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증가에 재정손실 커져... 부담 떠안은 민간보험사들, 불만 팽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플로리다 주정부 운영 비영리 주택보험인 '시티즌스 프로퍼티 인슈어런스'(이하 시티즌스)에 빨간불이 켜졌다.

근래 오렌지, 오시올라, 세미놀, 레이크 등 센트럴플로리다 카운티에서 시티즌스 보험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리 길웨이 시티즌스 최고 경영자는 8일 <올랜도센티널>에 플로리다의 전반적인 주택보험 시장이 "불건전하다"며,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모든 플로리다 주택 소유자들의 보험료가 오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티즌스 보험은 주정부가 민간 보험사로부터 갱신이나 가입을 거부당한 주택 소유주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2002년에 비영리 정부 기관으로 설립됐다. 1992년 허리케인 앤드류가 남부 플로리다를 강타하면서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물러나자, 많은 해안가 주택들이 보험 가입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러자 주정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결국 플로리다의 주택 보험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시티즌스가 탄생했다.

시티즌스는 연간 인상률 상한선(10%)이 있고, 민간 보험사에 비해 인상률이 낮은 편이다. 이때문에 가입자들이 몰리면서 시티즌스의 재정손실이 커지게 되었다.

지난 2015년만 해도 오렌지, 오시올라, 세미놀, 레이크 등 센트럴플로리다 시티즌스 보험 가입은 총 4863건었다. 이 숫자는 2016년에 증가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1만개 이상으로 불어났다.

보험사에 '골치거리' 보험금 대리 청구 계약(AOB)

roof.jpg
▲ 2005년 허리케인 시즌 이후 플로리다주 롱우드시 소재 한 주택에서 지붕 교체 공사가 한창인 모습. ⓒ 코리아위클리
 
시티즌스 가입자가 늘어난 것은 민간 보험사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간 보험사는 왜 가입을 거부하거나 혹은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을까.

민간 보험사들이 가장 크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보험금 대리 청구 계약(Assignment of Benefits, AOB) 규정의 오남용으로 인한 소송이 증가한 것이다. AOB란 주택 소유주가 '제3자'에게 서류상으로 보험금 청구 및 지급을 처리할 권리를 주는 행위이다.

민간 보험사들이 AOB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형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보험 조정자(public adjusters)나 지붕 관리 회사 등은 피해를 그다지 크게 입지 않은 주택 소유주들에게 접근해서 AOB에 서명하면 새 지붕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약속을 한다. 그런 다음 조정자나 회사는 보험사에 손해 배상 청구서를 제출한다. 만약 보험사가 지붕 손상이 폭풍에 인한 것이 아니라며 손해 배상을 거부하면 사안은 법정으로 가게 된다.

문제는 보험사가 패소할 경우 소송까지 가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점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소송까지 간 청구 비용은 평균 4만8814달러인 반면, 소송 없이 이뤄진 보상금은 1만97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전문가들은 AOB와 관련된 손해배상 문제는 전에는 주로 해안 지역 사안이였지만 내륙지역에서도 이슈가 되었다고 말한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오렌지, 오시올라, 세미놀, 레이크 카운티에서 법원에 제출된 손해 배상 청구 건수는 580% 증가했다.

악순환의 되풀이

소송이 빈번해지면 일부 민간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철수하고, 주택 소유주들이 자신들을 받아줄 보험사를 찾지 못하면 다시 시티즌스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만약 시티즌스의 보상액이 예산을 초과할 경우, 손실분은 주택 소유주, 임대업자, 자동차, 보트 등 플로리다 여타 민간 보험사들이 손실분을 부담하게 된다.

일례로 총 8개의 열대성 폭풍이 닥친 2004-2005년 허리케인 시즌 이후 시티즌스는 1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때문에 시티즌스는 2007년부터 1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고 플로리다의 모든 부동산 보험 가입자들에게 1.4%의 평가액(assessment)을 부과했다. 이 평가액은 2011년에 1%로 떨어졌고 2015년에 끝났다.

시티즌스는 2012년에 보험 가입이 150만 건까지 올라가자 민간 보험사와 협력해 2015년에 적정량인 42만 건 미만으로 줄이는 등 성공적인 정책을 편 바 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다시 5만 7000개가 늘어나 2월 현재 54만 5000건을 기록하고 있고, 증가분의 약 9%는 센트럴플로리다 4개 카운티에게 돌아갔다.
  • |
  1. roof.jpg (File Size:42.7KB/Download:1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9517 캐나다 <송광호기자의 북녘 프리즘(조명)> 사무총장 14.04.12.
9516 업무의 연장선...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함정 file 프랑스존 14.05.01.
9515 우크라이나 사태, 아시아로 향하던 미국의 대외정책 방향 선회시켜. 유로저널 14.05.06.
9514 캐나다 BC 주민들의 RCMP 신뢰도, 2012년보다 크게 상승 밴쿠버중앙일.. 14.05.08.
9513 캐나다 캐나다 엄마들이 원하는 '어머니의 날' 선물은? file 밴쿠버중앙일.. 14.05.08.
9512 2050년의 영국, 흑인 및 소수 인종이 인구의 1/3 file 유로저널 14.05.09.
9511 미국 북텍사스 ‘운전 중 전화사용금지’ 확산 뉴스코리아 14.05.10.
9510 캐나다 관광공사 김두조 토론토 지사장 인터뷰 file 밴쿠버중앙일.. 14.05.14.
9509 미국 우석대, 뉴욕서 태권도 아트 퍼포먼스 호평 file 옥자 14.05.14.
9508 미국 정승진 민권센터 회장, 뉴욕주상원의원 도전 file 옥자 14.05.14.
9507 캐나다 클락 BC 주 수상, 어두운 이민 과거 공식 사과 file 밴쿠버중앙일.. 14.05.17.
9506 미국 뉴욕 할렘서 첫 ‘한국문화 거리축제’ 성황 file 옥자 14.05.19.
9505 미국 美뉴욕주 한인 추모다리 탄생..故 최규혁 하사 file 옥자 14.05.25.
9504 이민가기 매력적인 국가 독일, OECD국가 중 2위 차지 file 유로저널 14.05.28.
9503 미국 NYT에 ‘日 전범기’ 축구 유니폼 비판광고 file 옥자 14.05.30.
9502 유럽 식품,연 120억 유로 규모 러시아 수출길 막혀 타격 심각 file 유로저널 14.09.03.
9501 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가 만난 사람] 41대 밴쿠버 한인회 이정주 회장 밴쿠버중앙일.. 14.09.13.
9500 캐나다 웨스트젯, 여행가방에 비용 청구한다 file 밴쿠버중앙일.. 14.09.18.
9499 미국 ‘덤보아트페스티벌’ 뉴욕 뜨거운 열기 file 뉴스로_USA 14.10.02.
9498 캐나다 밴쿠버 시 vs CP 레일 갈등, 결국 법정으로 file 밴쿠버중앙일.. 14.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