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침체와 인구증가 정체는 시드니 지역 아파트 수요 감소로 이어져 향후 가격하락이 예상된다. 전염병 사태의 영향이 장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시드니 서부 지역에서 개발을 앞둔 아파트 건설 가상도. 사진 : Realestate
전문가들, ‘전염병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일부 프로젝트는 보류’ 경고
지난 수년 사이 높은 수요로 강세를 보여 오던 시드니 아파트 가격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점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경기침체와 정체된 인구증가로 일부 개발 프로젝트는 보류될 가능성도 많다.
다만 전염병 사태 이전 ‘내집 마련’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젊은이들에게는 ‘부동산 사다리’를 잡을 기회가 되며, 이들의 수요가 증가한다면 가격하락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지난 수년간 아파트 등 유닛 가격은 부동산 시장에서 큰 폭의 등락 없이 지속적인 상승을 이어 왔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는 지난 수년 사이 볼 수 없는 사례”라고 말한다.
최근 부동산 정보회사 ‘도메인’(Domain)이 집계한 올 6월 분기(2분기) 주택가격에 따르면 COVID-19 영향으로 올해 연초 이후 시드니 아파트 가격상승은 급격히 둔화됐다. 6월 분기 아파트 중간가격은 73만4,417달러로 지난 6개월 사이 1.9%가 떨어졌다.
시드니 지역 주택(house)은 6월 말까지 3개월 사이 2%가 하락, 중간가격은 114만3,012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EY’의 조 마스터(Jo Masters) 선임연구원은 “시드니 지역에서 주택건설 붐이 일던 시기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인구증가(해외에서의 유입자)가 정체됐고 투자자들 또한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터 연구원은 이어 “광역시드니 인구증가의 3분의 2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에 의한 것으로, 시드니에 이어 멜번 또한 두 번째로 많은 이민자들이 정착하는 도시”라면서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내년도 인구증가는 지난 100년 이래 가장 느린 속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구 정체는 주택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게다가 국경 폐쇄로 해외에서의 장단기 입국이 막힘에 따라 단기 임대주택(주로 아파트)이 공급 증가에 추가됐고, 이는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AMP 캐피털의 셰인 올리버(Shane Oliver) 선임연구원 또한 구매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보다 많은 아파트가 매물 리스트에 추가되면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1990년대 초 호주의 경기침체로 이민자 유입이 크게 감소했을 당시 부동산 시장 또한 둔화돼 2000년대 중반까지 회복되지 않았던 전례를 언급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시장 타격은 향후 수년간 잠재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전염병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와 실업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가 이민자 수용을 확대하는 것도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이번 전염병 사태는 비교적 오래 동안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메인’ 선임 연구원인 니콜라 파월(Nicola Powell) 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아파트 건설은 물론 향후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박사는 “실제로 NSW 주의 아파트 건축 승인건수는 떨어지고 있다”며 “전염병 사태로 건축자재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울 뿐 아니라 ‘사전 판매’(off the plan)가 가능한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신규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중개회사 ‘BresicWhitney’의 섀넌 위트니(Shannan Whitney)씨는 “주택을 구입하려는 시드니 거주민들의 가장 큰 과제는 높은 가격이었다”면서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인한) 향후 적정 가격(affordability)은 예비 구매자들을 아파트 시장으로 불러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