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투병 끝에 지난해 세상을 떠난 댄(Daniel)과 어머니 루시 하슬람(Lucy Haslam)씨. 아들의 사망 이후 루시 하슬람씨는 의료용 대마초 사용 합법화 운동을 본격화 했다.
지지자들, 법안 통과 환영... 실제 사용까지는 여러 과정 필요
“괴로우면서도 기쁜 일이다.”
약 2년 전부터 대마초의 의료용 사용에 대한 법적 허용을 건의해 온 루시 하슬람(Lucy Haslam)씨는 의료 목적의 대마초 재배를 허용하는 법안이 연방 의회를 통과한 데 대해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녀의 이 말은 투병의 고통을 보였던 아들에 대한 괴로움, 그리고 의료용 대마초로 아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게 된 데 대한 기쁨이 뒤섞인 소감이었다.
오랜 암 투병 끝에 사망한 아들 댄 하슬람(Daniel Haslam)씨의 1주기이기도 한 지난 주 수요일(24일), 오래도록 건의해 온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위한 재배 합법화 법안이 연방 의회를 통과하자 그녀는 ABC 방송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시드니 북서부 농장지역에 자리한 작은 도시 탐워스(Tamworth)에 거주하는 그녀는 지난 2014년 암 투병 중인 아들의 화학요법이 극심한 구토 증세를 유발함에 따라 대마초를 사용할 경우 그 고통을 줄일 수 있음을 알게 되자 아들의 이야기를 대중에 공개하면서 대마초의 의료용 사용 합법화 운동을 시작했고, 호주 전역 각지에서 많은 동조자들이 그녀의 움직임에 합류했다.
20세의 나이에 대장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5년간 투병했던 댄 하슬람씨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항암 치료의 하나인 정기적인 화학요법 이후,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쇠약성 메스꺼움의 고통에 시달렸고 이를 견뎌내기 위해 의료용 대마초를 복용해 왔다.
법안이 통과된 이날 루시 하슬람씨는 “오늘이 바로 댄의 첫 번째 기일인데 그 많은 날 중 오늘 이런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며 의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의 의회 상정을 위해 노력해 온 녹색당의 리차드 디 나탈레(Richard di Natale) 대표 또한 ABC 방송에서 “이번 수요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라며 “댄 하슬람씨의 첫 번째 기일인 이날,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가슴 아픈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탈레 대표는 “그러나 이번 법안 통과는 시작일 뿐이며 대마초 사용은 여전히 불법인 가운데 특별 허가를 통해서만 이용이 가능하다”면서 “이는 호주 의약품 판매 승인의 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용으로 완전 합법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남아 있음을 드러낸 말이다.
나탈레 대표는 “의료 목적의 대마초가 약국을 통해 판매되고 의사의 처방 또한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현 단계에서 소위 특별 공급계획 하에 의사들이 대마초 처방을 하려면 별도로 신청을 해야 하고 또 그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질런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만약 의사들이 온라인을 통해 신청하거나 신속히 처리될 수 있는 단순한 과정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당국이 복잡한 행정 절차를 두어 의료 목적의 사용을 어렵게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관련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재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항을 작성하는 데만도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루시 하슬람씨는 “보건부 장관은 규제 조항 작성 과정에 함께 할 자문위원회 설치에 동의했다”며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각 조항을 검토할 자문위 설치는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슬람씨는 이어 “자문위원회는 많은 과학자, 의료 및 의약품 전문가들로 구성될 전망이며 또한 여러 내용이 포함도어야 한다”며 “이 중요한 시점에서 규제안을 제대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