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에 걸쳐 매 3년마다 여성들로부터 수집된 음주 관련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호주 중년 여성들(45~60세)의 경우 다른 연령층에 비해 ‘폭음’ 수준의 음주를 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Pixabay / 453169
공공보건 여성 연구원들의 장기간 연구, 주 요인은 ‘불균형적 가사노동 스트레스’
케이티(Katie. 가명)씨는 매일 밤 소파에 앉아 반병의 와인을 마신다. 두 자녀를 돌보며 풀타임 일을 하는 긴 하루를 보낸 후 긴장을 덜어내기 위해서이다.
그녀는 둘째 아이를 가진 후 술을 더 많이 마시기 시작했지만 전염병 사태로 인한 스트레스와 재택근무가 이를 더 악화시켰다고 말한다. “나 스스로 (술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것 같다”는 케이티씨는 “(업무가 끝나는) 오후 5시를 기다리게 되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그 시간이 되어서야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종종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니까’ 또는 ‘지금은 팬데믹 기간이기 때문에’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음주를 합리화했다. 그러면서도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그녀는 술을 떼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또 장기적으로 건강에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런 한편 케이티씨는 “그런 점이 불안하지만 또한 그 불안감을 덜어주고 기대감도 생기며 어른의 시간을 만끽한다는 즐거움이 있다”고 고백했다.
45-60세 여성,
이전보다 음주량 크게 증가
케이티씨는 이전보다 음주량이 늘어난 호주 중년 여성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1월 마지막 주, 약물 및 음주 관련 문제 및 연구를 다루는 학술지 ‘Drug and Alcohol Review’(Australasian Professional Society on Alcohol and other Drugs 발행)에 게재된 새 연구에 따르면 45세에서 60세 사이 여성 가운데 약 21%가 현재 ‘폭음’ 수준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 이는 20년 전인 지난 2001년, 같은 수준의 음주를 하는 집단의 여성 비율 14%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연구원들은 2001년에서 2019년 사이, 매 3년마다 호주 전역의 여성들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조사했다. 이번 연구 및 보고서 책임 저자인 ‘George Institute for Global Health’의 미아 밀러(Mia Miller) 연구원은 “스트레스가 알코올 섭취의 중요한 요인”이라면서 “오늘날 우리는 각 직장 내 여성 직원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가정에서 불균형적인 가사노동의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코올 분야의 보건 연구원들은 중년 여성 음주의 경우 젊은 연령층 및 남성에 비해 건강상의 위험이 크게 높다고 지적한다. 사진 : Pixabay / kaicho20
밀러 연구원은 “특히 지난 수년 사이, 음주는 사회적 활동에서 호주 문화의 한 부분으로 깊게 뿌리내렸다”면서 “사회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기대가 있고, 동시에 주류 광고는 그런 낙인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주로 인한 피해,
여성이 더 빨리 경험...”
이번 연구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Menzies School of Health Research’의 카산드라 라이트(Cassandra Wright) 연구원은 음주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적은 양의 알코올 섭취로도 더 빨리 해를 입을 수 있다”는 그녀는 “음주가 200가지 이상의 질환 및 질병 상태와 연관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는 더 많은 여성이 해를 입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연구원들은 이번 연구에서 독신 여성, 먼 내륙 지역 및 지방에 거주하는 여성이 해로울 정도의 과다한 음주 위험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와 관련, 알코올 및 전염병 연구원인 엠마 밀러(Emma Miller) 박사는 “중년 여성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많은 음주를 한다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알려진 것이지만 이번 연구는 지난 20년 동안 그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중년여성 음주’ 관련,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밀러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중년 여성들 가운데 하위 그룹(중간 이하 소득이거나 대학 학위가 없는 이들)이 매우 다른 이유로 음주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할 확실한 대책(silver bullet)은 없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음주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를 진행한 ‘George Institute for Global Health’의 미아 밀러(Mia Miller) 연구원. 그녀는 여성들로 하여금 ‘폭음’을 하게 하는 사회적 요인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진 : Mia Miller 제공
이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연령대의 여성들을 위해 ‘무엇이 상황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라는 밀러 박사는 자신의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 연구 대상과 합의 하에 진행하는 연구)를 언급하면서 “(음주로 인한) 암 위험 감소와 같은 ‘장기적 결과’를 우려하지 않고 불면 해결이나 원만한 대인관계 또는 체중 감량 등을 위해 음주를 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진행한 연구팀의 두 연구원은 물로 엠마 밀러 박사는 ‘중년 여성의 과다한 음주 위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아울러 개인의 음주가 비난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에 같은 의견을 보였다.
케이티씨는 수시로 금주를 생각하지만 스스로 그렇게 할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현재 그녀는 매일 음주를 하는 상태에 있다. 그녀는 “항상 피곤을 느끼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며 “술을 마신 후의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기대감으로 음주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생존해 있는 지경”이라며 알코올에 의지하는 현재 상황을 하소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 종합(여성 음주 1).jpg (File Size:63.1KB/Download:19)
- 종합(여성 음주 2).jpg (File Size:66.6KB/Download:18)
- 종합(여성 음주 3).jpg (File Size:69.5KB/Download: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