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호주의 세 번째 산업 규모를 자랑하던 국제교육 부문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연방정부는 아직 국제학생을 다시 받아들이는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시드니 도심의 UTS 캠퍼스. 사진 : ABC 방송
지난 7월 호주 입국 유학생 40명 그쳐... 남아 있는 학생들도 떠나는 상황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는 관광산업뿐 아니라 국제교육 부문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재정의 상당 부분을 해외 유학생들에게 의존하던 호주 대학들은 내부적으로 유사 학과를 통합 또는 폐쇄하는가 하면 직원 수 감축을 단행하고 있다.
호주가 여전히 해외여행 금지를 이어가고 있으며 또한 해외에서의 유입을 거의 차단한 가운데 국제 학생들을 호주로 유치하는 프로그램이 언제 본격적으로 시작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학생 감소로 영향을 받은 곳은 대학뿐 아니다. 이들에 의존하는 관련 분야 업체들은 내년도 유학생을 다시 받아들인다 해도 업계가 예전과 같은 상태로 회복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 교육부 댄 테한(Dan Tehan) 장관은 최근 ABC 방송 비즈니스 프로그램인 ‘The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호주가 국제 학생을 받아들이는 시점’에 대해 “아직은 말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초 ACT(Australia Capital Territory)와 연방정부는 올 2학기 350명의 유학생을 캔버라(Canberra)에 유치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계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멜번(Melbourne)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2차 파동으로 연기됐다.
ABC 방송 비즈니스 프로그램인 'The Business'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는 연방 교육부 댄 테한(Dan Tehan) 장관. 정부가 국제학생을 받아들이는 시점에 대해 "아직은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 : ABC 방송 화면 캡쳐
8월에는 남부호주(South Australia) 주가 연방정부과 협력하여 300명의 해외 학생을 받아들이는 시범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국제학생은 아직 입국하지 않았다. 테한 장관은 국제학생을 다시금 유치하기 위한 시범 프로그램이 언제 시작될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장관은 “남부호주 주 정부가 국제학생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열망이 있지만 우리(연방정부)는 해외에 있는 호주인 귀국과 관련한 내부 국경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현재 호주는 해외의 호주인이 귀국하는 수를 한정하고 있다. 검역문제 등으로 한꺼번에 많은 수를 입국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남부호주는 한 주(week)에 50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테한 장관은 “남부호주 주 정부가 해외 유학생을 받아들이기 전에 해외에 있는 자국민을 먼저 귀국시키도록 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민 및 유학 대행사에서 일하는 시마 샤(Seema Shah) 에이전트. 그녀는 “호주로 입국하지 못한 유학생들의 경우 대개는 이미 학비를 지불한 상태이기에 결국은 다시 호주로 입국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이다. 사진 : IAEC 제공
전염병 사태 이후 국제학생 입국,
수만 명에서 수십 명으로 감소
연방 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호주에는 55만5,310명의 학생비자 소지자가 호주에 남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신규 입국은 중단된 상태이다.
호주통계청(ABS)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약 14만4천 명의 학생이 입국해 2학기 수업을 시작했다. 올해 7월, 2학기 강의에 참여하기 위해 호주로 들어온 국제학생은 40명에 그쳤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국제여행이 상당히 제한되면서 호주에 체류하던 학생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아 지난해에 비해 호주를 떠난 학생 수는 더 적은 편이다. 하지만 호주를 떠나는 학생들 수는 여전히 새로 입국하는 학생을 크게 초월한다.
시드니, 멜번, 브리즈번 도심 및 인근 지역 부동산의 약 30%는 국제학생을 대상으로 한 임대 주거지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이런 주택들은 대부분 비어 있다. 사진 : ABC 방송 화면 캡쳐
전염병 사태로 각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함에 따라 유학생들은 호주 대학 캠퍼스에서의 생활을 경험하지도 못하고 있다. 테한 장관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함께 각 대학이 빠르게 원격 강의로 전환한 것은 ‘좋은 선택’(second to none)이라고 언급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서도) 호주 대학에 등록하고 온라인 강의를 통한 학업을 선택한 국제학생들은 결국 호주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6만5,839명의 국제학생은 올해 1학기 학업을 연기했으며 이후 이들의 21%만이 온라인 강의 수업에 참여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유학 및 이민 업무에 종사해 온 시마 샤(Seema Shah) 에이전트는 “이미 호주 학생비자를 소지한 국제학생들이 대학에 학비를 지불한 상태에서 학업을 연기했기에 결국은 호주에서 계속 학업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의심할 여지없이 유학 관련 시장은 상당한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샤 에이전트는 “영국의 경우 9월 학기를 위해 국제학생들의 여행을 허용했고, 이로 인해 호주는 유학생 유치에서 영국에게 밀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도시에서 유학생을 위한 임대숙소를 운영하는 ‘Iglu Student Accommodation’의 학생 공동 구역. 시드니를 비롯해 멜번, 브리즈번에서도 문을 열고 있는 이 숙소의 유학생 입주 비율은 약 80%였으나 지금은 국제학생 입주자를 찾아볼 수 없다. 사진 : ABC 방송
줄어든 유학생, 숙박업체들 ‘타격’
전염병 사태로 국제학생이 줄어들면서 대학만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교육 분야 싱크탱크인 ‘미첼연구원’(Mitchell Institute)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대학 주변이나 인근 교외 지역 숙소 중 30%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용 주거지이다.
국제학생들이 호주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지출하는 부분을 보면 3분의 1은 소매 및 요식, 3분의 1은 부동산 부문, 즉 주거지 임대료이다.
시드니 도심 지역(inner Sydney)에 자리한 유학생 숙소 ‘Iglu Student Accommodation’은 올해 거의 비어 있는 상태이다.
부동산 컨설팅 사인 ‘Urbis’ 자료를 보면 호주에는 거의 11만3천 개의 유학생 전용 숙소가 있다. 여기에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이 같은 숙소는 4만4,500개에 이른다.
‘Urbis’의 클린턴 오스왈드(Clinton Ostwald) 대표는 “지난 6년 사이 학생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부동산은 상당한 성장을 보였다”면서 “이런 숙소 중 약 절반은 대학이 직접 또는 합작 투자를 통해 소유하고 있으며 약 40%는 민간 개발회사가, 이외는 대학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글루’(Iglu Student Accommodation)는 시드니, 멜번, 브리즈번(Brisbane)에서 국제학생을 위한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글루 숙소의 80%는 국제학생이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학생이 감소하면서 호주 국내 학생들의 입주가 더 많아지겠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전처럼 많은 해외유학생이 돌아오기까지는 몇 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Urbis’에 따르면 지난 6년 사이 국제학생 숙소 사업은 큰 성장을 보여 현재 호주 전역에는 ‘Iglu Student Accommodation’와 같은 유학생용 숙소가 11만3천 개에 달한다. 사진은 ‘Urbis’의 오스왈드(Clinton Ostwald) 대표. 사진 : ‘Urbis’ 제공
■ 학생비자 소지자 호주 도착 및 출국
(월 : 2019년 도착 / 2019년 귀국 / 2020년 도착 / 2020년 귀국. 명)
1월 : 90,260 / 68,720 / 91,610 / 75,640
2월 : 183,900 / 44,650 / 121,320 / 28,960
3월 : 72,150 / 31,960 / 60,360 / 42,130
4월 : 44,500 / 45,410 / 30 / 9,910
5월 : 34,260 / 39,300 / 40 / 5,460
6월 : 46,040 / 118,850 / 60 / 7,450
7월 : 143,840 / 65,290 / 40 / 12,130
8월 : 54,960 / 39,680
8월 : 45,300 / 48,430
10월 : 50,830 / 39,230
11월 : 38,260 / 109,430
12월 : 38,690 / 142,940
Source: ABS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