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어제는 빵을 샀다. 빵집에 가면 빵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미 예약된 사람들만 빵을 살 수 있다. 한참을 빵을 구경했지만 빵집사장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순서대로 예약된 사람 한 사람만이 빵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부부가 하는 빵집인 것 같았다. 아내가 내게 전화번호를 입력하라고 하여 입력을 하였다. 그래도 여러 사람이 빵을 사간 후에야 내 차례가 되었다. 문자로 내 차례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왔다. 또 다시 겪는 문화충격이다.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나도 모르게 예약이 필수인 곳이 늘어난다. 내가 가는 미장원도 마찬가지다. 가면 먼저 예약을 하셨느냐고 묻는다. 삼천 원짜리 이발을 하면서 예약을 한다는 것이 내게는 가당치 않은데 그곳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그곳은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할인이어서 어느 정도 이해를 받는다. 그런데 어제 간 빵집에서는 그런 배려가 일절 없다. 앞으로 이런 경우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래도 부부가 빵장사를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일주일에 4일만 영업을 한다. 그것도 오후 두시에 문을 연다. 어제 보니 그렇게 문을 열면 두 시간 남짓이면 진열한 빵이 소진된다. 그러면 문을 닫는다. 매출액도 계산을 해보았다. 빵이 다 팔리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대략 칠팔십 만 원 정도 될 것 같다. 4일만 영업을 해도 매출액이 대략 천이백 만 원이 넘는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가게이다. 부러웠다. 그리고 이런 가게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무튼 빵을 샀다. 우리를 위한 것과 독거노인을 위한 것을 똑같이 두 봉지를 샀다. 겨우 여덟 개를 샀는데 삼만 원 정도가 되었다. 맨 정신으로는 살 수 없는 가격이다. 그러나 나중에 딸에게 들으니 그게 일반적인 가격이라고 했다. 정말 돈이 좋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빵맛이다. 빵이 맛있었다. 빵을 받은 독거노인으로부터도 빵이 맛있다는 문자가 왔다. 독거노인이지만 맛의 눈높이가 높다. 맛있다는 말을 거의 들을 수 없는 분인데 맛있다는 문자가 왔다. 정말 맛있는 빵이다. 더구나 건강한 맛이었다. 사실 이렇게 장사를 하는 빵집은 많지 않다. 모르긴 몰라도 철학이 있는 빵집일 것이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하지만 그보다 더 원하는 것은 그런 빵집을 할 수 있는 사장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교회를 꿈꾼다. 직업보도는 초기교회의 가장 중요한 사역 가운데 하나였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 일자리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초기교회는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었고,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쳤다. 그렇게 일하게 된 사람들은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했다. 돈을 더 많이 벌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 돈을 많이 번 후에 나중에 남을 돕겠다는 생각은 그냥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돈은 더 많이 필요해진다. 단순한 돈에 대한 갈증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돈이 가지고 있는 힘이며 영향력이다. 돈이 없을 때 남을 위한 나눔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돈이 많아지면 그게 더 어려워진다. 설사 나눔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 나눔은 섬김이 아니라 시혜가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이 쌓이면 사람은 누구나 돈의 노예가 된다. 아무리 하나님이 주인이라고 주장해도 실제 주인은 돈이 된다. 내가 어제 빵집에 흥미를 가진 것은 그 집이 장사가 잘 되기 때문도 아니고 빵이 맛있기 때문도 아니다. 어떻게 그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 장사 시간을 늘리거나 더 많은 빵을 만들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되기가 어렵지 한 번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빵을 만들게 된다. 혼자서 힘이 들면 다른 사람을 얼마든지 고용할 수 있다.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 사업의 특성이다. 일주일에 4일 영업을 하면서 빵이 다 팔리면 문을 닫는 장사는 생각처럼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러니까 빵집 사장은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내가 빵집 사장이어도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더 많은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우리를 돈의 노예로 만든다. 돈이 없으면 하나님의 일도 할 수 없다는 사고를 가지게 만든다. 나는 그 빵집 사장은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빵을 만들어낼 것이고 잘 팔리는 빵의 품질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과 필요 이상으로 일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자신의 욕망을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함께 일하는 아내도 같은 생각이어야 한다. 나는 어제 그 빵집에서 내가 늘 말하는 하나님 백성의 모습을 보았다. 하나님 백성은 더 많이 가지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그 부부에게서 더 많이 가지려 하지 않는 삶을 보았다. 궁금해지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쨌든 나는 이 시대에 보기 어려운 훌륭한 사람들을 보았다. 아무래도 나는 빵과 인연이 깊은가 보다. 십오륙 년 전에 나는 캐나다에서 빵집을 연 한 목사를 보았다. 그 목사가 빵집을 하면서 한다는 기도 가운데 만일 자신이 종업원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자신의 빵집을 망하게 해주십사는 내용이 있었다. 네 가지였는데 그 기도가 기억에 남는다. 정말 하기 어려운 기도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이라면 해야 하는 기도였다. 그렇다. 내가 어제 간 빵집에서 느낀 것도 오래 전 빵집을 했던 목사의 기도가 기억에 남는 것도 그렇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인의 마음에는 하나님의 꿈이 새겨져 있어야 한다. 당연히 그것은 하나님의 정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도록 만들고, 그들의 일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진다. 그들 가운데 임하는 하나님 나라는 세상을 치유하고 변화시키는 누룩이 된다. 그래서 어제 그 빵집 부부가 그리스도인인지가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런 경우 나는 그들이 절대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단정을 짓게 된다. 물론 속마음은 이와 반대이다. 그런 그리스도인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런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라면 나는 그 사람에게 내 고마움을 전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제까지 산 경험은 늘 그 반대였다. 그리고 내가 본 훌륭한 사람이 절대로 그리스도인이 아닐 것이라는 나의 단정은 틀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교회 교인들이 그런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교인은 없었다. 나도 별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노력을 멈출 수 없다.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다르게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다. 돈이 모든 것인 세상에서, 돈이 주는 편리함과 즐거움과 특권을 마다한다는 것은 정말 중력을 거스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일단 실천하기 시작하면 그 삶은 돈이 주는 그 모든 것보다 더 아름답고 더 만족스러운 삶이 될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의 행복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는가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 사람들이 ‘소확행’이라고 말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다. 하나님 나라가 내 것이 되는 기쁨, 하나님의 위로를 받는 기쁨, 땅을 차지하는 기쁨, 하나님의 정의로 배가 불러지는 기쁨, 하나님의 자비를 경험하는 기쁨, 하나님을 보는 기쁨,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느끼는 기쁨, 그 모든 것이 더해져 다시 느끼게 되는 하나님 나라가 내 것이라는 확신,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다. 한 입 베어 문 빵맛에서 나는 다시 하나님 나라를 묵상하고 그 나라를 보았다. 못 말리는 직업의식이 아니라 의에 주리고 목마른 내 마음의 표출이다. 나도 모르게 전인권의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
- 공지 재외동포 권익신장을 통한 미래, 투표만이 답이다! 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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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잊혀진 블라디보스톡 동방경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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