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쓴 2020년은 수많은 산업 분야가 큰 변화를 겪은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요식업일 것이다. 많은 소매점들이 문을 닫았고 음식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의 여파에서 회복하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요식업계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 본다.
요식업계 ‘퍼펙트 스톰’ 상황
지난달 오클랜드 CBD에서 새로운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정부 당국은 13일 하루 동안 CBD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가능하면 재택 근무를 종용했다.
이에 따라 오클랜드 상공회의소는 약 10만명이 집에 머물면서 CBD 소재 사업체의 손실 규모가 하루 동안 1,000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오클랜드 상공회의소 마이클 바넷(Michael Barnett) 소장은 “매출 감소와 생산성 하락,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 등 이번 영향은 단지 24시간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미 외국인 관광객 유입 중단과 CBD내 동시 다발적 도로 공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심 음식점들에게 이번 일은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레스토랑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연말을 맞이한 회사들의 회식 예약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 요식업계의 연말 대목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레스토랑협회 마리사 비도이스(Marisa Bidois) 회장은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며“회사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낭비를 줄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시 대학 조나단 엠스(Jonathan Elms)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도시들에서 유동인구가 감소했다”며 “이에 따라 도심에서 소매점들의 폐업이 늘고 있는 반면에 부심지 소매점들은 사정이 다소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클랜드, 웰링턴, 타우포, 퀸스타운 등에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는 노리쉬 그룹(Nourish Group)의 리차드 시글리(Richard Sigley) 회장은 “오클랜드 CBD의 상황은 매우 어렵다”며 “전무한 외국인 관광객, 도로 공사, 하버 브릿지 문제, 날씨 등 우리는 퍼펙트 스톰(더할 수 없이 나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노리쉬 그룹은 최근 워터프론트에 소유한 한 레스토랑의 영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 그룹이 헌베이에 소유한 안디아모(Andiamo)에서의 매출은 최근 25% 정도 늘면서 시글리 회장은‘바이 로컬(Buy Local)’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렌트비가 도심에 비해 싸고 고객들은 집에서 걸어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식업계의 어려운 상황은 오클랜드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레스토랑에 도매로 식자재를 공급하는 비드푸드(Bidfood)의 스티브 켄트(Steve Kent) 총무부장은 재택근무 확대로 해밀턴, 웰링턴, 크라이스트처치 도심의 레스토랑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비드푸드는 오클랜드를 포함해서 일부 지역에서 일요일 배달을 중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 백 개의 레스토랑 폐업
레스토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요식업계 매출액은 117억달러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40%는 오클랜드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레스토랑 폐업을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레스토랑협회는 3월에서 10월 사이 80개의 회원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이를 업계 전반에 적용하면 540개의 레스토랑들이 영업을 중단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요식업은 항상 불안정한 분야이다.
2018년의 경우 전국적으로 2,172개의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레스토랑들이 직원을 줄였고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지난 5월 전국 봉쇄령이 끝나면서 레스토랑협회 회원들은 500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보고했다.
6월에는 420개로 줄었고 8월 164개, 9월 84개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노리쉬 그룹이 소유한 크랩 샤크(Crab Shack)와 같은 레스토랑에서는 아이패드로 주문하는 시스템을 시도하여 웨이터 대신 음식배달원을 배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서비스 중단을 파악하기는 더욱 어렵다.
도심의 많은 레스토랑은 점심 영업을 중단했고 일주일 내내 영업하는 곳은 거의 사라졌다.
원활치 못한 식자재 공급 등으로 메뉴에도 변화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국내 관광객으로 채워지면서 관광지의 레스토랑에서는 소시지와 으깬 감자 같은 전통적인 가족 메뉴로 돌아갔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레스토랑들의 메뉴도 단순화되는 등 영향을 미쳤다.
2차 식사 제공 시간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레스토랑들에서는 퇴근 직장인들을 위해 새로운 스낵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카페 하노이(Cafe Hanoi) 등 오클랜드에 3개의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는 코멘사(Comensa)의 크리스나 보티카(Krishna Botica) 사장은 코로나19 경보 레벨2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테이블 4분의 1은 손님을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티카 사장은 록다운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식사 습관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저녁 8시 이후에는 집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유동인구 감소로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영업을 중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요구 사항뿐 아니라 손님들로부터의 피드백 등으로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서비스되는 음식의 양이 줄거나 가격이 오른 실정이다.
정부 보조 외식 지원 등 대책 촉구
요식업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측에 업계 전담 장관직 신설을 요구하고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전례없이 통일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레스토랑의 이윤 폭은 평균 3 - 5%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티카 사장은 “요식업은 정부에 매년 수 십 억달러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면서도 로비를 하거나 요구한 적이 없다”며 “이제 코로나19 위기에 요식업계가 단합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레스토랑협회는 총선을 맞아 성명서를 통해 정부 보조 외식 지원, 신선 과일 및 채소에 대한 부가가치세 일시 면제, 이민부에 요식업 전담팀 설치, 요식업 담당 장관직 신설 등을 요구했다.
퀀스타운에서 16년 동안 프라임 워터프론트(Prime Waterfront)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마크 제숍(Mark Jessop)은 직원들이 비자 만료되고 뉴질랜드를 떠나는 등의 이유로 일손이 필요하지만 인력 구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사회개발부는 요리사, 웨이터, 카페 종사자 등을 새로운 공급 과잉 직업 목록으로 발표했지만 실업자가 늘어나도 퀸스타운의 요식업에 일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숍은 “레스토랑 매출의 약 75%는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나왔는데 국경이 통제되면서 1999년 퀸스타운 홍수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홍수로 인한 위기는 한정된 기간이었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레스토랑협회 비도이스 회장은 “정부가 국내총생산에 단지 16억달러를 기여하는 경마산업에 7,250만달러를 지원하면서도 60억달러를 기여하는 요식업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며 “요식업은 뉴질랜드 경제 회복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했다.
비도이스 회장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요식업계는 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클랜드 폰손비 소재 블루 브리즈 인(Blue Breeze Inn)의 체 바링턴(Che Barrington) 주방장은 “뉴질랜드는 작은 외식 인구를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는 고객의 마음을 끌기 위해 항상 진화하고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