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전 세계 전염병 사태를 불러온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등장한 ‘오미크론’(Omicron) 변이는 고도로 돌연변이 된 새로운 것이라는 점에서 학자들을 놀라게 한다. 사진 : Pixabay / cromaconceptovisual
향후 3년 정도 변이 발생 가능성 ‘강력’... 전 세계 백신 불평등 해결, 시급한 과제로
‘돌연변이 바이러스’라고 하면 다소 두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실제 공공보건 비상사태라기보다는 공상과학 속 이야기에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전 세계 전염병 사태를 불러온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를 발생시킨다.
전염병 학자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COVID-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SARS-CoV-2의 진화에는 수천 가지의 작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COVID 변이의 출현이 예상되지만 가장 최근에 등장한 ‘오미크론’(Omicron) 변이는 고도로 돌연변이 된 새로운 것이라는 점에서 학자들을 놀라게 한다.
그렇다면 ‘오미크론’을 다른 변이와 차별화하는 것은 무엇일까. 잠재적으로 이 변이는 어디에서 시작됐고, 왜, 지금, 이 변이가 나타난 것일까.
▲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방법, 그리고 그 이유는= 기술적으로,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다. 이들은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다른 유기체의 세포에 의존한다.
SARS-CoV-2는 복제를 위해 인간 세포의 시스템을 가로채고 자신의 유전물질을 사용하여 수천 개의 복사본을 만들어낸다.
때때로 이 복제 과정에서 작은 실수가 발생하여 바이러스의 게놈(genome)에 작은 돌연변이가 생겨난다. 감염 및 전염병 연구기관인 '도허티연구소'(The Peter Doherty Institute for Infection and Immunity) 선임연구원 제니퍼 주노(Jennifer Juno) 박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이런 실수는 중요하지 않다.
주노 박사는 “하지만 때로 이 돌연변이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을 좀더 높이고 복제하기 쉽게 만들거나, 바이러스가 인체의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런 돌연변이는 계속 나올 수 있고, 결국 우리가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퍼질 것이며, 이것이 ‘우려 변이’(variants of concern. VOC)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 학자들에 따르면 새로운 변이의 진화는 자연 선택의 과정에 의해 주도된다. 예를 들어 ‘델타’(Delta) 변이는 더 빨리, 효과적으로 전파되기에 다른 변이 바이러스를 능가하게 된 것이다.
▲ 오미크론 변이는 무엇이 다른가= 이 변이는 세계보건기구가 확인한 가장 최근의 COVID-19 변이이다. 주노 박사는 “오미크론은 지금까지 우리가 본 ‘우려 변이’에 비해 더 많은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 아주 흥미롭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전염병 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유전자 서열을 조사해 50개 이상의 돌연변이를 발견했으며, 이중 32개는 가장 중요한 스파이크 단백질이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몇몇 오미크론 돌연변이가 다른 변이체에서 관찰되었으며, 이것이 더 강해진 전염성 및 인체의 면역 보호를 피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SARS-CoV-2의 유전자 코드는 약 3만 개의 염기 또는 문자로 구성된 일련의 RNA이다. 사진 : Pixabay / BlenderTimer
시드니대학교의 유명 바이러스 진화 전문가인 에디 홈즈(Eddie Holmes) 교수는 “이는 동일한 기본 바이러스, 동일한 유전자 구조, 그리고 대부분 동일한 서열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바이러스 표면에 자리잡고 숙주 세포와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인 스파이크 단백질은 우리가 백신을 사용하여 대항하는 단백질과는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재 오미크론 변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발견된 30개 이상의 돌연변이 중 10개는 ‘수용체 결합 도메인’(receptor-binding domain)에 위치한다. 이 부분은 인체의 ACE-2 수용체와 상호작용하며 바이러스가 우리 세포 내로 침투하도록 매개하는 부분이다.
홈즈 교수는 “그런 점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분명 다르다”면서 “정말 중요한 의문은 현재의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을 얼마나 잘 방어할 수 있는지,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변이로 인한 질병의 심각성”이라고 말했다.
현재 학자들은 오미크론의 변화가 우려를 불러일으키지만 이 변종의 비정상적인 돌연변이 조합이 대규모 집단에서 어떻게 나타날는지는 아직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돌연변이와 관련해 궁극적으로 학자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다른 COVID 변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베타’(Beta) 변이는 인체의 면역 방어를 회피하는 능력으로 발전했지만 전파력이 약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결국 ‘델타’ 변이에 의해 제압당했다.
홈즈 교수는 “각 돌연변이가 많은 것들과 상호작용을 하기에 각각의 돌연변이가 어떻게 작용할지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 오미크론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에 대한 단서는= 정확히, 무엇이 오미크론 출현으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홈즈 교수는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면서 “이 변이의 진화 계통은 아마도 2020년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델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진화의 별개 분파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 11월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WHO에 보고되었지만, 이보다 훨씬 이전에 유행했을 수도 있다.
홈즈 교수는 “한 가지 이론은, 이것이 아마도 남부 아프리카 지역 어딘가에 숨겨져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과학자들은 수개월 동안 이를 감지하지 못했고, 조용히 진행되다 갑자기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유럽 보건당국은 이 변이가 빠르면 11월 19일, 네덜란드에서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주노 박사는 오미크론의 많은 돌연변이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면역력 저하 환자에게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우리(전염병 학자들)는 사람들이 SARS-CoV-2에 만성적으로 감염되어 있기에 그들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빨리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의 저명 바이러스 진화 학자인 시드니대학교 에디 홈즈(Eddie Holmes) 교수. 대부분의 전염병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홈즈 교수 또한 백신 불평등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사진 : University of Sydney
이어 주노 박사는 “이들의 감염 상태는 오랜 기간 지속되며 이 경우 바이러스가 감염자의 신체 내부에서 복제되면서 더 많은 돌연변이를 축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가 빠르고 효과적으로 제거되는 대신 항체를 피하고 신체의 면역 방어막 주위에 적응하면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바이러스가 결국 다음 숙주를 감염시키면 새롭고 잠재적으로 위험이 있는 돌연변이 집합체를 만들어낸다.
또 다른 이론은, 오미크론이 동물 숙주를 통해 출현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홈즈 교수는 “바이러스가 어딘가에서 동물에 들어갔을 수 있고, 동물에서 진화했으며, 이것이 이 같은 이상한 변화 중 일부를 설명해 준다”며 “그런 후 인간에게 나타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정 이론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라 학자들 사이에서 계속 연구되고 있다.
▲ 바이러스에 취약한 것은 백신 불평등 때문= 현재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바이러스의 진화는 예상되지만 항상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변이의 출현은 높은 예방접종 범위와 백신에 대한 공평한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게 주노 박사의 말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55%가 COVID-19 백신 1차 접종을 받았지만 저소득 국가에서의 이 비율은 겨우 6% 정도이다. 주노 박사는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퍼질 수 있는 기회를 없애면 이런 돌연변이의 발생 가능성은 실제로 줄어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 변이 바이러스는 주기적으로 발생할까...= 주노 박사는 특히 전 세계 대다수 인구가 백신접종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단기, 중기적으로 새로운 COVID-19 변이체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결국 감염과 백신접종 또는 이 둘의 조합을 통해 어느 정도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이므로 인류가 변이 출현의 주기에 갇혀있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동시에, 변이가 발전하고 변화할 가능성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는 게 주노 박사의 말이다.
홈즈 교수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대한 진화론적 압박과 그로 인한 새로운 변이의 출현 가능성은 향후 3~4년 동안 가장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이 바이러스의 가장 빠른 진화가 예상되는 시기로, 홈즈 교수는 “아직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이들, 부분적으로 백신을 맞은 인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러스를 밀어낼 복잡한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홈즈 교수는 이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려우며, 전 세계 백신 불평등이 얼마나 시급하게 해결되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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