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소셜서비스 온라인 콘텐츠 제작 팀(사진 이화소셜서비스 제공)
유례없는 전염병 시대가 들이닥치며 사전 준비 없이 갑작스레 비대면 교육의 시대가 시작했다. 비대면 교육의 과도기 시점에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캄보디아는 지난 2월 20일 제3차 지역감염사태로 인해 7개월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가 한국에 비해 현저히 열악하고 비대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 되지 않아 사실상 70~80%의 공교육은 7개월간 공백기를 갖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캄보디아 교육청소년체육부에서 페이스북과 공영방송 KTV를 통해 교육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시청 수는 고작 1천뷰도 나오지 않아 전체 학생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비대면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전자 기기, 인터넷 환경과 온라인 교육 콘텐츠의 삼박자가 필수 요소다. 그러나 수도를 조금만 벗어나도 삼박자를 모두 갖추는 환경은 찾기가 어렵다. 비대면 교육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는 불안정한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LTE, 4G), 가정 당 소유한 전자기기의 부족, 인터넷 요금 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다. 또한 양질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는 드물다.
▲이화소셜서비스 ESS Edu Cambodia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한국어 교육 영상(화면캡쳐)
이화소셜서비스(현장책임자 류기룡)는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해 양질의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처음으로 온라인 콘텐츠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지난 2월 20일 지역감염사태가 발발하고 학교가 문을 닫자 이화소셜서비스 센터에 등록된 아이들 40여명을 위해 우선 학습지를 만들어 각 가정에 배부했다. 그로부터 2개월 후 전면적으로 도시봉쇄가 시작되던 때에 학습지 전달이 불가능해지자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봉쇄가 끝나고 학습지 배부와 비대면 교육이 병행되니 효과는 더 크고 빨랐다. 현재 학습지는 7개 마을에 약 40여명의 아이들에게 배포한다.
류기룡 현장책임자는 교육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교육과 달리 우리는 정형화 되지 않고 매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형식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고 설명했다.
이화소셜서비스는 ESS EDU Cambodia 라는 채널을 통해 한국어, 수학, 도덕, 음악, 보건위생 총 5개 과목을 매주 1개씩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다. 벌써 13주차에 접어들었다.
▲이화소셜서비스 교사진
이화소셜서비스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스라이 라스메이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무언가 새로운 교육 방법이 필요하던 시점에 온라인 교육을 통해 조금씩 천천히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첫 촬영의 기억을 묻는 질문에 스라이 라스메이는 “카메라를 어떻게 볼지도, 교실이 아닌 곳에서 가르치는 것도 모두 어색하고 부담이 컸다. 아이들이 궁금한 것을 현장에서 바로 대답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더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려고 노력했다. 센터에서 수업은 1시간인데 온라인 수업은 집중력 저하로 10분 이내로 끝내야 해서 내용을 단축하는 것도 중요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13주차 촬영에 접어들어 꽤 카메라에 익숙하고 전달력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올해 42세인 그는 온라인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는 세대다.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아이들에 대한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100% 성과는 아니지만 50%만 되도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센터 아이들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우리 콘텐츠로 공부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핸드폰, 태블렛PC로 게임만 하던 아이들이 점차적으로 온라인 콘텐츠로 공부를 하며 변하고 있다.”고 뿌듯한 소감을 말했다.
보건위생을 가르치고 있는 목 짠다(24세)는 매주 코로나19에 대한 내용을 가르친다. 코로나19 질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어떤 증상이 있는지 어떻게 개인 방역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실제로 센터의 가정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사례가 있기 때문에 더 자세히 설명하고 주중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티가 역력하다.
목 짠다는 어린 연령의 학생일수록 온라인 수업의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부모님에게 자주 연락해서 접속을 유도하고 소통을 수시로 하면서 이 시스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노하우를 설명했다.
언제든지 궁금한게 있으면 센터 문을 두들기던 아이들을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영상으로밖에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는 이화소셜서비스 교사들은 “학교는 문을 닫고 집에 방치되어있던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성장하는 보람을 느껴가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희망을 느껴요.”고 입을 모아 말한다.
▲초기 이화소셜서비스 센터 모습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자 기기의 부족이나 모바일 데이터를 연결해지 못해서 학습지를 백지로 내는 아이들이 있다. 생활 환경이 어려운 가정의 경우는 양질의 콘텐츠가 있어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랏 썹 마까라는 이런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하며 “잘 따라오는 학생들은 수업 효과를 80%이상 내기도 해요. 부모님의 도움와 본인의 의지가 있으면요.. 하지만 환경이 따라주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아이들도 있어요.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교사들과 스태프들이 고민이 많아요.”라고 말하며 아이들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후원이 절실함을 설명했다.
한편, 이화소셜서비스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5개 과목 외에도 영상 동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도서출판NGO SIPAR와 MOU를 이미 맺고 동화 스토리를 제공 받기로 했다. 도서출판SIPAR의 동화 스토리에 이화소셜서비스 교사진이 촬영하고 수화와 자막을 넣어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동화를 보여주는게 목표다. 류기룡 현장책임자는 미술, 음악, 환경같은 비정규과목 교육 영상 제작도 준비 중이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