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광절약시간제' 역사 알아보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에서는 매년 3월의 두 번째 일요일(올해는 13일) 오전 2시에 시작해 11 첫 일요일 오전 2시까지 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 time)를 실시한다.

이때는 모든 시계를 1시간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966년 국가 차원에서 이 제도가 실시된 이후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양초절약' 제안이 시초

'일광 절약 시간' 이라는 개념은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이 1784년 미국 대사로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을 당시, '검약 프로잭트' 라는 에세이에서 양초를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거론한 것이 그 시초다.

프랭클린은 이 에세이에서 봄에서 가을까지 해가 길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시간을 앞당겨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면 불을 밝히기 위해 양초에 들어가는 돈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프랭클린의 아이디어는 타당하게 들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찍 일어나는 걸 원치 않았다.

그 후 일광절약을 위한 섬머타임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1907년에 와서였다.

윌리암 윌렛이라는 영국인 건축가는 어느날 아침 차를 몰고 가다 해가 떴는데도 숲 인근의 집들의 커튼이 모두 내려져 있는 것을 보고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일광의 낭비'라는 제목의 팜플렛에 "봄과 여름동안 소중한 일광이 아무런 쓸모 없이 버려지고 있다"고 적어 돌리고 다녔다. 그는 이 주장을 하면서 80분을 조절시간으로 하되 사람들이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도록 순차적인 방법을 쓰자고 제안했다. 즉 4월의 매주 일요일마다 20분씩 시계를 앞당기고, 다시 9월에 가서 매주 일요일 20분씩 늦춰서 정상으로 돌아가자는 것.

월렛은 이를 제도화 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가며 의회에 로비를 시작, 1년뒤 몇차례 의회에 상정되기도 했으나 매번 '엉뚱한 아이디어' 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러다 그가 죽은 1년 후인 1916년에야 일광절약안이 의회에서 통과됐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많은 나라들이 군사 장비에 기름을 대기 위해서 에너지 절약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이었다. 결국 1916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도 처음으로 시계를 한 시간 앞당기는 제도를 채택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계를 한 시간 앞당기기 시작한 것은 1918년 3월31일. 그러나 이 조치는 7개월 뒤 1차대전이 끝나면서 중단됐다. 그러다 2차대전이 일어난 1940년대에 일광 절약 시간을 다시 실시하게 되었고 일부 지역은 전쟁 후에도 이를 계속했다.
 
국가 차원에서 미국에 일광 절약시간이 영구 정착한 것은 1966년 '통합시간법(Uniform Time Act)' 이 제정되면서다. 4월의 마지막 일요일 새벽 2시에 시작해서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새벽 2시에 끝나는 것으로 정했으나 이후에 일시가 바뀌었다.

한편 일광절약시간제 실시를 아직도 못마땅해 하는 의견들도 있다.

해마다 시간을 두 차례씩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우선 불편하다. 또 일광절약시간제의 시작과 끝에는 해가 뜨지 않았는데 등교나 출근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일광절약시간이 변경될 경우 컴퓨터 시간을 바꾸는 데 엄청난 시간을 소모하고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미국 본토에서 유일하게 일광절약시간제를 시행하지 않는 애리조나주는 사막기후와 일조량이 풍부해 주민들 사이에서 제도에 대한 필요성 공감이 없었던 데다 농작이나 여타 사회생활에 도리어 불편만 끼친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이에 주 의회는 1975년에 나바호 인디언보호구역을 제외하고는 시행을 중단했다.

당초 에너지 절약을 위해 마련된 일광절약제도는 적용일에시간에 대한 혼동을 초래해 웃어 넘길 수 만은 없는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일광절약제가 시작되고 난 후 영국에서 이에 대한 불평이 나오곤 했는데, 영국의 버틀러경은 얼마든지 발생 가능한 다음과 같은 사례를 내 놓기도 했다.

'일광절약' 해제때 태어난 쌍둥이 장자권 누구에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조정해야 하는 11월 첫 일요일 밤, 쌍둥이를 품은 임산부가 진통중에 있었다. 드디어 한 아기가 새벽 2시 10분전에 태어났다. 그리고 10분후 또 한 아기가 산모의 배속에서 나오려던 찰나, 시계는 일광절약시간제 해제에 따라 1시로 맞추어졌다. 장차 '장자권' 은 누구에게로 가야하나?

아직도 재산분배를 놓고 장자권 논쟁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일광절약제 시간으로 인해 법정까지 가는 일도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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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미국 정부가 일광절약시간제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그림. 시간을 결코 멈추게 할 수 없다. 그러나 한 시간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는 뜻의 문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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