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도 노 작가의 창작을 향한 열정을 어쩌지는 못했다.
조각가이자 화가 김윤신 작가는 조각작품전 '합이합일(合二合一)'을 마련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뭇조각이나 공사장에서 볼 수 있는 폐각목으로, 김 작가는 쓰레기가 될 수도 있는 나뭇조각들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기 전부터 김 작가의 창작에 어려움이 시작됐다.
김 작가 주로 사용하는 원목 재료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원목 형태 반입이 금지된 것이다.
제재된 판형의 목재만 들여올 수 있는데, 그런 나무로는 구상한 작품을 실물화 하기가 불가능해, 목재가 있는 지방에 머물며 작업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코로나 사태가 시작됐다.
결국 조각할 수 있는 나무의 수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뒷마당을 거닐던 김 작가는 나뭇조각을 발견하고 새로운 창작을 시작했다.
집에 있던 나뭇조각들과 건설현장에서 주워온 폐각목을 모은 김 작가는 무엇을 표현할까 생각하다,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모깃불 놓은 마당 평상에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쏟아질 듯 많았던 별들을 기억했고, 꿈에서 별나라를 찾아갔던 일, 무릎을 두 손으로 안으면 하늘을 나는 느낌이 들어 그렇게 별을 찾아 날았던 기억들이 살아났다.
김 작가는 어린 시절의 그 감성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어졌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색과 구성으로 나뭇조각에 유리도 붙이고 못도 막으며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작품들은 사방에서 보는 모습이 다 다르지만 모두 연결되는 김 작가의 연작 합이합일 개념을 따르고 있다.
작품을 보는 관객의 시선은 모두 같지는 않지만 김 작가의 합이합일, 분이분일 연작에서 이어지는 작가의 의도들은 그대로 전달된다.
만 85세 작가가 표현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은 관람하는 이들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줄 뿐 아니라, 표현의 스펙트럼이 무한한 노작가의 작품 세계에 경의를 표하게 한다.
관람은 김윤신미술관(Felipe Vallese 2945)에서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3시부터 6시 30분까지 사전 예약을 통해 할 수 있다.
다음은 작가의 변
어린 시절, 나는 밤마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에 가까이 가고자 하는 꿈을 꾸었다.
밤이 되면 별들의 세계를 찾아내 몸과 생각은 드높은 곳을 찾아 날아오른다.
빛나는 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수많은 별들의 그 수다에 매혹되곤 했다.
그래서인가 지금도 높은 곳을 향하는 나의 마음.
나의 조각 형상은 땅에서 위로 향하는 내 염원의 매개체인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출금지.
사람들과의 소통이 끊기고 작품재료인 통나무를 구입하기도 어려웠다.
작업장에 쌓아 놓았던 건물공사에 사용하고 남은 조각들을 손톱으로 절단하면서 어린 시절 놀던 생각으로 나무쪽들을 하나하나 붙이며 작업을 시작했다.
코로나 덕분에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는 기회가 주어졌다.
순간 수많은 어렸을 적 흔적들, 별들의 속삭임을 새로운 조각 작품 위에 새겨넣으며, 입체형상에 색과 그림이 함께하는 새로운 나의 에너지는 어릴 적 하늘에 수많던 별 바다 물결로 이어져간다.
- 김윤신
[사진: ⓒ 김윤신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