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주정부들과 전임 행정부 등이 낸 소송 각하
연방 정부 지원으로 저렴한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오바마케어는 지난 2010년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만든 제도이다. 그 전까지는 주민 각자가 알아서 보험에 가입하던 것을 정부 주도로 의무화했다. 정부가 일종의 ‘보험 장터’를 만들어서 가입자와 보험사를 연결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오랫동안 미국은 국가 주도 건강보험 체계가 없었다. 직장인이나 공무원들의 경우, 고용주가 제공하는 보험을 들지만, 자영업자나 특별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은 보험 없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바마케어는 모든 주민이 빠짐없이 건강보험에 들도록 의무 조항을 두었고, 보험 미가입자는 이듬해 소득세 정산 과정에서 벌금을 내도록 했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반대하면서 오바마케어는 수년동안 쟁점이 되었다. 특히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관련 정책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었다. 연방 대법원에 관련 소송이 올라간 게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 2012년과 2015년에 합헌 결정으로 제도를 유지했다. 이번 각하 결정으로 다시 제도를 이어가게 됐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서 이 제도를 반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자유 시장 경쟁 원칙에 위배된다는 시각으로, 보험 시장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이 경쟁 질서를 훼손할 뿐 아니라 업계를 위축시켜서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보험 상품들이 저렴한 쪽으로 집중되면 보건 혜택이 오히려 줄어드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반대 이유는 의무가입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보험에 가입할 지 스스로 결정하고, 가입한다면 정부가 제공하는 상품 범위 밖에서 폭넓게 선택할 권리를 이 제도가 침해한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의회 입법으로 '오바마케어'의 벌금 규정을 없앴다. 의무 가입 조항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공화당, 코로나 상황에서 '끙끙'... 바이든 "큰 승리" 환영 이번에 연방 대법원에서 각하된 소송은 2017년 벌금 부과 조항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시작된 법정 공방이다. 과거 대법원이 합헌 결정을 내릴 때, 이 벌금이 처벌 성격이 아니라 일종의 조세 성격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요 사유로 들었는데, 그 근거가 사라졌으니 관련 제도 전체가 이제 위헌이라고 공화당 측이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주 정부들은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대법관 일곱 명이 다수 의견을 낸 것이다. 이번 대법원 결정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케어’ 폐지 쪽에 기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보수 6대 진보 3’으로, 보수 쪽에 크게 기운 뒤 처음 나온 판결인데,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모두 각하 의견을 낸 데 이어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클래런 스 토머스 대법관이 합류했다. 코로나 사태의 시의적 특수성이 ‘오바마케어’ 유지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소송이 “안좋은 시기에 진행됐다”고 지적하면서 “100년 만에 한 번 있을 만한 공중 보건 위기 상황”에서 만약 제도가 폐지됐다면 “2천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보건 혜택을 잃을 위험”이 있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같은 취지로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대법원 결정 소식을 트위터로 전하면서 “미국인들의 큰 승리”라고 적는 등 즉각 환영 입장을 밝히고 "수많은 사람이 의지하는 ‘적정부담 건강보험법’이 그대로 유지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오바마케어’를 강하게 공격했던 공화당 의원들은 코로나 사태 와중이어서 반대 입장과 거리를 두는 등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오바마케어’를 기반으로 더 나은 보건 체계를 만들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공약한대로 취임직후 1단계 조치로 ‘적정부담 건강보험법 적용 강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가입자 수를 늘리는 조치로 연방 정부가 제공하는 보험 장터를 통한 ‘특별 신규 가입 기간’을 설정하도록 보건후생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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