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 거주하는 타라의 어머니 카렌 네틀턴(Karen Nettleton)씨. 그녀는 호주 정부가 시리아에 있는 손자들을 시드니로 데려와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그럴 상황이 못 된다’는 입장이다.
5명의 아이들, 고아로 남겨져... 정부, “도움 제공 어렵다” 입장
호주 국적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로 시리아 지역의 IS에 가담해 테러 활동을 하면서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아 전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바 있던 칼레드 샤로프(Khaled Sharrouf)의 아내 타라 네틀턴(Tara Nettleton)의 사망이 확인됐다고 지난 주 금요일 ABC 방송이 보도했다.
네틀턴은 지난 해 9월 시리아에서 맹장염 수술을 받은 뒤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사망에 앞서 지난해 6월 남편인 칼레드 샤로프와 샤로프의 동료이자 사위로, 샤로프만큼이나 극악한 행동으로 악명을 떨쳤던 호주 국적 모하메드 엘로마르(Mohamed Elomar)가 미군의 드론(drone) 공격 당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리아에 남겨진 그의 다섯 아이들은 고아 상태로 남게 됐다.
현재 샤로프와 네틀턴의 큰딸인 15살의 자이냅(Zaynab. 시리아에서 Umm Ayesha로 이름을 바꿈)은 2014년 시리아에서 샤로프의 친구인 엘로마르와 결혼, 지난해 9월에 딸을 출산한 것으로 알려져 샤로프의 어린 가족 6명이 시리아 IS 지역에 남게 됐다.
네틀턴은 15살 되던 해 테러리스트로 호주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칼레드 샤로프와 결혼한 뒤 지난 2014년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시리아로 건너갔다. 이에 앞서 2013년 12월, 호주에서 테러리스트로 여권을 압수당한 샤로프는 동생의 여권을 이용해 엘로마르와 함께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합류했다.
시드니 출신의 칼레드 샤로프가 호주는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지난해 6월, IS 테러 조직에 의해 파괴된 시리아 및 이라크 지역에서 벌인 폭력적 광기를 소셜 미디어 상에 올리면서 이다.
샤로프와 엘로마르는 지난해 8월, 시리아 내 IS 장악지역인 라카(Raqqa)에서 참수된 시리아 정부군의 목을 들고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려 전 세계인을 경악과 분노, 충격을 주었으며, 특히 샤로프는 어린 자녀에게도 참수된 머리를 들고 있도록 한 뒤 촬영한 사진을 다시 트위터에 올려 호주인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IS에 의해 저질러진 이라크 정부군 병사에 대한 끔직한 참수 장면을 담은 동영상의 사진을 캡쳐해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라크 북부 소수민족 중 하나인 야지디(Yazidi)의 젊은 여성들을 납치, 성 착취를 일삼거나 노예시장에 팔기도 하는 악행을 저질러 또 한 번 분노를 사기도 했었다.
현재 시드니에 거주하는 타라의 어머니 카렌 네틀턴(Karen Nettleton)씨의 변호를 맡은 찰스 워터스트리트(Charles Waterstreet) 변호사는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렌씨는 딸의 사망을 알고 극심한 슬픔에 빠져 있다”면서 “카렌씨는 현재 고아가 되어 시리아에 남겨진 타라의 자녀들을 구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터스트리트 변호사는 이어 “카렌씨와 타라씨를 대신하여 나는 위험 지역에 있는 이들의 어린 자녀들 구해내야 한다고 호주 정부에 요구하며, 아이들을 안전하게 집(시드니)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타라는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고 지금은 손자를 두고 있는 상태”라며 “시리아에는 그녀의 어린 자녀와 손자를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비숍 장관, “시리아 남겨진
아이들에 도움 제공 어려워”
지난 주말, 타라 네틀턴의 사망이 알려진 가운데 외교부 줄리 비숍(Julie Bishop) 장관은 성명을 통해 “호주 정부는 타라 네틀턴의 사망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숍 장관은 이어 “타라 네틀턴의 자녀들은 극단주의 사상을 가지고 시리아로 간 부모의 무모한 결정의 피해자”라면서 “하지만 시리아의 극히 위헌한 안보상황으로 인해 호주 정부는 타라 네틀턴의 사망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또한 (사망이 확인되더라도) 그녀의 어린 자녀들에게 영사지원을 제공한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연방 이민부의 피터 더튼 장관도 “호주 정부는 시리아에 남겨진 네틀턴의 아이들을 시드니로 데리고 올 수 있는 상황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튼 장관은 “궁극적으로 호주 정부의 분명한 입장은 호주의 공공 안전”이라고 전제한 뒤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또 이후 이들이 위협이 될 수 있는지 여부 등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뒤 “이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야당 내각 외교부 담당인 타냐 필버세크(Tanya Plibersek) 의원은 “네틀턴씨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타라씨의 어린 자녀들을 시드니로 데리고 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워터스트리트 변호사에 따르면, 카렌씨가 딸(타라)의 사망을 안 것은 2주쯤 전이었다. 그는 딸의 사망을 알게 된 카렌씨에 대해 “외동딸을 잃고 어린 외손주들마저 지극히 위험한 상황에 있다는 데 대해 깊은 슬픔을 안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아이들이 있는 곳은) 무법지대이고 더욱이 그 아이들은 호주 시민권을 가지고 있기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워터스트리트 변호사는 이어 “아이들의 아버지가 시리아를 떠나 호주로 이주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IS 조직이) 아이들의 여권을 빼앗고 격리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샤로프와 타라의 큰딸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현재 15살에 불과한 큰딸 자이냅은 아버지인 샤로프의 강요에 의해 13살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야말로 아동 성학대의 피해자인 셈이다.
그는 “이들에 대해 우리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또는 IS 지원세력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지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한 호주 국적의 아이들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네틀턴씨의 친구인 반 알스트(Van Aalst)씨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타라로부터 받은 마지막 소식은 그녀가 아이들과 함께 시리아 라카(Raqqa)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그들이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생존해 있고 다만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나설 것을 언급했다. “이제는 호주 정부가 어려운 상황의 어린 호주시민을 도와야 할 때”라면서 “지금도 그렇지만 지난 수년 동안 호주 정부는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카렌 네틀턴씨는 지난해 6월, 시리아에서 칼레드 샤로프가 어린 자녀들에게 참수한 시리아 정부군의 머리를 들게 하고 찍은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려 충격을 준 일 이후 ABC 방송에서 “끔직한 상황에 경악했다”며 “이 일로 손자들이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샤로프의 어린 자녀들이 참수 병사의 머리를 들고 사진을 촬영한 일이 알려진 후 카렌 네틀턴씨는 시리아에 머물고 있는 손자들을 호주로 데려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주 연방 경찰에 호소했지만, 정부는 ‘도움을 줄 상황이 못 된다’며 거절했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