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30% 늘어... 사망자의 64%는 오피오이드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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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명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 <자료사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미국에서 약물 남용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보건통계센터(NCHS)’가 1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12개월간 약물 남용으로 숨진 사람은 10만 306명을 기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약물로 인한 사망자가 7만8천여 명이었던 것에 견주면 1년 새 무려 3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제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교통사고나 총기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뛰어넘었다.

보건 전문가들은 악물 남용 사망자의 대폭 증가 이유를 코로나 사태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고, 3월 말엔 많은 주가 봉쇄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서만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지면서 사회적인 고립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또 팬데믹으로 약물 중독 치료나 관련 지원을 받는 것이 제한된 것도 약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된다.

약물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오피오이드(opioid)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오피오이드는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진통제로 보통 수술 이후 통증 완화나 고통이 극심한 암 환자 등을 위해 의사들이 처방해주는 진통제다. 하지만 이 약에 마약 성분이 들어 있다 보니 남용하면 중독될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특히 합성 오피오이드 계열로 강력한 효능과 중독성을 가진 ‘펜타닐(fentanyl)’은 미국 내 불법 유통이 많이 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CDC 보고서에 따르면 약물 중독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의 64%가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이는 전년도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그밖에 일명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 등 각성제로 인한 사망자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중독으로 인한 피해는 미국 전체에 걸쳐 있지만 일부 심한 지역도 눈에 띈다. 50개 주 전체에서 전년 대비 약물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했으나, 특히 사망자가 많이 늘어난 지역은 버몬트 주로 전년 대비 70%나 늘었고, 웨스트버지니아주는 62%, 켄터키주는 55% 늘어났다. 델라웨어와 뉴햄프셔, 뉴저지, 사우스다코타주 등은 정체상태이거나 줄었다.

이번 발표 내용과 관련하여 보건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의 약물 중독 전문가인 캐서린 키스 박사는 < AP 통신 >에 “충격적”이라면서 “미국에서 여태껏 보지 못했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또 2021년 전체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봉쇄 조처가 해소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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