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언협 유럽대회 후기 4] 톨스토이 뮤지엄, 그리고 노보데비치의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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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 시내의 한 백화점 골목길입니다. 두 세대의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왕창 넓습니다. 시베리아산 화강암류의 돌들로 지어졌다는 건물들이 시내에 즐비합니다. ⓒ 김명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모스크바는 크레믈린궁 외에도 가볼만한 곳이 시내 곳곳에 널려 있는 거대한 관광단지 같은 곳입니다. 시내 어느곳에서나 크레믈린궁에서 보았던 양파모양의 사원과 탑들이 보이고, 수백년은 됐음직한 묵직한 모습의 건물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대학 건물조차도 무슨 유명한 박물관처럼 보입니다. 땅이 넓어서인지 골목길도 왕창 넓어서 차 두 대 정도는 너끈히 지나다닐 정도였습니다.

시내를 빙 둘러 이리 저리 흐르고 있는 모스크바 강과 고리키 공원을 끼고 돌면서 잠시 엉뚱한 상상을 했습니다. 혹 한국여행을 하는 러시안들이 인천공항에서 서울시내로 들어갈 때 마치 성냥곽 같은 우리의 아파트군을 본다면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종종 미국에서 '야밤에 도둑이 해머로 가게 벽을 뚫거나 심지어는 지붕을 뜯고 들어와 물건을 들고 나갔다'는 뉴스를 접했던 생각도 났는데요, 모스크바에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일 듯했습니다. 두께도 두께려니와 대부분이 시베리아에서 들여온 화강암류의 돌로 지어졌다니까요, 해머로 깨고 들어가려면 날 가고 달 가게 생겼습니다.

톨스토이의 자전거

시골에서 서울에 갓 올라온 소년처럼 예술가들이 빚어놓은 것 같은 시내 건물들을 목빼고 보며 30여분쯤 지나서 우리가 도달한 곳은 톨스토이 뮤지엄입니다. 긴 아랫수염에 도대체 한번도 웃은 적이 없는 것 같은 얼굴이지만, 우리에겐 무슨 얘기든 듣고 싶은 속깊은 할아버지 같은 인물이 거처했던 곳입니다.

톨스토이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매년 3개월 정도 거주했다는 뮤지엄은 주황색 빛깔의 2층 건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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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으로 되어있는 톨스토이 뮤지엄 전경입니다. ⓒ 김명곤
 
청소년기에 누구나가 한 번쯤은 읽었을 <부활>을 비롯하여 <바보이반>, <전쟁과 평화>, <안나카레니나의 슬픔>, <가난한 연인들>, <영생의 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 명작을 엮어낸 톨스토이는 세계인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소설가이자 사상가요 문명비평가이기도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어르신은 1946년 북한에서 혈혈단신 탈출해 오면서 배낭속에 <영생의 도>를 넣어가지고 와서 애지중지하며 아직도 읽고 있답니다. 그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부활>은 개인의 속죄와 갱생으로 시작하여 사회 구조악 문제까지 다룬 작품으로,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의 저에게 크게 정신적 자극을 준 작품입니다.

톨스토이는 수많은 작품만큼이나 많은 명언을 남겼는데요, 몇가지만 추려봅니다. '사랑하는 자만이 살아있는 것이다', '행복은 인간을 이기주의자로 만든다', ‘즐거워 하는 돼지가 되기 보다는 슬퍼하는 인간이 되라’ 같은 실존적인 명언부터 시작해서, '여자란 아무리 연구를 해도 항상 새로운 존재다', ‘어쨋든 결혼하라, 양처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고, 악처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와 같은 체험적 명언도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만큼이나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톨스토이가 말년에 '영원한 숙제인 부부관계를 고민해 보겠다'며 방랑여행을 하다가 이름없는 역사 관리인의 집에서 죽었다는 얘기는 유명합니다.

톨스토이 박물관에 들어서자 벽면에는 그의 부인 사진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는데요, 톨스토이의 표정만큼이나 얼굴이 굳어 있었습니다. 톨스토이의 혼외 자식까지 10명도 넘는다는 애들을 키우느라 살림에 지쳐서인지, 말년에 종교적 이상 세계를 꿈꾸던 남편과의 갈등 때문이었는지 좀 피곤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참 이상합니다. 크레믈린궁에서 기념사진을 찍던 어린이들을 제외하고는, 공항에서도 ‘모스크바의 명동’이라는 아르바트 거리에서도 호텔 로비에서도 밝게 활짝 웃는 어른들의 모습을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깡추위가 길게 계속되는 나라니 그럴 수도 있겠고, 헤프게 웃지 않는 문화라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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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엄 벽에 걸려있는 부인의 액자 사진입니다. ⓒ 김명곤
 
박물관에는 톨스토이와 그의 가족들이 사용한 유물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촛불 램프, 그릇, 벽시계, 식탁, 겨울외투, 파티복 등 일상용품으로부터 소파, 침대, 흔들의자, 기타, 피아노 등 색바랜 가구와 악기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그가 말년에 푹 빠져 읽었다던 손때 묻은 성경책이 덩그머니 벽에 부착된 받침대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2층에서 아랫층으로 내려가다 보니 몸 안쪽으로 급하게 휘어진 핸들이 달린 자전거가 슬쩍 벽에 기대어 있었습니다. 톨스토이 할아버지가 타고 나갔다가 방금 받쳐 놓은 것 같았습니다. 긴 수염을 한 그가 산책도 하고 장도 보고 지나가던 동네사람들과 푸접거리 한담도 하며 타고 다녔을 자전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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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에 세워져 있는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자전거입니다. 동네에 나갔다가 금방 들어와 받쳐놓은 것 같습니다. ⓒ 김명곤
 
'백조의 호수'에서 만난 러시아 여인

톨스토이 박물관을 나와서 우리가 향한 곳은 유명한 '백조의 호수' 공원입니다. 가다보니 와! 소리가 나올 정도의 크기를 가진 4층 건물의 한국대사관이 보였는데요,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수 백 명은 족히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 같았습니다. 뭐 나라가 작으니 눈에 확 들어오는 큰 건물을 갖는 것도 외교상 나쁠건 없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전기세나 청소 비용 관리 비용도 만만치는 않겠구나, 하는 오지랍 넓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20여분쯤을 달리니 눈덮힌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백조의 호수 공원이 오른쪽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구름에 가린 해가 비스듬히 내려 비치고 있는 호수의 오른편 가장자리에서 청소년들 두엇이 눈장난을 하고 있을 뿐 꽁꽁언 채 텅 비어 있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노보데비치 수도원을 끼고 있는 이 호수를 내려다보며 그 유명한 '백조의 호수'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겨울에는 청백색 겨울 옷을 차려입은 러시안 청춘남녀들이 호수 한가운데에 곡선을 그리며 스케이팅을 하는 광경을 보았을 것이고, 화창한 봄날에는 호수에 떠다니며 가녀린 발로 물길질을 하는 백조의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넓은 호수와 빙 둘러쳐진 숲, 그리고 아름다운 수도원을 곁에 두고 한 모퉁이에 앉아 있으면 능히 어떤 악상이 떠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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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코프스키가 그 유명한 '백조의 호수' 악상을 떠올렸다는 공원입니다. 왼쪽 옆으로 아름다운 노보데비치 사원을 끼고 있습니다. ⓒ 김명곤
 
지금은 봄철에 오리가 떠다닌다는 백조의 호수에 얽힌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을 물질적으로 지원하던 미망인 듀크 부인을 이곳에서 만나려고 그렇게도 종종거리며 애썼는데, 평생 만나지 못하고 죽었다고 합니다. 듀크 부인이 차이코프스키와 만남을 피한 이유는 환상이 깨질까봐 그랬다는데요, 참 가슴저리는 얘기죠.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다 마지막에 헛손질을 하며 연인을 떠나보낸 닥터 지바고 보다 더 운수없는 남자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가들의 '한'은 명작을 남기는 원천과도 같은 것인가 봅니다.

모퉁이 한쪽에서 잠시 호수를 내려다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만치에서 호숫가의 산책로를 따라 겨울 코트를 멋지게 차려 입은 여인이 걷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상에! 나뭇가지에 앉은 눈조차도 파르르 떨고 있는 것 같은 깡추위에 그녀는 애를 둘둘 말아 태운 카트를 밀고 바삐 걷고 있었습니다. 러시안 어머니들은 어렷을적부터 아이들을 저렇게 훈련시키는가 봅니다. 저런 광경을 종종 목격했을 차이코프스키가 작품 어딘가에 담았을 것을 것이란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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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하 22도의 날씨에 한 여인이 백조의 호수 공원에서 아기를 카트에 둘둘 말아 태우고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 김명곤
 


노보데비치 사원의 걸인

호수 안쪽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을 떨치며 다음 행선지인 노보데비치 수도원/묘지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려 몇발자국 옮기다 흠칫 놀랬습니다. 눈밭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남자가 눈에 띄었는데요, 아 걸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얼핏 무슨 짐더미를 누군가가 뭉쳐서 천으로 둘러싸 놓은 것으로 착각을 했을 정도로 몸을 구부릴대로 구부려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모스크바 깡추위를 이기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저으기 당황스러웠습니다. 사회주의 종주국인 러시아, 그것도 수도 모스크바에 걸인이 있으리라는 상상을 해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유가하락으로 국가경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기근으로 그 무슨 '고난의 행군'을 했다는 뉴스를 들은 적도 없습니다. 나중에 현지 한인들에게 들어보니 여기 저기 성당 부근에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종종 눈에 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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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보데치 수도원 길가에서 본 걸인입니다. 영하 22도를 넘나드는 날씨, 걸인이 있다는 것에 당황스러웠습니다. ⓒ 김명곤
 
사회주의의 퇴조 이후에 이런 저런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와중이라 하더라도, '만인의 행복'을 오랫동안 추구해온 나라에서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이 되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미국에서도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홈리스와 걸인들을 만날 수 있지만, 러시아의 수도에서 걸인을 만난 것은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레닌의  창백한 얼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것 떼고 저것 떼어낸 사회주의의 절뚝거리는 민낯을 보는 느낌이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딴은, 이데올로기를 떠나 이런 저런 다양한 삶의 모습이 사람사는 세상이고, 러시아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겁니다. 길거리를 지나치다가 본 피켓 시위 모습도 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장면이어서 재빨리 사진을 찍었는데요, 나중에 현지 한인에게 물으니 핵물리학자이자 시민정치가인 세르게이 크리모프를 비롯하여 2012년에 붙잡혀간 반정부 인사들을 석방하라는 시위였습니다. 푸틴의 반대세력들이 벌이는 일종의 '반정부 시위'였던 것입니다.

그런데요, 기동경찰이나 물대포 차량이 보이지 않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우리 땅에서 너무 당연해 보이는 것이 '동토의 땅'에 없으니 어이가 없다 할 밖에요. 뭐랄까요, 하도 부패해서 '사이비'와 '정통'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게 된 한국교회 처럼, 그 무슨 '체제의 우월성'이니 '자유민주주의'니 하는 말들이 언어의 유희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뒤죽박죽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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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에서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시위하는 곳에는 경찰도 페퍼포그 차량도 있는게 당연한 나라에서 온 우리에겐 신기한 광경입니다. ⓒ 김명곤
 
다음으로 우리가 간 곳은 사회주의 역사를 공부하는 분들이 꼭 방문한다는 노보데비치 수도원/묘지입니다. 1524년 바실리 3세가 설립한 노보데비치 수도원/묘지는 러시아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만 묻히는 곳으로, 러시아의 국립묘지 같은 곳입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등장하는 이곳에는 옐친, 흐르시초프 등은 물론 사실주의 작가 리콜라이 고골리, '갈매기'라는 희곡으로 잘 알려진 안톤 체홉. 발레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등 예술가들과 사상가들이 묻혀 있습니다.

특히 입구에 움푹움푹 묘한 곡선을 이루며 널찍한 바위 형태로 조성되어 있는 옐친 묘지와 조금 떨어진 곳에 왼쪽 다리를 곧추세우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있는 남성의 조형물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묘지의 특징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조형물은 소련 시절 유명한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세르게이 게라시모프의 전신상이었습니다. 하나 하나 세밀하게 조각한 상이나 비문, 그리고 예술혼을 담은 조형물 밑에 잠들어 있는 러시안 영웅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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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보데비치 사원/묘지에는 국가에 공헌한 정치인 예술가 문인들의 묘지가 있는 곳입니다. ⓒ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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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아래에 깔고 있는 묘석입니다. ⓒ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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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련 시절 유명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세르게이 게라시모프의 전신상입니다. 묘지석 아래에 그가 묻혀있습니다. ⓒ 김명곤
 
공동묘지를 깔고 앉은 모스크바

모스크바에는 노보데비치 수도원/묘치 외에 많은 묘지들이 있는데요, 어느 분이 그러더군요. 모스크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동묘지 위에 앉아있는 도시라구요. 예로부터 러시안들은 죽으면 마을 교회옆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모스크바에는 400개가 넘는 성당이 있고 성당 옆에는 대규모의 묘지들이 있어서, 지금도 공사하다가 파면 나오는 것이 유골이랍니다. 이러고보니 방금 방문한 크레믈린궁의 성당 입구에 역대 서기장들의 비석은 물론, 성당 안에 황제들과 성인들의 유해가 안장된 관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게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하루종일 엄청 추운 날씨가 혼을 빼놓을 정도였지만, 시내를 돌면서 모스크바는 참 매혹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멋진 러시안 정교회 사원들과 박물관 같은 건물들, 그리고 세계적인 문필가들과 예술가들의 혼이 담긴 수많은 유적지,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 흐르는 모스크바강, 그리고 러시안 혁명의 혼을 담은 넓다란 고리키 공원과 백조의 호수 공원 등 허투루 지나칠 만한 곳이 하나도 없는 유적도시, 그게 모스크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고 있는 대학교수 한 분은 3년여 동안 러시아를 다섯번이나 방문하고도, 이제는 아예 러시아어를 배워서 본격적으로 러시아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북유럽은 너무 영향력이 작고, 서유럽은 미국과 잘 구분되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미국과 비견될 만한 또다른 국가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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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길에 본 모스크바 종합대학 모습니다. ⓒ 김명곤
 
그날 저녁식사와 함께 가진 러시안 문명비평가 철학자 수린 박사의 강의는 사실상 소련이 해체된 후의 '러시아 모델'을 어느정도 맛보여준 것이었습니다. 그는 '한국의 가치'를 일찌기 발견하고 러시아와의 '공생국가론'을 주장한 분으로, 이미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한국에 초청받아 널리 알려진 분입니다. 우리는 그의 강의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요, 다음 편에서 그의 강의 내용을 소개할까 합니다.

주변 도시까지 합해 15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모스크바에는 3000여명의 한인들이 산다는 데요, 80% 정도가 파견 지상사 요원들과 공무원들, 그리고 선교사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저희를 안내하며 투어에 나선 한인 언론인들은 대체로 20년 넘게 이곳에 거주한 분들인데요, 어떻게 이런 신기하고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 생각을 다 하게 되었을까, 그런 시샘이 든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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