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행복(GNH)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얼마 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UNCTAD가 1964년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은 한국이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의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한국인들에게 이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하지만 나는 유엔기구라는 공신력 있는 곳에서 결정하고 발표한 사항이지만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발전을 이루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가 정말 선진국다운 의식수준과 사회제도를 이루어냈는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의 의식은 여전히 냉전시대의 힘을 추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경제발전에 비해 사회안전망은 허술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반 자체가 없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경제발전이 곧 선진국의 모든 것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경제”를 화두로 내걸었던 그리스도인 장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결국 그는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더 이상 금수강산이라 부를 수 없는 나라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작금의 상황 역시 경제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최고의 가치라는 인식이 변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가 드러내고 있는 각종 부작용과 모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동일시하며 그것이 아닌 모든 것을 좌파나 공산주의로 몰아가는 성숙하지 못한 의식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뜻한다. 참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이며 비합리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2010년 영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신경제재단이 각국 삶의 만족도, 기대수명, 환경오염 등을 기준으로 한 행복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는 경제부흥을 이룬 선진국이 아니라 아시아의 저개발국가인 부탄이다.

벌써 십 년도 더 전 이야기이다. 경제는 이미 선진국의 기준으로서 절대적인 힘을 잃었다. 경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미 세계는 경제로부터 시선을 돌린 지 오래다.

세계 저명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국내총생산(GDP)야말로 인간이 만든 가장 쓸모없는 발명품”라고 했고 국제사회는 “우리는 부(富)를 웰빙(삶의 질)으로 전환하는 데 실패했다”고 반성했다. 그리고 유엔은 “행복은 정책이다”라는 부탄의 방식을 따라 2011년 행복결의안을 채택했다. 부탄이 주도한 행복결의안은 회원국들이 행복 증진 정책을 제도화하도록 독려했고, 공공정책을 통해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연구가 확산했다. 호주는 커뮤니티웰빙지수를, 영국은 국가웰빙지표를 잇달아 만들었다.

이미 오래 전에 선진국들은 경제가 가진 한계를 발견했고 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목한 것이 바로 “웰빙(삶의 질)”이다. 그것을 선진국에 일깨운 것이 아시아의 저개발국가인 부탄이다. 그들은 국내총생산(GDP)이 아니라 국민총행복(GNH)을 국가 발전의 지표로 삼았다.

국민총행복은 1972년 즉위한 부탄의 제4대 국왕 지그메 싱게 왕축이 개념을 만들었고, 이후 국정운영 철학으로 도입했다. 국민총행복 지수는 경제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 복지와 경제 성장을 총체적으로 측정한다. 국민총행복은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경제 발전, 문화 보존, 환경 보전, 좋은 거버넌스(올바른 통치구조)라는 4개의 축을 바탕으로 하여 심리적 행복, 건강, 시간 활용, 교육, 문화다양성과 회복력, 행정체계, 공동체의 활력, 생태다양성과 회복력, 생활수준이라는 9개 분야를 33개 지표로 나눠서 분석한다. 부탄은 2007년 파일럿조사를 실시해 국민총행복지수를 계량화했으며, 2010년과 2015년 국민 총 행복 조사를 실시했다.

그 조사에서 그들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주목한다. 아무도 가난하지 않은 공동체에 관심을 기울인다.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나라를 지향한다. 부는 그것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경제는 행복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나는 선진국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의식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본을 신격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체제에서 탐욕은 善이다. 탐욕은 결국 힘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경제를 제일의 화두로 삼고 탐욕을 선으로 추앙하고 그 성취를 위해 힘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결말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공멸이다. 생성과 멸망을 24시간으로 환산한 지구 종말은 몇 분 남아있지 않다.

결국 국민총행복지수는 단순한 한 국가의 발전을 측정하는 지수가 아니라 지구 종말을 늦추는 환경운동이며 물질적인 것만이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영적인 것과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국민총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의존성의 개념이다. 인간은 홀로 서 있는 섬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 속에 들어와 비로소 인간이 된다. 또한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생태계의 한 구성원이다. 모든 인류가 자연을 포함한 전 지구적인 환경에 관심을 가질 때 인류 역시 행복할 수 있으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 나라간의 협력과 자연과의 관계가 바로 설 때 인류는 지구 멸망의 시계를 멈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증유의 새로운 시대를 상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은 곧 세상에서 제국적 사고를 제거하는 것이다. 제국적 사고란 단순히 로마의 사고를 의미하지 않는다. 최초의 제국은 로마가 아니다. 로마 이전에 이미 제국적 사고가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하박국서에는 최초의 제국 가운데 하나였던 바빌로니아의 멸망을 기록하고 있다.

“그들은 사납고 성급한 민족이어서, 천하를 주름 잡고 돌아다니며, 남들이 사는 곳을 제 것처럼 차지할 것이다. 그들은 두렵고 무서운 백성이다. 자기들이 하는 것만이 정의라고 생각하고, 자기들의 권위만을 내세우는 자들이다. 그들이 부리는 말은 표범보다 날쌔고, 해거름에 나타나는 굶주린 늑대보다도 사납다. 그들의 기병은 쏜살같이 달린다. 먼 곳에서 그렇게 달려온다. 먹이를 덮치는 독수리처럼 날쌔게 날아온다. 그들은 폭력을 휘두르러 오는데, 폭력을 앞세우고 와서, 포로를 모래알처럼 많이 사로잡아 갈 것이다. 그들은 왕들을 업신여기고, 통치자들을 비웃을 것이다. 견고한 성도 모두 우습게 여기고, 흙 언덕을 쌓아서 그 성들을 점령할 것이다. 그러나 제 힘이 곧 하나님이라고 여기는 이 죄인들도 마침내 바람처럼 사라져서 없어질 것이다.”

이 말씀은 단순히 바빌로니아에 대한 예언일 뿐만 아니라 이후의 모든 제국의 대한 예언이다. 힘은 그냥 힘이 아니라 하나님이 된다. 돈은 유사전능성이라는 힘을 가진 가장 막강한 인격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반대는 마귀가 아니라 돈이다. 경제를 중시하는 사고는 결국 하나님과 척을 질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결코 참된 신앙이 될 수 없다. 성서는 돈을 하나님으로 여기는 것이 죄이고 그 죄인들이 바람처럼 사라져 없어질 것을 예언하고 있다.

결국 국민총행복이란 영적인 전쟁이며 영적인 선택이다. 선진국이라면 이제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며 주장이다. 부탄은 불교국가이다. 불교국가로서 그들은 영적인 선택을 했고 이미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를 만들어냈다. 그런 그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선진국으로 추앙을 받아야 할 것이다.

나는 그리스도의 지문이 스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묘수라는 어떤 신학자의 말을 가장 좋아한다. 정말 그렇다. 나는 예수 복음의 핵심인 하나님 나라가 그 묘수라고 생각한다. 그냥 묘수가 아니라 묘수중의 묘수라고 생각한다. 국민총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부탄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이다.

인간은 물론 모든 피조물들이 조화롭고 평화롭게 어우러져 사는 나라가 바로 하나님 나라이다. 환경오염과 이상기후는 단순한 결핍의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 공들여 빚어낸 결과물이자 열매이다. 이제 인류가 돌아설 때가 되었다. 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국의 가치관이 아니라 힘을 무력화하고 서로 섬기는 길을 가야 한다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이 교회는 물론 선진국으로 인정을 받은 우리나라의 가치관이 되어야 한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말씀이야말로 국민총행복지수의 총화(the sum tota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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