주 대사관 및 청두-광저우-홍콩-상하이-선양 영사관)은 대중 소식통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적은 보고만 했다”는 게 패트릭 의원의 말이다.
이어 패트릭 의원은 “호주 외교 서비스는 정보를 신속히 입수하고 정보원을 활용하며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전 주요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갖추고 있다”면서 “하지만 외교부 채널은 보고가 늦었고 중국 공산당 당국의 공개 성명 이면에 실제로 어떤 일이 있는지를 말할 수 있는 출처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된 상원 조사에 앞서 DFAT의 프랜시스 애덤슨(Frances Adamson) 사무총장은 “호주 외교관들이 중국에 있는 WHO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덤슨 총장은 지난 8월 20일 상원 조사위원회와의 대면 인터뷰에서 “그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주요 정보원이며 일반적으로 그 정보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