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봇츠포드 학교서 마주친 십대 칼로 찔러
범인 ‘심신미약에 의한 짓’ 형사 책임 회피
4년전 애봇츠포드 한 고등학교에서 13세 소녀를 칼로 찔러 무참히 살해한 용의자가 9일 법정에 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들이 사람같이 보이지 않았고 죽여야만 한다는 내 안의 소리에 따라 행동했다”고 말하면서 심신미약 상태에서 한 행위로 형사상의 책임이 없음을 주장했다.
BC고등법원(Supreme Court)은 9일 첫 공판에서 용의자 가브리엘 클라인(Gabriel Klein) 씨의 진술을 들었다. 그는 2016년 11월 이 학교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레티샤 라이머(Letisha Reimer) 양을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칼로 찌르고 같이 있던 다른 십대에게 상처를 입힌 죄로 이날 법정에 섰다.
변호사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진술에서 클라인 씨는 당시 마주친 피해자들이 사람같이 여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괴물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두 명을 만났다. 그중 한 명은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진 마녀였고 다른 한 명은 등에서 구더기가 기어 나오는 좀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머릿속에서 이들을 ‘죽여라 죽여’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고 순식간에 이 목소리에 사로잡혀 일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설명에서 자신이 아닌 머릿속 목소리에 홀려 한 짓임을 강조함으로써 정신질환에 의한 행위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자신이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을 진단받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클라인 씨를 2급살인 및 상해 혐의로 법원에 기소한 상태다. 캐나다에서 2급 살인으로 유죄를 확정받을 경우 종신형과 달리 징역 10년 이후부터 가석방의 기회가 주어진다. 문제는 이 가석방 심사가 언제부터 가능한지는 각 판결에서 판사의 결정에 따라 정해진다.
당초 공판은 지난 9월 개시될 예정이었지만 피고 변호인 측이 클라인 씨의 정신감정을 이유로 공판 연기를 요청했다. 그는 이날 진술에서 이런 재판 전략을 강조하듯 자신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의해 수년간 고통 속에 살아왔음을 애써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내 어깨 한쪽에는 천사가 다른 한쪽에는 악마가 함께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자신이 전형적인 조현병 환자임을 역설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는 과거 그를 상담했던 써리 메모리얼 병원(Surrey Memorial Hospital) 정신과 전문의가 다른 증인으로 나와 그의 주장에 의심이 간다는 소견을 밝혔다. 사만사 샤피(Samantha Saffy) 박사는 진술에서 “피의자가 법정에서 자신이 형법에 저촉되지 않음을 주장할 계획이라고 내게 밝힌 적이 있다”라면서 “정신병으로 속이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밴쿠버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