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가치 담아낸 수작" 호평 속 미 전역 상영 | ||||||||||
10일 현재 미나리는 무려 85개의 국제 영화상을 받았고, 그 가운데 배우 윤여정이 받은 상만 32개에 달한다. 가장 최근에는 앨런 킴이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아역 배우상을 받았다. 4월에 있을 아카데미상 수상까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을 만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미나리는 미국 전역에서 2월 중순 영화관 상영 테이프를 끊었고, 플로리다에서는 3월 9일 현재 올랜도, 탬파, 마이애미를 포함한 19개 도시 23개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다. 상영 초기 12개 도시에서 대폭 늘어난 것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계속 늘어날 추세다. 한국계 정이삭 감독(42)이 메가폰을 잡은 미나리는 1980년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정 감독 가족의 자전적 스토리를 토대로 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제이콥)과 한국 배우 한예리(모니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윤여정(외할머니), 윌 패튼(신비주의 성향의 기독교인) 외에 앨런킴(데이빗), 노엘 케이트 조(앤) 등이 조연으로 열연한다. 영화는 캘리포니아에서 '쓸모없는 숫컷을 가려내는'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던 한인 가족이 아칸소 오자크 농장으로 이주하여 겪는 애환을 단선적으로 그려낸다. 루쉰의 표현을 빌리면 '길없는 길에 희망을 심으려는' 몽상가 남편과 남들이 다 걷는 익숙한 길을 떨쳐내지 못하는 아내의 갈등이 얼개를 형성해 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 한국에서 온 친정 어머니가 끼어들고, 지극히 한국적인 장면들이 펼쳐진다. 보따리에서 풀어내는 한약과 고추가루와 "멸치 때문에" 눈물을 훔치는 딸, 돈 봉투를 내미는 어머니와 딸의 실랑이, '한국 냄세 난다'며 밀쳐진 외할머니와 오줌싸개 손자의 '대결', 딱딱한 밤을 씹어서 손자의 입에 ㅤ넣어주는 할머니, 손자 손녀를 둘러 앉히고 벌이는 화투판, 그리고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유행가까지 한국적인 장면이 화면 가득히 채워진다.
100점 만점에 98점
물론 호평 속 아쉬움을 토로하는 평도 있다. 플로리다 거주 이승렬 전 MBC 드라마 감독(파일럿, 질투, 국희, 애드버킷 등 연출)은 "무엇보다도 정 감독의 절제된 연출에 큰 박수를 쳤지만, 스토리 라인 고비마다 좀더 동선의 모티브를 살리고, 할리우드 영화라면 반드시 있는 액센트를 부여해서 감동의 극점을 끌어올릴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박수로 화답한 미국 관객들, 왜지? 복선을 깔아두고 대 반전을 이루는 장면이 압권인 '기생충'에 비하면 밋밋하기 짝이 없는 가족 스토리에 박수라니. 잃어버린 것들을 기억해낸 탓이었을까. 갑자기 생각난 '비주류'에 대한 격려였을까.
미나리는 잘 다듬어진 에세이처럼 매끄러운 전개와 섬세함이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자신도 모르게 시나브로 스토리 라인에 올라탄다. 뒷막으로 가면서는 집중력이 높아지고 긴장감도 상승한다. 걸출한 여배우 윤여정의 천연덕스런 연기가 농도를 더해가면서 스토리를 절정에 이르게 한다. 윤여정은 상을 받고 또 받을 만하다. 정 감독이 붙어있는 어디에 붙어있는 지도 몰랐을 나라의 외부인을 엉거주춤 환대해준 아칸소 시골교회 인심을 평이하게 엮어넣은 것은 절묘했다. 스토리 라인의 서정성은 '그래도 옛날에... 그런 것이 있었다'는 향수를 자극하여 깊은 곳을 건드린다. 아무래도 미나리의 최대 미덕은 갈등 구조에 어울리지 않을 듯한 '부드러움'이 아니었을까. 언제부터인지 비주류에 대해 강고한 벽을 쌓기 시작한 미국사회에 드러내놓고 말하기 껄끄러운 '환대와 포용'이라는 가치를 네러티브식으로 유연하게 그려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봄, 영화 미나리에서는 풋풋하고 상큼한 냄세가 난다. 반드시 영화관에 가서 큰 화면으로 보시기를.
"미나리 이즈 원더풀!" (특히 이민자들에게) (*9일 현재 미나리 상영 도시들: Boca Raton, Key West, Miami Lakes, St. Petersburg, Wellington, Coral Gables, Lakeland, Orlando, Tallahassee, West Melbourne, Davie, Palm Beach Gardens, Tampa, Daytona Beach, Merritt Island, Sarasota, Vero Beach 등의 독립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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