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반부패 특위 설치 법안 상정
자유당 ‘철회 안하면 정부 불신임 간주’
선거 돌입 시 코로나19 사태 대응 차질
연방 자유당 정부는 야당이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수상의 가족이 연루된 스캔들 진상 조사를 위한 특별 위원회 설치를 밀어붙인다면 올가을 총선을 부르는 카드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당은 트뤼도 수상이 선거를 들어 스캔들 조사를 회피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파블로 로드리게스(Pablo Rodriguez) 자유당 원내대표는 20일 보수당이 의회에 상정한 반부패 특별위원회 설치 법안을 사실상 정부에 대한 불신임 의사 표시로 생각하고 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조기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당 정부는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 과반수 차지에 실패한 까닭에 매 주요 사안에 대해 야당으로부터 정부 신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예로 최근 경제 복구 지원금(Canada Restoration Benefit) 지급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자유당은 정책 추진의 동력을 얻기 위해 이 법안 통과에 신임 여부를 연계해 물었고, NDP의 찬성으로 재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만약 당시 야당의 반대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자유당은 즉각 조기 총선을 불러야 했다.
야당은 그간 자유당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재정을 집행해온 과정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특히 청년 리더쉽 교육을 위해 정부가 10억 달러 가까운 돈을 영리 기관 ‘위 채리티(We Charity)’에 수주한 과정에서 트뤼도 수상의 아내, 동생, 어머니 등 가족이 공개 연설의 대가로 총 30만 달러를 보수로 받았다는 점을 크게 문제로 삼고 있다.
보수당은 특히 의회 차원에서 진상 조사 위원회를 설치해 이 사안을 면밀히 밝혀야 한다고 보고 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안을 제출해 놓는 상태다. 로드리게스 원내대표는 그러나 이 위원회가 꾸려질 경우 관련 부처 공무원과 장관들이 매일같이 의회로 불려 나와 자체 업무를 수행하는데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트뤼도 수상도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야당의 발목 잡기로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 회견에서 “이 전염병 대유행의 시기에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 주든지 아니면 불신임으로 물러나게 할지는 야당과 의회가 결정할 몫”이라면서 “만약 의회가 정부를 더 이상 믿어주지 않는다면 누구도 원치 않는 선거가 치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은 정부가 지금 이 시기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의료·보건 문제를 해결하기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고 덧붙임으로써 총선으로 인해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는 전적으로 야당의 책임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에린 오툴(Erin O’Toole) 보수당 총재는 이에 대해 “이미 윤리 감사를 세 번이나 받은 수상이 사태의 책임을 시인하기는커녕 선거를 앞세워 야당을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이번에야말로 책임을 물을 때”라고 반박했다. 그가 언급한 윤리 감사는 트뤼도 수상이 위 채리티 사건과 관련해 개인 자격으로 윤리 감찰에 회부돼 있는 것을 말한다.
밴쿠버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