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부터 세입자의 권리가 한층 강화된 개정 주택임대차법(Residential Tenancies Act)이 시행된다. 이번 임대차 변화는 주택임대차법이 1986년 제정된 이후 35년 만에 가장 대폭적이고 광범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질랜드 60만 채의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150만 세입자들과 그 집주인들이 숙지해야 할 개정 내용과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알아 본다.
35년 만에 가장 광범위한 임대차 변화
집값 급등으로 렌트로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 8월 5일 국회는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더욱 많은 뉴질랜드인들이 렌트로 살고 있고 대다수의 집주인은 품성 좋고 안정된 세입자를 두고 있다”며 “이번 주택임대차 개정은 집주인과 세입자 권리의 균형을 맞추고 임대주택을 따뜻하고 습기 없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세입자연합은 “세입자들이 임대주택을 가정으로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주택임대차법 개정을 지지했다.
세입자연합은 또한 “세입자들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방문자의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개정 주택임대차법에 따라 세 단계에 걸쳐 주택 임대차 규정이 바뀌게 되었다.
작년 8월 12일에 시행된 1단계에서는 렌트비 인상이 기존 180일 이내 1회에서 12개월 이내 1회로 제한됐다.
다시 말해 1년에 한 번 밖에 렌트비를 인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월 11일부터 시행되는 2단계는 가장 광범위한 변화를 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세입자의 거주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법에 규정된 특정한 사유 이외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청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퇴거 요청을 할 때 이유를 알려줄 필요가 없었다.
임대주택을 판매할 계획이거나 용도를 변경하거나 철거할 경우, 또는 집주인이나 그 가족, 집주인의 고용인 등이 해당 임대주택에서 거주할 필요가 발생했을 경우 등이 임대차계약 종료의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세입자에 대한 통지 기간이 기존 42일에서 90일로 늘어났다.
집주인이나 그 가족 등이 해당 임대주택에 들어와 거주할 경우의 사전 통지 기간은 63일이다.
세입자가 반사회적이고 90일 안에 3회의 서면 통지를 제출했을 경우 집주인은 임대차법정(Tenancy Tribunal)에 퇴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반사회적 행위의 법률상 정의는 괴롭힘 또는 경미한 수준 이상의 불안, 고통, 소란 등을 유발하는 행위나 부작위를 말한다.
세입자가 렌트비를 90일 안에 세 차례에 걸쳐 5근무일 늦게 지불할 경우도 임대차계약 종료의 사유가 된다.
세입자가 렌트비를 최소 21일 연체하는 경우, 임대주택을 불법 활동에 사용하는 경우,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경우, 렌트비를 연체하고 임대주택을 떠난 경우 등 기존 주택임대차법의 임대차계약 종료 사유는 계속 적용된다.
세입자는 집주인에 임대주택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고, 집주인은 21일 이내에 응답을 해야 하며 그 변경이 경미할 경우 거절할 수 없다.
세탁기, 식기세척기, 보안경보기, 위성 방송 수신 안테나, 커튼 등을 설치하는 것이 경미한 변경에 속한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집을 나갈 때 원래 상태로 해놓을 것을 명기할 수 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요구하는 변경이 높은 설치 또는 제거 위험도가 있거나 이전 상태로 복원하는 일이 합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나 건강 및 안전 위험성을 제기할 경우 등에 거절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에 페인트 칠하겠다는 세입자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주택도시개발부의 대변인은 특정한 변경이 가능한 여부는 개별 상황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그 변경이 쉽게 복원할 수 있는지, 손상의 위험성이 낮은지 등에 대해 집주인과 세입자가 숙고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세입자는 광통신 인터넷 설치를 요청할 수 있고 집주인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세입자의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
세입자의 거주권 보장
기간 확정 임대차계약(Fixed-term tenancy)의 기간이 종료될 경우 임대차계약이 곧바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기간 미확정 임대차계약(Periodic tenancy) 상태로 된다.
물론 세입자와 집주인은 다시 기간을 확정하여 기간 확정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임대주택은 렌트비 명시 없이 광고되어서는 안되고 집주인은 렌트비를 올리기 위해 세입자들에게 입찰을 요구할 수 없다.
렌트 경매도 불법화된다.
세입자는 임대주택에 대한 새로운 세입자를 배정할 수 있고 집주인은 제안받은 세입자를 심사할 권리를 가진다.
기간 미확정 임대차계약의 세입자가 계약을 종료하고자 할 경우 집주인에 대한 통지 기간이 기존 21일에서 28일로 변경된다.
임대차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
집주인은 임대차계약 작성이나 해지 등에 관련된 수수료의 상세 내역을 세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임대차법정 결정에 대해 세입자와 집주인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름이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
임대차법정의 최고 벌금액이 기존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인상되고 비즈니스·혁신·고용부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집주인 및 세입자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을 가진다.
집주인은 모든 렌트비와 집수리 관련 영수증을 비즈니스·혁신·고용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라도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오는 8월 11일부터 개정주택임대차법 3단계가 시행될 예정이다.
3단계에는 가정폭력과 신체 공격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다.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세입자는 가정폭력에 대한 증거와 2일의 통지기간으로 금전적 벌금없이 임대차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세입자가 집주인이나 그 가족, 또는 집주인의 에이전트를 공격하고 경찰이 세입자를 고소할 경우 집주인은 14일 기한의 퇴거 통지를 발급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오는 7월 1일부터 ‘건강주택기준(Healthy Home Standards)’이 확대된다.
임대주택 집주인들은 새로운 임대차계약이나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90일 이내에 임대주택이 건강주택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하숙집도 건강주택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모든 임대주택은 히트펌프 또는 고정 난방장치를 갖춰야 한다.
일부 임대주택 집주인 “집 비워 둘 것”
임대주택 부문은 뉴질랜드에서 1,800억달러의 시장 규모를 갖고 있다.
60만 채의 임대주택과 150만 여명의 세입자들은 많은 사람들의 이해 관계가 관여되어 있음을 의미하고 주택임대차법 조항의 개정은 커다란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주디스 콜린스(Judith Collins) 국민당 대표 는“주택임대차법 개정은 노동당 정부의 집주인 때리기”라며 “임대주택에 대한 집주인의 재량이 크게 제한되면서 렌트를 놓으려는 주택과 집주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비난했다.
작년 8월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뉴질랜드부동산협회(REINZ) 빈디 노웰(Bindi Norwell) 회장은 법 개정이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REINZ의 조사 결과 집주인의 퇴거 통지 기간을 늘릴 경우 임대주택 투자자의 46%가 그들의 임대주택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거나 아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그 사항이 시행되고 세입자를 퇴거시키는 일이 더욱 제한되면서 일부 집주인들은 임대주택을 팔거나 비워 둘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또 세입자를 퇴거시키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때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임대주택 집주인 피터 루이스(Peter Lewis)는 “임대주택 집주인들이 여인들과 아이들을 무정하게 눈 속으로 내쫓는 빅토리아 시대 주택 소유주들의 나쁜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용 주택 임대사업을 하는 존 케넬(John Kenel) 투자자는 주택임대차법 개정에 대한 대응은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불행하게도 그의 모든 임대주택들을 렌트로 놓지 않고 일부는 비워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래된 집들을 구입해서 개발할 때까지 낮은 비용으로 렌트를 놓았는데 이젠 힘들게 됐다.”
자신이 보유한 임대주택 수에 대해 “많다”고만 밝힌 케넬 투자자는 “내가 아는 다른 개발업자들도 그들의 주택들을 렌트로 내놓지 않겠다고 했다”며 “정부는 원인과 효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렌트비 상승 및 임대주택 매물 증가 우려
업계 관계자들은 주택임대차법 개정으로 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위험도가 커지면서 많은 임대주택들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샤무빌 이큅(Shamubeel Eaqub) 이코노미스트는 임대주택 주인들이 일제히 그들의 임대주택을 팔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웰 회장은 “전국적으로 양호한 임대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임대차 변화는 임대용 주택을 줄이고 렌트비를 상승시킬 것이다”고 주장했다.
오클랜드의 렌트비는 지난 3년 동안 주당 평균 510달러에서 550달러로 9.8% 올랐고 웰링턴의 렌트비는 420달러에서 505달러로 20.2% 급등했다.
노웰 회장은 “많은 임대주택 주인들이 시장에서 물러나면서 렌트비가 어떻게 변동할지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렌트비를 밀린 세입자를 퇴거시키기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수한 렌트 경력을 가지지 않은 세입자들은 임대주택 구하기가 더욱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동산 전문 회계사 안소니 애플턴-태터살(Anthony Appleton-Tattersall)은 11일부터 시행되는 주택임대차 변화가 대대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고 대부분의 임대주택 집주인들이 시장을 떠날 것이며 과거에 렌트로 사는 동안 문제가 있었던 세입자들은 새로운 임대주택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애플턴-태터살 회계사는 “문제있는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는 위험도가 너무 커서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집을 비워 두는 쪽을 택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기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집주인들에게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렌트비와 주택가격이 오르고 결과적으로 항상 그러했듯이 집주인들이 승리할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