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나가는 미래에서 경제학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20년내 경제학자가 사라질 가능성은 43%, 정치학자가 사라질 가능성은 3.9%라는 예측도 있다. 미래에 사라질 직업으로 시장조사 전문가, 금융전문가, 통계전문가가 우선순위로 꼽힌다.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경제전문가가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공지능이 펀드매니저·자산관리사(PB) 역할을 대신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투자 상품에 도입하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가진 막연한 기대감이나 불안감 등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 지적 능력으로만 주식의 흐름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를 다루는 정치학보다 경제학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기 쉬운 이유는 경제학은 합리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시장의 효율적인 작동과 배분을 최고의 가치로 간주한다. 시장이 완전경쟁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경제학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수학을 동원하였다. 언어가 아닌 숫자가 현실을 가장 객관적으로 반영하며 가치가 아닌 경험에 바탕을 둔 수리 모형이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학은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훨씬 잘 하는 분야이다. 인공지능에 경제학의 모든 수리 모형을 이식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다. 여기에다 데이터만 주면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뮬레이션를 돌릴 것이다. 경제학자가 일주일 한달 할 일을 인공지능은 하루에 몇 번식 돌리고 최적의 결과를 통보해 줄 것이다. 게다가 학습능력이 있는 알파고는 인간이 만든 수리 모형을 수정, 개선할 수 있다. 몇 년 안에 경제학자와 알파고가 경제성장률을 각각 예측하고 비교하는 장면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좌지우지할 경제적 판단을 주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는 고민해보아야 한다. 시장의 금리를 올리고 내리고 노동자의 월급과 복지 금액을 결정하는데 기존의 경제학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인공지능은 여기에 합리성을 더 할 뿐이다. 인공지능은 자본의 불균형성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며 실직의 고통과 상대적 빈곤이 인간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 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경제학이 시장의 합리성 문제에만 집착한다면 멀지 않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 경제학의 태두인 마샬이 자신의 연구실 문에 "런던의 빈민굴에 가보지 않은 자는 이 방문을 두드리지 말라" 라고 써 붙여 놓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윤성학 객원논설위원, 고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