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8년 동안 교육 회사에서 몸담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교육환경에 맞는 신규사업을 기획하고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였고 10년 전부터는 이 사업모델을 해외로 진출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4년 전부터는 해외법인에서 직접 현지인 대상으로 교육사업을 총괄하게 되었다. 교육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문화를 함께 파는 것이기에 본받을 만한 국격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한국의 교육 컨텐츠와 시스템을 해외에 판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글로벌 브랜드 Eye Level을 통해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현재 20여 개 국에 진출하였고 한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의 교육 브랜드도 함께 부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필자는 미주법인장을 맡아서 미국과 캐나다의 Eye Level 센터들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 많은 도시들을 방문하고 머물면서 10% 정도 되는 한국 프랜차이즈들을 통해 우리 한국 교민들의 교육에 대한 열망과 한국어 교육에 대한 실정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20, 30년 전에도 여전히 현지에 자리 잡는 것이 우선이다 보니 자녀들에게 한국어 교육보다는 어떻게든 현지 학교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영어를 더 잘 배우고 말할 수 있도록 집에서도 영어 사용을 중시해왔다. 그래서 많은 우리 한국인 2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삼성, 엘지 같은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서 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길 희망함에 따라 영어보다는 오히려 한국어를 잘 할 줄 아는 우리 한국계 미국인들이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이런 환경의 변화로 인해 미국과 캐나다에만 약 1000개의 한글학교들이 있고 활발하게 우리 한국인 2세들의 한글 교육을 하고 있다. 물론 초기에는 교회를 중심으로 소규모로 시작이 되었지만 점차 지역 한인회와 재외동포재단의 지원으로 그 체계가 잡혀져 갔다고 한다. 다만 지역적인 특성으로 한글학교를 오기 위해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고, 우리 학생들의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하다 보니 수준별 학습을 위한 교재와 선생님들의 노력이 몇 배가 필요한 상황으로 인해 200여개 이상의 한글학교들이 한국의 눈높이교재를 사용하기 원하여 우리 법인에서 한글학교만을 위한 눈높이 교재를 수입하여 공급하는 일을 계속 진행하였었고 현재는 직접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교민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2009년 처음 출장으로 홍콩을 방문하였는데 그 당시 우리의 글로벌 브랜드는 e.Nopi였다. 홍콩에 막 센터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던 때였다. 센터들을 방문하면서 참 신기했다. 우리 한국의 눈높이 컨텐츠(영어 버전)를 현지 홍콩인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미래 글로벌 교육기업으로서의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9년 필자는 홍콩 법인장으로 부임을 하였고 2020년 대교 홍콩이 홍콩에서의 1위 교육기업을 넘어 사우스차이나에서 넘버원 교육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신규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디지털 컨텐츠 및 로컬 컨텐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10년 후가 더욱 기대된다.
홍콩에서는 문화적으로도 그렇고 특히 교육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미국보다는 정신적으로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우리 한국 커뮤니티와 홍콩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한국국제학교와 토요 한글학교였다. 처음에는 CSR 활동 차원에서 협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을 하였지만 홍콩의 한인 사회는 그 역사가 오래되고 한국과 가까워서인지 대부분이 자리를 잡았으며 KIS 또한 체계가 잘 잡혀 있어 굳이 CSR 차원의 지원은 필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더 배울게 있을 것 같고 나의 경험이 필요하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토요 학교와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홍콩 토요 학교 60년 역사의 일부분이 될 수 있었다.
홍콩의 토요 학교는 전 세계 2000여 개의 한글학교 중에서 가장 잘 운영되는 학교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교육 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교사의 인력 풀 또한 정규 학교와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을 만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더욱 경쟁력 있는 것은 우리 학생들의 특성과 언어 환경에 따라 초등학교부터는 한국어와 국어를 배우는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고, 올해부터는 초등 1학년은 쉬운 국어반을 개설하여 수준별 눈높이 맞춤 교육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홍콩에 살고 있는 우리 한국 학생들에게는 토요 학교가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월 6일은 토요 학교가 개교한지 60년만에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개학과 수업을 하였는데 모든 선생님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학부모님들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 없이 진행이 되었다. 뉴노멀 시대에 맞도록 토요 학교도 온라인 시스템을 준비하고 지속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선생님들과 힘을 모아 준비해 나가고 있다. 이제 2학기 모집은 한글 교육이 절실한 유치부까지 개학을 준비하고, 언제든 온라인 전환이 되어도 지속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대부분이 홍콩 내 국제학교를 다니는 우리 한국 학생들이 모국어를 포기하지 않고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인의 정체성 토대 위에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데 기여를 하는 토요 학교가 될 것이다. 홍콩의 토요학교가 우리 홍콩 한인사회, 나아가 글로벌 코리안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60년 역사의 그 한 페이지를 온전하게 채워내고 싶다.
홍콩 토요 학교장 김재수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