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사태로 호주가 국경을 폐쇄한 가운데 이런 상황이 2021년까지 이어진다면 호주 항공업 종사자의 95%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 호주의 각 항공사는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한 상태이다. 사진 : ABC 방송
Qantas-Virgin Australia, 현재 5% 미만 인력으로 항공운항 중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 사태로 가장 직접적 타격을 받은 분야는 관광 및 항공업계이다. 이런 가운데 이른 시일 내 호주 국경 폐쇄가 해제되지 않을 경우 호주 항공 산업의 95% 인력이 실직될 수 있다고 경고가 나왔다.
호주의 대표적 항공사인 콴타스(Qantas Airline)와 버진 오스트레일리아(Virgin Australia Airlines)는 COVID-19 사태 직전 4만 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하지만 전염병 발생 이후 호주를 비롯해 전 세계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두 항공사 모두 약 5%의 인력으로 운영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항공운항에 관한 정보 및 분석, 평가를 제공하는 ‘Air Intelligence’의 항공경제학자
토니 웨버(Tony Webber) 연구원은 “이런 상황이 2021년까지 지속될 경우 호주의 두 항공사 직원은 2천 명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ABC 방송 뉴스 프로그램인 ‘7.30’와의 인터뷰에서 “국경이 폐쇄되었기에 항공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국제간 운항 대신 일부 지역 항공편을 운영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는 시장의 매우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다”
‘Virgin Australia’ 사의 폴 스커라(Paul Scurrah) 대표는 “항공 산업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항공 분야의 일자리를 보장해 줄 CEO나 전 세계 관광부문 리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부문은 이번 전염병 사태로 가장 직접적 재정 타격을 받은 산업 분야 중 하나이다.
Virgin Australia는 이 영향을 극복하지 못한 채 행정관리에 들어갔고 ‘Bain Capital’에 인수됐다. 하지만 저가 항공사인 타이거 항공(Tiger Airways)은 문을 닫았다. 스커라 대표는 “현재 항공사에게 닥친 가장 큰 위협은 주(State) 경계 봉쇄”라고 지적했다.
호주에서 최연소로 항공기 조종사 자격을 획득한 글렌 스파크(Glen Sparks)씨. 상업용 항공기 조종사를 꿈꾸었던 그는 지금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널드’에서 일하며 항공사가 되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사진 : Glen Sparks 제공
이어 “전염병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국경 재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한 스커라 대표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어느 쪽이든 바이러스 문제가 없는 곳에 노선을 폐쇄해야 한다는 논리는 없다”고 말했다.
보류 중인 항공사 근무의 꿈
이미 항공업계에 종사하거나 이에 합류할 계획이었던 이들에게 전염병 사태는 암울한 그림자에 뒤덮인 상황이다.
글렌 스파크(Glen Sparks)씨는 3년 전, 호주에서 최연소 나이로 항공기 조종사 자격을 획득했다. 그는 “15살 생일 때 첫 솔로 비행을 했다”면서 “내가 기억하는 한 늘 비행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염병 사태는 그런 그의 꿈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상업용 항공사 조종사가 되는 열망을 갖고 있었다”는 그에게 있어 현재 이 분야는 그의 열망과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항공기 조종사 자격을 획득하기까지 많은 비용을 지불했던 그는 현재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에서 교대근무로 일하며 이 비용을 상환하고 있다. 스파크씨는 “수많은 이들이 지상에서의 일과 비행 서비스 기회를 잃고 있음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다.
항공서비스 일이 필요한 사람들
캐서린 피어슨(Catherine Pearson)씨는 스파크씨와 달리 상대적으로 항공 산업의 황금기를 경험했다.
타스마니아에서 태어나 자란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하늘을 나는 일을 동경했다. 그녀가 타스마니아를 벗어났을 때, 집으로 돌아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었고, 그 때부터 그녀는 승무원을 꿈꾸었다.
결국 그녀는 지난 1988년 항공사 승무원이 됐다. 그리고 지난 3월 어느 날, 비행을 마치고 호주로 돌아온 그녀는 코로나 바이러스 검역 차원에서 14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했다. 그 뒤로 그녀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직장을 구했고 전염병 사태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 부문의 일자리를 찾았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했던 캐서린 피어슨씨. 어린 시절부터 이 직업을 갈망했던 그녀는 지난 1988년 승무원이 됐고, 지난 3월 일자리를 잃은 후 의료서비스 분야의 새 직장을 구했다. 하지만 피어슨씨는 항공운송이 정상화 되면 다시 승무원으로 일하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사진 : ABC 방송
현재 그녀는 고령자 케어 서비스 교육을 받으면서 한 병원의 행정업무를 맡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항공 분야가 정상화되면 승무원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 운송 서비스가 2022년에는 다시 활발하게 재개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피어슨씨는 “우리는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들 또한 국제여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경이 해제되어도
정상화까지는 시간 걸릴 것”
항공분야 관계자들은 국경이 해제되더라도 항공업 분야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 조종사가 승객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사전 비행시간 등 갖추어야 할 엄격한 사항이 있다. 현재 항공기 운항이 크게 줄었기에 정식 조종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필요한 비행시간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전문가인 닐 한스포드(Neil Hansford)씨는 “충분한 비행시간이 없으면 조종사를 훈련시킬 방법이 없다”면서 “다행히 두 항공사가 올해 크리스마스 성수기까지 이전 용량의 70%를 운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 한편 Virgin Australia는 COVID-19 방역 차원에서 모든 규정을 준수할 것이지만 항공기 내에서 승객간 물리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문제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공기 내 모든 좌석을 채울 수 없는 비행은 (재정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국제 여행을 갈망하고 있으며 제한이 해제되면 여행업은 다시 살아나리라 본다”고 전망하면서 “항공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는 것을 조만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이 산업이 지난 시간의 궤적을 이어간다면 항공산업은 더 성장할 것”이라면서 “항공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싶은 이들에게 열림 마음을 가지라고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