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멜번대학교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6명의 남성들(사진). 이에 대한 보도자료가 호주 각 미디어에 전달된 후 멜번대에 수천 만 달러의 기부금을 제공하는 ‘Snow Medical Research Foundation’은 동 대학의 이 행사가 백인 남성에 치우쳤다며 지원금 제공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University of Melbourne
동 대학교 명예박사 학위, 남성에게만 수여 이유... 성별-문화적 다양성 결여 지적
멜번대학교가 지난 3년 동안 남성에게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는 이유로 호주 최대 의료연구 재단이 수천만 달러 지원 프로그램에서 이 대학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최근 A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Snow Medical Research Foundation’(이하 ‘스노우 메디칼’)은 대학이 성별-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헌신을 입증할 때까지 동 대학과의 관계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재단은 멜번대학교에 2,400만 달러 지원을 포함, 각 연구 기관에 9천만 달러를 기부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멜번대학교가 6명의 백인 남성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사진과 보도자료가 호주 각 미디어에 전달된 후 스노우 메디칼은 멜번대학교에 대한 향후 자금 지원을 철회하기로 했다.
스노우 메디칼은 멜번대학교가 2020년, 남성에게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고, 지난해에는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았지만 올해 또 다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이들은 남성뿐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6명의 남성 사진과 함께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멜번대 측은 “앞으로 여성 3명과 원주민 남성 1명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대학 측은 그 대상자의 이름이나 업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스노우 메디칼의 지원금 철회에 대해 멜번대 측은 “스노우 메디칼의 결정은 이번 한 차례 이벤트만을 근거로 한 것”이라며 “다양한 대학 공동체 구축을 위해 대학 측이 취하고 있는 단계를 진정으로 반영하지 않은 조치”라고 말했다.
‘Snow Medical Research Foundation’의 톰 스노우(Tom Snow. 사진) 이사장. 그는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단체 ‘Equality Campaign’ 설립자이자 공동 의장이기도 하다. 스노우 이사장이 멜번대에 대한 지원 중단을 밝힌 것은 명예박사 학위 대상자 선정이 백인 남성에 치우쳤다는 것으로, 성별-문화적 다양성이 결여됐다는 게 주요 이유이다. 사진 : Snow Medical Research Foundation
이 같은 대학 측 설명에 대해 스노우 메디칼의 톰 스노우(Tom Snow) 이사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3년간 그렇게 해 왔고 그 동안 검토할 시간이 있었지만 그들은 이 의식(명예박사 학위 수여)의 대상으로 남성만 찾을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스노우 이사장은 이어 “이 영예(명예박사 학위)는 대상자들이 이룬 놀라운 일에 대한 보상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주는 영감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대학)문화는 위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
총장과 부총장을 포함해 대학 고위 인사들로 구성된 멜번대학교 이사회는 누구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지난 2019년 이후 이 대학교 경영진에 가장 최근 새로이 임명된 6명의 고위 인사 가운데 5명이 여성이었다. 스노우 이사장은 “대학 이사회의 결정은 ‘문화적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6명을 선정하면서 단 한 사람도 ‘모두 백인 남성들에게만 수여할 경우 이것이 여성이나 다른 유색 인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언급한 고위 인사가 한 명도 없었다면, 이는 분명 대학 내에 문화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지원 프로그램에서 멜번대를 제외키로 한 결정을 알리는 ‘Snow Medical’ 측의 트위터. 이 재단은 멜번대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 대학과 협력하고자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사진 : Twitter / SnowMedical
스노우 메디칼의 이 같은 방침과 관련해 과학-기술-공학-수학 및 의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and medicine) 분야 여성들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Women in STEMM Australia’(2014년 설립) 공동 설립자이자 퇴행성 신경질환 전문가인 마거리트 에반스-게일리어(Marguerite Evans-Galea)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스노우 메디칼의 이 조치는 다른 부문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스노우 메디칼의 리더십은 전체 부문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중요한 것은 여성을 포함한 STEMM에서 대표성이 낮은 리더를 위해 긍정적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들에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스노우 이사장은 동 재단이 지원금 기부를 다시 시행하기 전,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대학과 협력하고자 최선을 다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멜번대학교는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스노우 메디칼은 대학 연구기관 전체를 반영하기보다 단 하나의 이벤트를 기반으로 결정(기금 지원 중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은 성명을 통해 “이 행사(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대학으로써, 그리고 다양한 대학 커뮤니티 구축을 위해 우리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단계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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