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사태로 4개월 늦게 발표된 올 회계연도(2020-21년) 연방 예산 계획에서 정부는 일자리 확대와 경기부양에 주력했다. 이를 위한 지원금 확대는 정부 예산적자폭을 더욱 늘릴 수밖에 없으며, 국가부채 또한 증가하게 됐다. 사진은 ‘일자리 예산’을 강조하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그래픽. 사진 : 시드니 모닝 헤럴드 뉴스 동영상 캡쳐
젊은 구직자-납세자-비즈니스-건설 부문 혜택, 정신건강 서비스 확대
정부 예산적자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 ‘JobSeeker’ 보조금 비율 감소
전염병 사태로 인한 급격한 경제위축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부양에 초점을 두는 예산 계획을 마련했다.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와 조시 프라이덴버그(Josh Frydenberg) 재부장관은 지난 10월 6일(화) 올 예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를 불황에서 건져내기 위한 ‘일자리 예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가부채 및 정부 예산적자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산안에서 혜택을 받는 분야(winner)와 그렇지 않은 부문(loser)을 알아본다.
■ Winner
▲ 납세자 : 올해부터 정부는 두 번째 단계의 감세를 조기에 시행한다. 이로써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은 연간 최소 1천 달러의 세금을 덜 납부하게 된다. 세감 감면 혜택은 올 회계연도가 시작된 7월부터 적용된다. 다만 이미 납부한 세금 중 감면 부분 환급은 내년 6월 30일, 회계연도가 끝나 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혜택으로 연간 4만5천 달러에서 9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이들은 1천80달러의 세금을 덜 납부하게 되며 9만 달러 이상 소득자는 최대 2천565달러의 세금을 감면받는다. 정부는 또한 저소득 및 중산층 가정의 소득세를 1년간 상계(Income Tax Offset)한다.
▲ 건설 부문 : 일자리 창출 및 현금 흐름을 늘리고자 호주 전역의 건축 부문을 자극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가 6억8,800만 달러 규모의 ‘HomeBuilder’ 계획으로, 기존 주택을 새로 신축하거나 개조하도록 현금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새 인프라 프로젝트에 140억 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여기에는 도로, 철도 건설에 75억 달러, 기존 도로의 안전을 위한 업그레이드에 20억 달러, 도로와 보도 및 가로등 등의 개-보수를 위해 각 지방의회에 제공하는 10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건축업 운영자 또한 신규 주택건축 촉진을 장려하기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백신 : 현재 정부는 COVID-19 백신 확보 및 개발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호주가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기관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의 후보물질이며 또한 퀸즐랜드대학교에서 개발 중인 백신 후보가 있다. 현재까지 정부는 총 17억 달러에 달하는 백신확보 계약에 참여했다.
아울러 정부는 호주 내에서의 백신개발 진행을 위해 1천만 달러를 SCIRO에 배정했다.
▲ 비즈니스 : 올 회계연도 예산 계획이 발표된 이날(10월 6일) 밤부터 최대 5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사업체는 구매한 적격 자산의 가치를 상각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의 99%가 이 계획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또한 2022년 6월 말까지 발생한 손실을 2018-19년도까지 지난 2년간 발생한 이전 이익과 상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지방 지역 : 각 지방 농촌 지역은 수자원 인프라 프로젝트 개선을 위해 향후 10년간 2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또 지방 지역에 있는 사업체들은 즉각적인 자산상각 제도 확장 계획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농장 지역의 노동력 부족을 호소하는 농장주 입장에서, 이에 대한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이주 프로그램에서 지방에 정착하는 이들의 파트너 비자를 우선한다는 방침이다.
▲ 젊은이들 : 전염병 사태로 여성 근로자와 함께 젊은 계층은 직장을 잃을 가능성 가장 높았다. 이는 재무부가 이번 예산에서 주목한 부분이기도 하다. 올 예산안에서 정부는 ‘JobMaker Hiring Credit’을 내놓았다. 젊은 실업자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으로, 16~30세 미만 청년들을 고용한 기업에는 이들의 임금으로 주(week) 200달러를, 30세 이상을 고용한 기업에는 이들에 대한 임금지원으로 매주 100달러를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이는 주요 은행을 제외한 모든 기업에 해당되며, 고용주는 주 20시간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이 계획으로 4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미 발표된 10억 달러 규모의 ‘JobTrainer’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며, 10만 명의 새로운 견습 직원 및 업무 훈련을 위한 임금보조금으로 기업에 제공하는 12억 달러의 예산이 책정됐다.
▲ 고령자 및 고령자-장애인 간병인 : 연재 고령연금을 받고 있는 고령자들, 이들 및 장애인을 간병하는 케어러(carer)들은 경기부양 일환으로 두 차례에 걸쳐 각 250달러씩 총 500달러의 현금을 지급받는다. 첫 번째 부양금은 12월에, 두 번째는 내년 3월 지급된다.
정부는 또한 향후 4년간 총 16억 달러를 들여 2만3천 개의 추가 ‘홈케어 패키지’(home care package)를 도입, 간병을 받아야 하는 고령자들이 지속적으로 자기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키로 했다.
한편 고령자 보호시설(양로원 등)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된 것과 관련, 현재 왕립위원회(Royal Commission)의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는 이 조사 보고서 결과에 따라 추가 지원이 있을 것임을 밝혔다.
▲ 제조 부문 : 정부는 호주 내 제조업 활성화 및 공급라인 확보를 위해 13억 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정부는 국방-우주산업-의약 및 의료용 제품-식음료-자원기술-재활용 및 청정에너지 등 6개의 핵심 부문에 초점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전염병 사태로 여러 부문의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정부는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냄은 물론 경기회복을 지원하고 미래에 발생될 수 있는 또 다른 전염병 사태나 재난 상황에서 호주가 보다 많은 부문의 자급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 정신건강 부문 : 갑작스런 전 세계적 전염병(pandemic)과 이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엄격한 제한조치, 이동의 자유에 대한 통제, 주 경계 봉쇄 등으로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한 몇 가지 주요 서비스를 확대했다.
올해 예산안 발표와 동시에 메디케어(Medicare)가 지원하는 정신질환 관련 서비스는 10개에서 20개로 늘어나며, 정신건강 서비스를 포함해 보조금을 받는 원격 의료 서비스도 2021년 3월 말까지 연장된다. 정부는 또한 향후 수주 사이, 이를 지원하는 더 많은 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 Loser
▲ 경제 : 전 세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호주경제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정부 예산 적자는 2천13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이 적자폭이 오는 2023-24년에는 669억 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2019-20년) 정부의 예산적자는 855억 달러였다.
호주 국가부채는 올해 700억 달러로 예상되며 2024년 6월에는 966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전염병 사태 이전, 정부는 2019-20년 예산에서 50억 달러의 흑자를 기대했었다.
▲ ‘JobSeeker’ 보조금 비율 : 정부는 구직자의 실업급여 비율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2주 250달러의 코로나 바이러스 추가 보조금 지급을 오는 12월 말 종료한다.
반면 이번 예산 계획 발표에 앞서 사회복지부 앤 러시턴(Anne Rushton) 장관은 ‘JobSeeker’에 대한 더 많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이민자 비율 : 호주 정부는 아직도 호주 국경을 폐쇄한 상태이다. 이로써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는 정체되었으며, 이는 호주 경제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순이민자가 지난 회계연도(2019-20년) 약 15만4천 명에서 올 회계연도 말에는 7만2천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가 받아들이는 이민자 수는 2023-24년에야 회복될 것으로 보이며 그 수는 20만 명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이번 예산안은 국제여행이 재개될 경우 2021년 하반기에는 국제학생 및 영주비자 소지자들이 호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가운데 호주에 파트너가 있으며 이곳에서 거주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정부는 ‘일회성’으로 가족 이민을 늘리고 지방 지역 거주자들의 파트너십 비자를 우선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 차일드 케어 : COVID-19 감염자 2차 파동으로 4단계의 가장 엄격한 제한조치 영향을 받은 빅토리아(Victoria) 주에 대한 지원 외 이번 예산에서 차일드 케어(childcare) 부분에 대한 지원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 호주 전역에 3단계 제한조치가 발동되었을 당시 연방정부는 각 가정 어린 자녀의 보육시설 무료 이용을 위해 19억 달러를 제공한 바 있다.
▲ 기후 : 탄소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호주 정부의 목표이지만 이번 예산안에서 이 계획을 달성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전에 재생가능 에너지 지원기관인 ‘Australian Renewable Energy Agency’(ARENA) 및 ‘Clean Energy Finance Corporation’(CEFC)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이들은 이 정부 기금을 탄소포집 및 저장과 같은 탄소 저배출 기술 연구에 활용하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가스탐사 및 개발에 대한 투자를 위해 향후 4년간 5천290만 달러를 배정했다. 풍력 및 태양열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대해 정부는 ‘이미 높은 기술을 달성했다’고 보고 있다.
▲ 난민 : 호주의 인도주의 프로그램 축소에 따라 호주가 받아들이는 난민 수는 5천 명으로 줄어든다. 이미 정부는 연간 1만3,730자리의 상한선을 도입했으며 향후 4년간 9억5,80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Neutral
▲ 여행업 운영자 :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 지역을 지원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관광시장 다변화를 위해 해외 여행객에 의존하는 지역의 경우 향후 2년간 5천100만 달러, ‘그레이트 배이러 리프’(Great Barrier Reef) 해양공원 지역 비즈니스를 위한 330만 달러, 타운스빌(Townsville) 소재 ‘Reef HQ Aquarium’의 기능 유지 및 지속적인 직원 고용을 위한 220만 달러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폐쇄된 국경을 쉽게 해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며 서부호주(WA) 주 경계 또한 내년 4월 이후에야 개방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호주 관광산업이 회복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