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아 도전 결심
캘거리 한인산악회 회원인 클라라 김씨(59세, 사진)가 지난해 12월 말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산 정상에 올랐다. 평소 록키산에도 많이 다니고 히말라야도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가 본 경험이 있지만, 이번 킬리만자로 등반이 그녀의 생애 가장 높은 산으로 기록되었다.
아프리카의 지붕이라 불리는 해발 5895M의 킬리만자로 산은 스와힐리어로 하얀 산, 빛나는 산이란 뜻이다. 이곳은 휴화산으로, 산맥이 아닌 독립된 산으로서는 세계 최고봉이다. 그리고 별도의 장비 없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전세계 많은 산악인들의 꿈의 산행지이기도 하다.
다음은 클라라씨와 가진 일문 일답이다. 김씨는 98년도에 캘거리로 이민 왔다. (김민식 기자)
Q. 소감부터 한 말씀
A. 정상부근 날씨는 원체 변화무쌍한데 제가 간 날은 특히나 바람도 많이 불고, 눈도 오고, 기온도 많이 떨어졌어요. 옷은 나름 충분히 준비했는데도 추위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캠프에서 주는 음식들도 입에 맞지 않아 많이 먹지 못했고 산장에서는 여럿이 함께 자다 보니까 숙면을 취하는데 애로가 있었습니다. 첫 3일은 경사가 완만했으나 이후부터는 급경사로 되어 있어 많이 힘들었고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끝내 정상을 밟을 수 있었는데 제 나이에 성공했다는 것도 뿌듯했고 아프리타의 지붕 위에서 감격스런 일출과 함께 거대한 빙하를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평생 잊지 못할 큰 감동이었습니다.
Q. 이 산을 목표로 한 계기는?
A. 6년전 히말라야의 4천미터 베이스 캠프까지 오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 킬리만자로를 처음 계획했습니다. 곧바로 가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상 기회를 놓쳐 그간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에 캘거리 산악회 회원들과 열심히 산에 다니며 체력을 다지면서 자신감이 붙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이 때문에 포기하는 일은 없고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Q. 산행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A. 12월 21일 모시 입구에 도착해 1박
22일 마랑구 게이트 도착해 입산 절차를 마치고 만다라 산장에서 1박을 했습니다. 이날 제 생일을 맞이했는데, 포터들이 즉석 케익을 만들어 주어 다 함께 노래를 불러주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23일 해발 3700M 호롬보 산장에 올랐습니다. 여기서 2박을 하면서 고산 적응훈련을 위해 마웬지 릿지까지 산행을 했습니다.
25일 오전 11시 해발 4700M 키보 산장도착.
26일 새벽 12시에 정상을 향해 출발했는데 보름달과 별빛이 초롱초롱해 불빛 삼아 이동했습니다. 5895미터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하산 시작. 키보 산장에서 1시간 쉬고 하산해 호롬보 산장에 도착해 1박.
27일 새벽 6시 출발해 오후 마랑구 게이트 도착해 사무실에서 기록 확인하고 정상 등반 증서 받고 모시 숙소에서 1박.
28일 하산. 다른 여행지로 이동.
Q. 오르는데 애로는 없었나?
A. 나 외에 두 명의 등산객이 더 있었는데 중간에 고산증세를 이기지 못해 하산했습니다. 체력도 좋아야 하지만 고산기후에 적응하지 못하면 오를 수 없습니다. 저는 다행이 운이 좋아 고산증세는 크지 않았습니다.
Q. 여행사를 통해서 갔나?
A. 킬리만자로 등반은 여행사 없이 가서 현지 여행사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이후 아프리카 30일 여행은 한국 여행사를 통해서 배낭여행으로 신청해 다녔습니다.
배낭여행은 여행사에서 숙소와 교통편만 챙겨주고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다니게 됩니다. 숙소에서 식사도 직접 해먹습니다. 기존 패키지 여행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거니와 각 도시와 마을별로 자세히 돌아보고 관광할 수 있어 여행의 진수를 느끼기에 좋습니다.
Q. 여행 일정은 어떻게 되었나?
A. 우선 탄자니아에서 케냐로 가서 3박4일 사파리 관광을 했습니다. 거기서 오래되고 낡은 기차를 타고 탄자니아에서 잠비아로 넘어갔는데 2박3일의 기차 여행은 힘들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후 잔지바르, 짐바브웨를 거쳐 보츠와나에서 쵸베 국립공원 사파리 관광을 하고, 나미비아의 붉은 모래 산(모래 산으로는 세계 최고 높이)에도 올랐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동해 희망봉과 케이프 타운의 케이블 마운틴을 등반했습니다. 이후 이디오피아와 아디스아바바를 끝으로 긴 여정을 마쳤습니다.
Q. 치안, 언어 등 문제는 없나?
A. 나라별로 도시별로 상황은 약간씩 달랐습니다. 특히 케냐에서는 호텔 밖으로 절대 나가지 말라고 가이드가 말해줄 정도로 조심해야 하는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은 온순하고 친절해서 따스한 인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영어가 잘 통하고, 돈은 미화를 준비해 가서 현지에서 환전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Q. 킬리만자로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6일의 산행기간 동안 음식도 제공해주는데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로 간식이나 건조음식, 라면, 고추장 등을 챙겨가는 게 좋겠습니다. 고산환경이 체질에 맞지 않으면, 두통 등 여러 증세들이 나타나므로 중간에 내려와야 합니다. 선천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평소 록키산에서 고산 적응훈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저는 출발과 도착지점이 같은 왕복코스를 택했는데 그것보다는 더 많은 경치를 볼 수 있는 직선코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끝.