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침설 교육’ 누명 강성호교사 32년만에 무죄
newsroh@gmail.comNewsroh=륜광輪光
“사제지간(師弟之間)을 짓밟은 국가폭력이 국가보안법의 이름으로 다시는 되풀이되선 안됩니다.”
한 사람의 무고한 교사가 ‘빨갱이 프레임’에서 풀려나기까지 32년의 세월이 걸렸다. 수업시간에 미군 북침설 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불법 연행돼 ‘빨갱이 교사’라는 오명 속에 살아온 강성호(59·청주 상당고) 교사가 32년 만에 누명(陋名)을 벗어 던졌다.
청주지법 형사2부(부장 오창섭)는 2일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재심에서 강 교사의 원심판결을 파기(破棄)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오창섭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불법체포·구금 중에 작성된 진술서 등은 증거능력이 없다. 학생들의 진술도 피고인이 수업시간에 학생들 대상 교육목적 외에 대만민국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만큼 명백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강 교사는 교사 발령 3개월 만인 1989년 5월24일 제천제원고(현 제천디지털전자고)에서 일본어 수업을 하던 중 경찰에 강제연행돼 수감됐다. 체포영장 제시나 미란다원칙 고지 등도 없는 불법 연행이요, 불법 구금이었다.
그에겐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6·25는 미군에 의한 북침이었다”고 말하는 등 북한을 찬양·고무했다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씌워졌다. 당시 수사에서 학생 6명이 강 교사로부터 이런 내용의 수업을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2명이 결석한 사실이 드러났고 나머지의 진술도 신빙성(信憑性)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강 교사에게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이듬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그는 해직 10년4개월 만인 1999년 9월 복직했다. 2006년 7월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으니 그에게 씌워진 ‘빨갱이교사’라는 낙인(烙印)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2019년 5월 국가보안법 위반죄 재심을 청구한 그는 결국 32년 만에 터무니없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강 교사는 판결 뒤 “저는 이제 누명을 벗지만 스승을 고발한 고통 속에 살아온 제자들도 체제 유지의 희생양이었다. 이들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재판 뒤 전교조 충북지부는 청주지법 앞에서 강 교사 무죄 판결 환영 집회를 열고 “강 교사가 1989년 재판장에 들어서며 손바닥에 쓴 문구인 ‘진실·승리’가 32년 만에 입증됐다. 당시 진실 은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교육계 관계자는 강 교사와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국가는 정신적·신체적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판결후 강성호 교사는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부인이자 동지인 서유나 교사(청주 수곡중)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함께 한 김미경 씨는 “남편 못지 않게 마음고생을 했을 부인이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 차림에 분홍과 노랑, 보라색의 화사한 꽃다발을 건네는 모습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편 강성호 교사는 전날 ‘우리헌법읽기 국민운동’이 마련한 줌 강연에서 32년전 악몽같은 일을 떠올리며 국가보안법이 어떻게 무고한 이들의 인생을 파괴하는지 생생하게 증언했다.
그는 이날 당시 사건의 전말과 28세 초임교사로서 짊어져야 했던 힘겨운 투쟁의 기록을 담담한 어조로 설명하고 소설 <만다라>로 유명한 김성동작가의 집을 찾아가 2019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 <민들레 꽃반지>를 선물로 받은 사연을 소개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강성호 교사는 “부모님이 보도연맹 사건 등으로 희생된 김성동 선생님은 부모님께 이 소설을 바치기 위해서 만다라를 통해 소설가가 되었다고 털어놓으시더라”며 ‘빨갱이 프레임’의 잔혹사를 전하고 ‘평화통일교육과 국가보안법은 공존할수 없습니다’라는 배너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그는 “재심 공판에서 무죄로 나온다면 거짓 증언을 하도록 만든 사람들이 오랜 세월 힘들어한 내 제자들에게 꼭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의미심장한 여운(餘韻)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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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국가보안법은 국가망신법 (2020.12.14.)
역사의 '귀태'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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