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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하루, 직원들에게 창의적으로 각자의 열정을 펼치는 시간을 허용하는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얻을 수 이점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 ‘주 4일 근무제’가 점차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도시계획 설계자로 일하는 브린 데이비스(Bryn Davies. 사진)씨는 주중 하루, 직원들로 하여금 자기 열정을 펼치게 하는 ‘romance day’를 정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사진 : Bryn Davies 제공

 

일부 회사들 시도, 수익성 및 업무 효율성 크게 개선 ‘실감’

고용계약-기업운영 시스템 측면에서 모든 회사 적용 어려워

 

도시계획 설계자인 브린 데이비스(Bryn Davies)씨에게 있어 독일 베를린에서 보낸 한 해는 ‘우리네 삶에는 매일의 갈림길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32세의 그는 베를린에서의 낭만적인 체류를 위해 일자리를 구했다. 업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그곳에서 가구제작 일을 했던 그는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클럽에도 가는 등 현재를 즐기는 순간적인 삶을 살았다.

그런 어느 순간 그는 ‘인생에서 어느 정도의 설렘이나 모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가 도시계획 부문의 장관급 고문 자리를 얻어 멜번(Melbourne)으로 돌아왔다. 그 일을 하면서 그는 틀에 박힌 자신을 발견했다. 그의 새로운 직업은 처음부터 스트레스와 불안을 주는 것이었고, 10개월여 일하는 동안 ‘최상의 정신 상태’를 가질 수 없었다.

데이비스씨는 “멜번이 내게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전과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베를린에서 그는 설렘과 기대가 있는, 그야말로 로맨스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반면 멜번에서 그의 삶은 “완전히 기능적이고 생산성 중심”이었다.

 

“우리는 수익을 두 배로 높였다”

 

결국 데이비스씨는 다른 사람들이 꿈꾸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고용주에게 주 4일 일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을 하고 다섯째 되는 날은 ‘romance day’라 하는 ‘열정 프로젝트’(그의 경우 재활용 목재를 이용해 가구를 만들거나 오래된 요트를 복원하여 근사한 pub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에 헌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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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 분야에서 일하는 브린 데이비스(Bryn Davies. 사진)씨는 주중 하루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가 ‘열정 프로젝트’라고 지칭한 이 일은 폐기될 목재를 재활용하여 가구를 만드는 일이다. 사진 : Bryn Davies 제공

 

모든 직장에서 주 4일 근무가 적합하지는 않지만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각자의 열정을 펼치는 시간을 허용함으로써 회사 입장에서는 얻을 수 이점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열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들은 스트레스를 덜 안고 자기 업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업무를 멈춘 후에는 다음 업무 때까지 완전히 손을 떼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Versa’ 운영자인 캐스 블랙엄(Kath Blackham)씨는 회사가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후 이를 직접 확인했다.

하루 10시간, 주 4일 근무함으로써 직원들은 주중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블랙엄씨에 따르면 이는 생산성 및 수익성을 높여주었다. “수요일에 직원을 쉬게 한 이후 우리는 수익을 두 배, 세 배로 늘렸으며 병가(sick days)를 갖는 직원의 수가 줄어드는 등 측정한 모든 지표들이 크게 개선됐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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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Versa’ 운영자인 캐스 블랙엄(Kath Blackham. 사진)씨. 하루 10시간 업무 대신 주 4일 근무를 도입한 이후 회사 수익 및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한다. 사진 : ABC 방송

 

“하지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블랙엄씨는 직원들의 정신적 문제 예방을 위한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시도했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녀는 “이제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많은 직원들이 주중 하루를 ‘정신건강의 날’로 하자는 선택을 했기에 회사에서는 그들의 뜻에 따라 정한 것”이라는 블랙엄씨는 “주중 하루, 완전히 쉬는 것을 원치 않는 직원도 있기에 회사에서는 이들이 전념할 수 있는 ‘crafternoons’ 또는 ‘entrepreneur club’ 등을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에 따르면 이 또한 상당히 효율적인 활동이 되고 있다.

하지만 멜번 기반의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허먼 체(Herman Tse) 교수가 지적했듯 직원들에게 추가로 휴일을 제공하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체 교수는 “주 4일 근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38시간을 4일로 줄이는 것인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회사는 여전히 연장근무, 장기근속 휴가, 연차휴가 등을 계산하기 위해 계약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우리 기업의 전체 시스템은 이런 구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블랙엄씨는 만약 직원들이 하루 8시간 일하면서 주 4일을 근무한다면 그녀의 사업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면서 “의미 있는 구조적 변화가 정부에 의해 주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IT 혁명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똑 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는 블랙엄씨는 “정부 주도로 ‘지금부터 주 4일’이라고 한다면 기업은 물론 직원들도 이에 적응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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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Versa’의 직원들. 매주 수요일은 개인 시간을 갖거나 회사에서 마련한 여러 활동 클럽에 가입해 다른 분야에 전념할 수 있다. 사진 : ABC 방송

 

이와 관련, 멜번대학교 경영대학원(Melbourne Business School)의 이사벨 메츠(Isabel Metz) 교수는 “주 5일 근무에 변화를 주는 것은 고용주와 직원 사이의 신뢰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자는 이 시간(줄어든 근무일)이 특정 목적(직원 개개인이 열정을 쏟을 만한)에 사용되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며 명시적인 언급이 없는 경우 개개인이 작은 창업 활동을 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츠 교수는 “특히 매일 더 긴 시간을 일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하루 종일 휴식이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며 “낮에 2시간 정도 휴식을 위해 산책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람들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일한다”는 그녀는 “어떤 이들은 밤에 더 창의적이라 생각하고 다른 이들은 아침에, 또 어떤 직원은 더 짧은 근무시간을 선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유를 주면 먼 길을 갈 수 있다”

 

데이비스씨에게 있어 ‘romance day’는 개인적으로, 또한 업무상 보람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그는 “문화유산 지역을 무언가 새로운 장소로 바꾸는 것과 같은 도시계획 설계자로서 내가 하는 일(회사 업무), 페인트나 못 자국이 있는 오래된 목재를 다시금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romance day)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romance day’를 이용해 낡은 범선을 ‘ear/or’라는 회전식 팝업 바(pop-up bar)로 바꾸려는 꿈을 간신히 이루었다. 고용주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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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전문가들은 주 4일 근무로의 전환은 고용주와 직원 사이의 신뢰 및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 Pexels

 

데이비스씨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당신이 고용주이고 재능 있는 직원을 원한다면 당신은 그들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재능 있는 직원은) 신뢰할 수 있는 다른 곳으로 가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적으로 재능 있는 이들은 좋은 일을 하고자 하기에 굳이 책상에 묶어 놓을 필요가 없다”면서 “그런 이들에게 약간의 여유를 제공함으로써 먼 길을 함께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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