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희 작가의 색동 깃발, City of Sydney의 설 축하 전시에 초청
Liverpool Street 상에 13개의 깃발 장식, 2월 18일까지 이어져
모처럼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왔다. “회장님, 제 작품이 리버풀 스트리트 배너 갤러리에 걸려요...”
우선 축하의 말을 건넨 뒤 자세한 과정을 듣고 나니 작가의 설렘에 충분히 공감이 됐다. 매년 시드니 시(City of Sydney)에서 아시아 문화권 최대 명절인 설 축하 이벤트의 하나로 도로 상에 깃발 디자인을 전시하는 것도 포함되는데, 이현희 작가의 스트리트 배너 디자인이 초대된 것이다.
‘배너 갤러리’란 일정기간 동안 길거리 배너의 형태로 작품이 걸리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이다. ‘Street Banner’는 일종의 광고판이며, 축하행사 깃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번 배너의 성격은 약간 의미를 다르게 설정한 것 같다. 시드니에 거주하는 다섯 명의 아시아권 작가를 통해 그들이 표현하는 올해의 의미를 주제로 작업한 것을 마치 아트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형태로 ‘갤러리’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멈춰버린 듯한 도심에 형형색색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우선 시드니 길거리 깃발에서 한글을 보니 반갑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한글과 색동으로 디자인한 작품을 통해 새해 인사를 전하는 작가의 덕담에 사람들은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무심코 길을 건너고 자동차와 배달 오토바이들은 가던 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현희의 색동 깃발은 한국 전통 오방색을 기초로, 무지개 색의 형식을 취해 디자인 된 작품이다. ‘Cultural Connection’이라는 타이틀처럼 동서양의 전통적 회화 기법이 섞인 것 같다. A4 사이즈의 종이에 색연필과 파스텔을 사용하여 6장의 다른 드로잉을 하고 이것이 다시 디지털 작업을 통해 4x2.5m의 대형 깃발로 확대되니 마치 의도적인 아말가메이션(Amalgamation)을 한 것처럼 회화의 영역으로 다가온다. 어찌 보면 우연의 효과법이다.
총 13개의 깃발이 흔들리는 거리에 서니 가슴이 뿌듯하다. 깃발 가운데 원 안에 ‘Happy New Year’라고만 쓰려하니 한국의 색동인데?... 하는 작가의 자존심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한글을 병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왔지만 시드니라는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의미를 강조하며, 그 안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색동은 액막이의 성격이 가장 잘 나타난 우리 전통 복식의 한 형태이자 익숙한 한국인의 색이다. 벌써 3년째 접어든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 교민 모두 무사하시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감상했다.
이현희 작가는 한국에서 그래픽 다자인을 공부하고 시드니 내셔널 아트스쿨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이후 석사(Research) 과정을 마치고 2012년 호주 최고 권위의 미술상 가운데 하나인 ‘Blake Art Prize’에서 떠오르는 작가상을 받은, 호주에서는 이미 중견작가의 반열에 들어선 작가이다.
센트럴코스트에 있는 작업실에서 몇 달씩 작업을 할 때면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고 싶지 않다고 하는 호랑이띠 작가의 고집이 오늘의 이현희를 만들었을 것 같다.
2022년에는 시드니 교민들이 잘 아는 ‘Rockwood Cemetery’에 작가의 설치 작업이 초대되어 세상에 나올 예정이고, 2022 블랙타운 카운슬 아트 공모전에서 ‘Highly Commended’를 수상, 카운슬에 작품이 소장되는 영예도 안았다.
이번 배너 갤러리 전시는 오는 2월 18일까지 열리게 되니 많은 교민들이 관람하시기를 기대해본다.
장소 : Liverpool St, Sydney
이호임 / 한호예술재단(The Korea-Australia Arts Foundation)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